차명주식 단독승계 필수 vs 계열사간 상호출자 통해 가능

[스페셜경제=조경희 기자]“이건희 회장이 삼성그룹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차명주식을 통한 단독 승계는 필수적이었다” vs “계열사간 상호출자나 중복 출자를 통해 경영권 방어가 가능한데도 불법인 차명주식을 통해 경영권을 확보한다는 것은 어불성설”


지난 3일 열린 삼성가 상속소송에서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측 변호인과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측 변호인은 첨예한 대립을 벌였다.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선대회장의 상속 재산을 두고 장남 이맹희(82)씨와 이건희(71) 삼성전자 회장이 벌이고 있는 항소심 소송의 핵심인 차명주식 상속이 경영권 유지에 필수적인지에 대해 공방을 벌인 것.


공동상속 시 경영권 승계 불가능‥차명주식 승계


서울고법 민사합의14부(부장판사 윤준) 심리로 열린 '삼성가 상속 분쟁' 소송에서 이 회장 측 변호인은 "후계자였던 이 회장이 삼성그룹의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토록 하는 것이 선대회장의 확고한 유지였다"며 "공동상속으로는 경영권 승계·유지가 불가능했던 만큼 차명주식의 단독 승계는 필수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그룹 지배구조의 중심에 있었던 삼성생명과 삼성전자의 지분을 확보해야 확고한 경영권 승계가 가능했다"며 "이에 따라 삼성그룹 경영권과 관련된 주식은 이 회장에게 승계하고 경영에 참여하지 않은 다른 형제들에게는 주식 이외의 재산을 분배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차명주식 상속은 경영권 유지와 무관


반면 이씨 측 변호인은 "당시 삼성생명과 삼성전자는 상위지배기업이 아닌 하위 기업에 불과해 해당 기업의 차명주식 상속은 경영권 유지와는 무관했다"며 "아울러 계열사간 상호출자나 중복 출자를 통해 경영권 방어가 가능한데도 불법인 차명주식을 통해 경영권을 확보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삼성특검으로 차명주식의 매각대금 중 300억원이 미술품 구입으로 사용됐다는 사실이 밝혀진 바 있다"며 "만약 차명주식 상속이 경영권 확보에 필수적이었다면 그 매각 대금으로 미술품을 구입한 것은 앞 뒤가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차명주식 여부 인식 ‘공방’


양 측은 또 이 회장이 선대회장으로 상속받을 당시 차명주식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 공방을 이어갔다.


이 회장 측은 "이씨의 아들인 CJ그룹 이재현 회장은 자신의 형사재판에서 '경영권 확보 목적으로 차명주식을 보유하는 관행이 있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며 "핵심 주력기업에 차명주식이 1주도 없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씨는 상속 당시 차명주식의 존재를 인식하고 있었다고 봐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씨 측은 "차명주식이 있을 거라는 막연한 인식이 아니라 해당 차명주식이 공동상속재산이었다는 구체적인 인식이 있어야 한다"며 "비선 라인을 통해 철저히 은닉·관리돼 왔고, 정밀조사를 벌인 국세청도 실체를 밝혀내지 못한 차명주식을 어떻게 인식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와 관련해 재판부는 "참칭상속인에 대한 침해행위가 언제 있었는지는 이 사안에서 중요한 부분"이라며 "재판부에서 잘 판단해 보겠다"고 밝혔다.


한편 재판부는 오는 24일 변론기일을 한 차례 진행한 뒤 내달 14일 심리를 종결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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