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건설, 10대 1 감자‥독 될까 약 될까

[스페셜경제=조경희 기자]두산그룹 박용만 회장이 두산건설 살리기에 선제적으로 나서면서 시장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지만 ‘감자’ 결정으로 순식간에 국면 전환을 맞게 됐다.

두산건설은 지난 4월 증자를 실시하면서 재무구조 개선을 꾀한 바 있고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4000억 원 규모의 상환전환우선주(RCPS)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 차입금 축소를 통한 재무구조 개선의 일환이다. 이를 위해 두산건설은 10대 1의 감자를 결정했다. 시장의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감자’는 자본금의 정리, 회사 분할, 사업 보전 등의 목적으로 자본 총액을 줄이는 자본금 감소를 의미한다. 기업의 누적 결손으로 인해 자본금이 잠식됐을 경우 이 잠식분을 반영하기 위해 감자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감자 자체가 ‘재무구조’ 개선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감자 결정이 곧 유동성 위기라는 것을 반증한다.

STX팬오션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감자를 결정했고 지난 14일 법원으로부터 회생계획을 인가받은 보루네오 가구도 두 차례의 감자를 진행한다. ‘감자’를 유동성 위기를 뜻하는 선행 지표로 보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감자를 통해 재무구조 개선에 나섰지만 결국 상장폐지 된 기업은 모두 5개로 집계됐다.


4000억 유상증자도 실시…정상화 발목?
감자→RCPS 발행→회사채 상환 ‘밑그림’


감자결정 왜

두산건설은 과대한 발행주식수 축소, 배당 가능한 자본구조로의 전환을 통해 기업 가치 및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감자를 발행한다고 밝혔다. 이 감자를 통해 두산건설은 자본금 2조7693여억원에서 2859억원으로 낮아지며, 발행 주식수는 현재의 10분의 1인 5518만5231주로 줄어든다.

두산건설의 감자 결정으로 유동성 위기를 한번 겪었던 두산건설의 조기 정상화에 발목이 잡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두산그룹측은 “두산건설을 끌고 간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두산건설은 두산중공업이 84.2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투자 업계의 분석에 따르면 두산건설이 연내 상환해야 할 회사채 규모는 1550억원 수준이다. 감자에 이어 유상증자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두산건설은 낮은 신용등급(BBB+)으로 인해 회사채 신규 발행은 물론 차환도 어렵다. 두산건설은 낮은 신용등급 때문에 리테일 시장에서 회사채 물량을 소화했는데 동양사태 이후 회사채 리테일 시장에 대한 금융권 리스크 관리가 강화됐다.

더구나 두산건설이 2년 내 상환해야 할 기업어음(CP)와 회사채 잔액은 9월 말 기준 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건설이 유동성 위기를 겪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두산건설 지배구조
감자→RCPS 발행→회사채 상환

두산건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내 4000억원 규모의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발행, 현금 확보에 나서는 유상 증자를 검토 중이다. RCPS는 미래 일정 기간에 보통주로 전환하거나 정해진 조건에 따라 상환도 가능한 우선주다.

두산건설이 지난 25일 보통주 10주를 1주로 병합하는 감자를 결정한 것도 이를 위한 사전 작업의 일환으로 해석해야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주식 발행을 통해 차입금을 상환하겠다는 의미다.

두산건설은 감자를 통해 차익 2조4883억원으로, 지난 4월 발생한 주식할인발행차금 9419억원과 9월 말 기준 결손금 3천325억을 보전하면서 1조289억원의 자본잉여금을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이와 관련 미래에셋증권 변성진 연구원은 “감자의 목적은 과다한 발행주식수 축소와 배당가능한 자본구조로의 전환을 통한 주주구성 다각화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감자로 인한 차익이 2조4833억원 발생하면 자본 차감요인을 제외하고 6977억원의 배당가능이익이 조성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LIG투자증권 채상욱 연구원은 “차입금 상환일정을 감안할 때 전환우선주 발행은 합리적 결론”이라며 “전환우선주 발행이 현실화 된다면 3분기 말 1조8700억원이었던 순차입금이 1조3000억원 수준까지 낮아질 수 있을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두산건설 매출 및 손실
부채만 1조원 이상


두산건설은 지난 2011년 2조7833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영업이익은 - 3086억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2012년에는 2조3772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영업이익은 - 4491억원의 손실을 냈다. 2011년 당기순이익은 – 2934억원, 2012년에는 2배 이상의 손실인 - 6148억원을 냈다. 사실상 자본잠식 상태인 것이다.

두산건설 무보증 회사채는 2600억원에 달한다. 기업어음(CP)과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은 각각 200억원과 450억원 만기 도래한다. 11월과 12월 두 달 새 만기가 도래하는 두산건설의 무보증 회사채는 이달 500억원과 다음 달 1000억원으로 총 1500억원이다.

연내 만기인 CP는 400억원이지만 ABCP는 이달 1670억원과 다음 달 420억원을 합치면 총 2090억원으로 상대적으로 큰 규모다.


RCPS 발행 어떻게?


두산건설이 두산중공업이 전액 손실 보전을 약속하면서 전환상환우선주(RCPS)를 발행하기로 함에 따라 두산그룹은 다소 복잡한 유동화 구조를 짠 것으로 보여진다.

두산건설측은 RCPS 발행에 대해 공식적인 일정에 대해 함구하고 있지만 투자 업계에 따르면 이 RCPS는 발행구조가 대부분 확정되고 현재 ABCP 투자자 모집(신디케이션) 과정에서 발행 금리를 저울질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산건설은 이를 담당할 특수목적법인인 SPC를 만들고 우선주를 이 SPC에 넘긴다는 방안이다. 이 SPC는 우선주를 기초로 ABCP를 발행해 투자자를 모으게 된다.

또 ABCP의 차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증권사가 어음매입약정을 체결하고 두산중공업은 SPC에서 발행할 수 있는 손실을 보전하는 내용의 신용공여를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SPC는 두산건설에서 나오는 배당금과 RCPS를 처분한 대금으로 ABCP를 상환하는 구조다.


두산건설→두산중공업→두산그룹


두산건설은 그동안 그룹의 측면 지원 속에서 장기 성장 동력의 토대를 구축해왔다. 두산건설은 지난 2010년 계열사 두산메카텍을 인수했고, 지난 4월에는 두산중공업에서 배열회수보일러(HRSG) 사업부를 양수 받아 매출 증대를 이뤄냈다.

두산건설 HRSG 사업부는 지난 7개월간 2000억원 규모의 신규사업을 수주한 바 있다.

두산건설에 위기가 또다시 불거질 경우 계열사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 두산그룹은 위기설 확산을 좌시할 수 없는 입장이다. 건설 리스크에 휩싸인 두산그룹이 어떠한 행보를 걸을지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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