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연속 세계 1등 공항의 ‘두 얼굴’

▲정창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스페셜경제=황병준 기자]8년 연속 세계 1위 공항을 자랑하는 인천국제공항이 창사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 지난 6월 인천공항의 새로운 수장으로 정창수 사장이 취임했지만 연일 터지는 악재에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공항은 최근 국세청과 세금 문제로 논쟁을 벌이고 있고 관할 구역인 인천시와는 천억대의 세금감면을 받고도 기부활동은 인색해 비난을 받았다. 여기에 노조가 고용보장과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대대적인 파업을 예고하고 있어 인천공항공사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못하다.


무엇보다 정 사장을 위협하는 것은 노조파괴프로그램 의혹이다. 민주당 은수미 의원은 공사가 하도급 노동자들로 구성된 노동조합을 파괴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관련 문서를 공개하고 나서면서 비난 여론은 증폭되고 있다. 정 사장은 14일 노조로부터 부당노동행위로 고소 당했다.


또한 정 사장에 대한 모피아 논란도 달갑지 못한 꼬리표로 작용하고 있다. 정 사장은 국토해양부 제1차관 출신이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노조파괴로 홍역을 앓고 있는 인천국제공항공사를 살펴봤다.


지난 6월 국제공항협의회(ACI)가 주관한 공항서비스평가(ASQ)에서 인천국제공항은 싱가포르의 창이공항과 중국의 베이징공항을 제치고 8년 연속 ‘세계 1위 공항’이라는 쾌거를 이룩했다.


하지만 이러한 금자탑 이면에는 노동자들의 피땀이 배어져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세계 1위 공항의 불편한 진실이 논란이 되고 있다.


IMF직후 출범한 인천공항은 핵심 사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인력이 아웃소싱화로 이뤄져 있다. 이 때문에 인천공항공사가 정규직 채용 확대, 자회사 설립을 통한 간접고용 흡수 등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 왔던 문제였다.


하지만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 노조는 지난 11일 오전 7시부터 다음날까지 ‘1일 파업’에 들어갔다. 이 파업에는 환경․설비․탑승교․소방대 지회 등 총 700여명의 조합원들이 참여했다. 노조는 고용안정 보장, 임금인상 및 착취 구조개선, 교대제 개편 및 인력 충원 노조활동 보장 등을 요구하며 투쟁의 강도를 살폈다.


노조의 한 관계자는 “공사 측이 파업이후에도 대화에 응하려는 의도가 보이지 않을 경우 16일부터 모든 투쟁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지난 14일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조인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부는 정창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을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인천지검에 고소했다.


‘노조파괴프로그램’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인천국제공항공사가 협력업체들에 대해 단계적 노조 파괴 방안을 전달했고 협력업체들이 이를 그대로 실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노조파괴 프로그램.


민주당 을지로 위원회는 지난 7일 기자회견을 열고 “인천공항공사가 하청 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을 파괴하기 위한 시나리오를 짜고, 노조 없는 인천공항을 만들기 위한 프로그램을 돌리고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확인 했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연맹 인천공항 지역지부는 지난달 28일 인천공항공사가 하청업체 소장들을 불러 6단계 노조 파괴 방안을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노조가 파악한 이 방안은 ‘우선 파업을 불법으로 몰아가고(1단계), 공사가 쟁의 주도 노조원 교체 요구(2단계)를 하면 협력업체가 교체 대상자를 해고(3단계)하며, 소송 제기 시 지연전으로 대응해 잔여 조합원 탈퇴 유도하고 마지막으로 노조를 파괴한다는 절차를 밟도록 했다는 것이다.


처우개선 요구 파업 돌입 왜(?)…노조파괴프로그램 무엇인가
사상 첫 파업에 ‘노동인권상’ 수상…직원 ‘도덕적 해이’ 지탄



은 의원은 보도자료에서 "인천공항공사는 최근 각 협력업체에 '계약위반행위 조치 및 재발방지대책 제출요구'라는 공문을 보내 노조 활동 관련 대응계획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을지로위원회는 “인천공항의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는 전체 공항 근로자의 87%에 달하는 6,000여명에 이른다”면서 “민간기업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노조파괴 활동을 공공기관이 버젓이 사전에 모의하고 업체들을 동원해 실행해 옮겼다는 것은 그 자체로 충격”이라고 지적했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공사와 다른 회사인 협력사의 노조를 파괴하기 위한 시나리오를 지시한 적도 없고 그렇게 할 필요도 없는 일”고 밝혔다.


직원, 도덕적 해이


공사는 지난달 국감에서도 직원들의 비리행위가 적발돼 사회적 물의를 빚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박기춘 민주당 의원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인천공항 교통영업팀 팀장과 대리 등 3명은 주차대행서비스를 독점하는 업체의 간부들에게 수백만원에 달하는 룸살롱 접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수많은 내외국인의 가장 많은 민원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 불법주차문제인 것을 감안하면 향응을 제공한 업체는 인천공항에서 독점적 위치를 부여받았기 때문에 이러한 특혜가 가능했던 것이다.


박 의원은 “공항 불편 1위인 주차대행 문제가 공사가 특정업체에 독점적 지위를 줬기 때문에 이러한 결과가 발생하고 있다”며 “공항공사의 도덕적 해이가 만연되어 있다”고 말했다.


또한 국회 새누리당 조현룡 의원이 인천국제공항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인천국제공항경찰대에서 적발·처리 중인 절도, 폭력 등의 사건이 295건 발생했다. 월평균 32.7건으로 2011년 한 해 동안 발생한 월평균 10.5건의 세 배가 넘는 수준이다.


인천국제공항에서 7대 범죄 중 가장 많이 발생한 범죄는 절도와 폭력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절도는 2011년 33건 대비 300%이상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또 인천국제공항을 통한 외환사범의 경우 870건이 적발돼 전체 적발(관세사범, 지재권사범, 대외무역사범, 외환사범, 무역사범) 건수의 55%를 차지했다.


범법 행위는 급증하지만 사고 처리 전담인력이 부족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보통 인천국제공항에서 발생한 범죄나 112신고 접수는 인천국제공항경찰대(총 병력 121명) 소관으로 처리되는 데 수사과가 32명에 그쳐, 하루 평균 출동 회수가 20회 이상에 달했다.


노동투쟁 속 ‘인권상’ 수상


한편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유엔글로벌콤팩트(UNGC)로부터 가치경영대상 시상식에서 ‘노동존중경영상’을 받아 의문을 자아내고 있다. 유엔 산하 전문기구인 UNGC의 가치경영대상은 유엔이 정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협약인 글로벌콤펙트를 가장 잘 이행한 국내 기업에 주어지는 상이다.


인천공항공사는 “바람직한 노사관계를 정립하고, 고용 및 업무에서 차별 철폐를 위해 노력한 우수기업을 뽑는 노동존중경영 부문에서 최우수 기업으로 선정돼 이 상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노조는 “바람직한 노사관계 적립을 위해 노조파괴 시나리오를 실행했냐”며 “이 상의 수상은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우롱 행위를 넘어 절대 다수가 된 우리 사회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국민을 기만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정창수 사장은 “기업시민으로서 노동존중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필수요소”라면서 “앞으로 공기업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해, 노조의 비난을 사기도 했다.


공항에 이용한 한 승객은 “한쪽에서는 노조가 인권 보호를 위해 집회를 펼치고 한쪽에서는 노조와 상생했다며 노동존중경영상을 받는 모습이 아이러니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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