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준號 3년 무엇이 변했나...막판에 헬기까지 '첩첩산중'

▲구본준 LG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스페셜경제=황병준 기자]LG전자 구본준 부회장이 실적 추락에 이어 자사 헬기 추락 사고에 탑승할 예정이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구 부회장은 헬기 추락사고가 발생한 날 전북 익산에서 벌어진 여자야구대회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아직까지 사고에 대한 원인은 조사중에 있지만 시계불량에 의한 추락사고로 추측되고 있는 가운데 구 부회장의 탐승 지시가 있었는가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구 부회장은 지난 2009년 사상 최대의 이익을 올리던 LG전자가 아이폰 발 쓰나미를 맞으면서 같은 해 10월 새로운 구원투수를 영입됐지만 최근 연속된 악재를 맞고 있다.


구 부회장이 LG전자를 맡은 지 3년의 성적표는 화려했지만 우려도 만만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에 <스페셜경제>는 소리 없이 다가온 위기를 맞고 있는 구본준號의 LG전자를 짚어봤다.


지난 16일 오전 8시 54분 LG전자 소속 헬기가 삼성동 아이파크 아파트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기장인 박인규씨와 부기장인 고종진씨가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이날 사고의 원인으로 추정되는 것은 짙은 안개로 인해 시야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정상 항로를 벗어난 것으로 추측된다. 이날 사고 발생한 삼성동과 가장 가까운 서울공항의 가시거리는 800m로 헬기운항에 부적격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고가 악천후에 따른 무리한 비행으로 인한 인재의 가능성에 무게가 쏠리는 가운데 누가 헬기에 명령을 지시했느냐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누구 지시했나(?)

사망한 故 박인규 기장 아들은 사고 직구 서울 화양동 건국대병원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아침에 아버지가 회사와 통화했다”며 “안개가 심해 위험하니 김포에서 직접 출발하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했다”며 울분을 토했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계속 잠실로 와서 사람들을 태우고 가라고 했다”며 “국회의원인지 확실하지 않지만 높은 사람들도 함께 내려간다고 들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LG전자의 상무급 기장을 기상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잠실로 호출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는 점에서 탑승 예정자가 구 부회장이 아니었겠느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는 구 부회장과 함께 한국여자야구연맹 회장을 맡고 있는 김을동 의원의 이름도 오르내리고 있다.


김 의원측은 “10시30분에 출발하려 했던 2호기에 탑승 예정이었으나 타지 않았다”며 오히려 “행사가 오후였기 때문에 차로 이동할 계획이었고 LG 측이 탑승을 요청한 것이었지 의원실에서 요청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의혹이 제기되자 LG전자는 “소속 헬리콥터에 최고기술책임자(CTO) 안승권 사장과 칠러(Chiller) 담당 임직원 3명을 태우러 잠실 선착장으로 가는 길에 사고가 난 것으로 확인 됐다”고 설명했다. 이는 당초 칠러 담당 상무를 태우러 갔다는 것에서 말을 바꾼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LG전자의 한 간부급 직원은 “낮은 임원(상무급 이하)이나 직원급이 헬기에 탑승하기란 사실상 쉽지 않다. 특히 사장단 이상이 아니면 헬기를 탈 수 없다”며 “주말에 날씨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임원급 기장이 조종하는 헬기를 잠실로 부를 수 있는 사람은 그룹내에서 몇 명이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만약 구 부회장이 탑승을 계획한 상황에서 무리한 비행 운항을 요구했다면 LG전자를 비록한 구 부회장의 리더십에 큰 타격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시련의 연속


구본준 부회장의 시련은 이뿐만이 아니다. 사상 최고의 실적을 향해 달려가고 있지만 최근의 분위기는 어수선 하기 그지없기 때문이다.


지난 2009년 LG전자는 사상 최고의 한해를 보냈다. 업계의 최대 라이벌로 평가되는 삼성전자가 가시권 안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따라갈 것 같은 경쟁구도는 다음해 LG전자가 상반기에만 1,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면서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LG전자 헬기 추락사고…구 부회장 탑승자 명단에 있었나(?)
구원투수 등판 ‘화려한 성적표’는 남겼지만…경쟁력은 ‘글쎄’



LG전자는 스마트폰 환경에 대처하지 못하고 피쳐폰에 승부수를 걸었던 결과는 ‘적자’라는 최악의 결과를 낳았다. LG는 여기서 승부수를 걸었다. 7년간 유지하던 전문경영인 체제를 포기하고 구본무 회장의 친동생인 구본준 회장을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선임하며 오너경영 체제로 비상시국의 돌파구를 마련한 것이다.


그로부터 3년 후. 구 부회장은 ‘독한경영’을 앞세우며 강한 LG로 만드는 작업에 돌입했다. 대외적인 평가도 이제 LG전자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다급했던 LG는 한숨을 돌리면서 위기를 벗어나는데 성공했다. 위기탈출의 일등공신은 역시 주력사업인 ‘스마트폰’ 이었다. 그 사이 LG전자의 스마트폰은 글로벌 시장점유율 3위까지 도약했다.


구 부회장의 ‘독한경영’

구 회장 취임 후 가장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은 매출이다. 2010년 매출 55조7,538억원에 영업이익 1,765억원이었던 실적은 구 부회장 취임 첫 해인 2011년에 매출 54조2,566억원, 영업이익 2,803억원으로 나아졌다.


지난해에는 매출 50조9,560억원에 영업이익 1조1,360억원을 기록하면서 연간 영업이익 1조원 시대를 다시 열었다.


올해는 더욱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3분기 누적 매출 43조2,250억원, 영업이익 1조466억원을 올렸다. 외적으로 승승장구를 거듭하는 LG전자도 최근 다시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일각에서는 구본준호의 위기가 찾아온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실적으로 우려를 떨쳐 냈던 것과 마찬가지로 위기의 징조는 실적에서 나타났다. 지난 10월 24일 LG전자의 실적 발표 이후 위기론이 본격화했다. 전문가들은 시장 예상치를 밑도는 저조한 실적이 LG전자의 새로운 위기의 조짐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실적으로 위기론을 불식시킨 구본준 부회장의 LG전자가 다시 실적 감소로 다시 위기설이 대두되고 있다”고 말했다.


매출감소 위기 징조(?)


LG전자는 3분기 매출 13조8,922억원에 영업이익 2,178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분기 대비 각각 8.8%, 54.6% 감소한 것이다.


실적 감소에 대해 LG전자 측은 “계절적 요인이 작용했다. 가전사업 특성상 여름철이 지난 3분기 실적이 조금 주춤한다”면서 “4분기 다시 실적이 회복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LG전자의 성장성이 한계에 부닥친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문제는 스마트폰이다.


LG전자는 지난달 24일 3분기 실적발표에서 모바일(MC)사업본부가 매출 3조454억원, 영업적자 797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스마트폰 부문이 1년 만에 다시 적자로 돌아선 것이다.


MC사업부는 초콜릿폰으로 히트를 기록했던 2009년 영업이익 1조3000억원 이후로 적자와 흑자를 오가고 있다.


MC 사업부 실적이 나쁜 것은 판매 경쟁이 심화되면서 마케팅 비용이 크게 늘고 판매단가는 하락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 같은 실적 추락이 수익성 둔화에서 찾았다는 것은 시장의 우려가 현실화 됐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인 IDC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LG전자의 점유율(판매대수 기준)은 4.6%로 중국 업체인 화웨이(3위), 레노버(4위)에 밀려 5위로 추락했다. LG전자의 스마트폰 판매량은 1,200만대로 전년 동기보다 71.4% 늘었지만 화웨이와 레노버 등 중국 업체의 성장 속도에 미치지 못한 것이다.


때문에 LG전자의 판매량이 나빠서 글로벌 순위에서 밀린 것은 아니다. LG전자는 3분기 1,830만대의 휴대폰을 팔아 전년 대비 27.1%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경쟁사들도 비슷한 성장을 보이면서 상대적으로 뒤처지게 됐다.


가전업계의 한 관계자는 “LG전자는 그동안 프리미엄폰 전략을 펴왔지만 하이엔드 시장에선 제값을 받지 못하는 반면 보급형 시장에선 중국 업체에 쫓기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면서 “현재 위로는 삼성전자와 애플을 밑으로는 중국 업체에 끼인 모습을 보인다”라고 말했다.


멀어져 간 삼성전자


LG전자는 그동안 라이벌로 삼성전자와 애플을 타킷으로 맞췄다. 하지만 삼성과 애플은 LG전자의 거리를 더욱 벌리며 앞서 나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3분기 8,840만대의 스마트폰 판매해 3분기 판매 신기록을 달성했다. 삼성이 점유율을 가져갔다면 애플은 수익성을 가져갔다. 애플은 3분기에만 100만 달러가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스마트폰에 LG 역량 집중…글로벌 시장에서 아쉬운 성적만
갤럭시․아이폰 잡겠다고 뛰어들며 ‘독한경영’ 선언…‘기대이하’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삼성전자가 지난 1분기 6,940만대, 2분기 7,600만대에 이어 분기가 거듭될 때마다 판매량 사상 최고치를 계속 갈아치우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LG전자가 스마트폰에서 가장 역점을 둔 제품은 G2다. 정도현 LG전자 부사장(CFO)은 “4분기부터 G2를 글로벌 시장에 전부 출시할 때까지 마케팅 비용을 계속 늘릴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LG전자의 스마트폰이 품질 면에서는 최고로 인정받고 있다는 것이다. LG의 스마트폰 ‘옵티머스’ 시리즈와 ‘G2’가 글로벌 시장에서 호평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G2, G프로 같은 하이엔드 스마트폰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1분기를 정점으로 수익성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스마트폰 하드웨어의 경쟁력이 대폭 높아졌지만 그와 상관없이 적자 전환이라는 악순환으로 접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이는 LG전자가 우수한 제품 성능에 비해 제대로 된 값을 받고 팔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또 다른 애널리스트는 “스마트폰 경쟁 구도를 고려하면 LG전자가 4분기에 의미 있는 성적을 거두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보이지 않는 위기는 내년도 공룡들의 스마트폰 진입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IT 전문가들은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이 올해보다는 내년에 더 심각해 질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IT 한 전문가는 “노키아를 인수한 MS(마이크로소프트)가 내년 1월부터 전략 스마트폰을 출시하며 북미를 비롯한 전 세계 시장 공략을 계획할 것”이라며 “유럽과 아시아 시장에서 막강했던 노키아가 메이드인 USA 이름으로 애플과 삼성전자를 위협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구글 역시 내년부터 스마트폰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기 위해 모토로라 육성책을 마련 중”이라며 “애플, 삼성전자, MS, 구글이라는 막강 브랜드 틈새에 있는 LG전자가 버티기에는 너무 힘든 시장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이지 않는 위기


TV 등 가전 사업에서도 LG전자는 의미 있는 행진을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TV시장은 현재 포화 상태를 기록하며 LG전자가 점유율이나 판매량에서도 크게 성장을 이룩하지 못하고 있다.


LG전자의 홈엔터테인먼트(HE) 사업 부문은 3분기에 2% 영업이익률(영업이익은 1,244억원)에 머물렀다. HA사업 부문과 AE사업 부문도 전년과 같은 규모의 실적을 유지했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TV·가전 사업은 판매량이 부진한 가운데 비용 절감으로 마진율은 어느 정도 유지했지만, 현재의 분위기를 당분간 역전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본준 부회장 취임 이후 재무구조는 오히려 나빠지는 모습이다. 2010년 3분기에서 올 3분기까지 부채는 2조7,900억원이 늘었다. 부채비율 역시 159%에서 183%로 올라가는 등 재무적으로 부정적인 요인들이 가중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구본준 회장의 독한 경영이 성공을 거뒀지만 앞으로 스마트폰 시장의 변화에 LG전자가 어떻게 따라가느냐가 또 하나의 변수로 여겨진다”며 “지금의 위기에서 LG전자가 따라가지 못하면 그동안의 위기보다 더 큰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 관계자는 “LG전자가 지금 보이지 않는 위기에 처해 있다”며 “삼성전자와 애플그리고 중국 업체 사이에서 중심을 잡지 못하면 도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LG전자가 2분기 실적에서 3조원을 팔아 600억원의 이익을 남긴 것은 LG그룹의 부품조달 능력을 감안하면 기대 이하의 수준이다”며 “구 부회장의 독한 경영 속에서 겨우 적자를 면한 것은 분명 위기의 또 다른 반증이다”고 말했다.


LG전자는 실적하락의 위기가 감지되고 있는 가운데 자사 소속의 헬기가 추락하면서 안팎으로 괴로운 한해를 마무리하고 있다.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