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도 내 자식’‥굶길 순 없지

▲김정국 기술보증기금 이사장.
[스페셜경제=황병준 기자]국내 기술혁신형 기업의 기술보증 및 평가를 지원해 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는데 이바지하는 기술금융 전문지원기관 기술보증기금. 하지만 혁신기술을 지원해야할 기보가 퇴직자들이 설립한 기업에 과도한 기술 보증을 서는가 하면 퇴직자들 중 일부를 편법으로 다시 재취업 시키면서 ‘재 식구 감싸기’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스페셜경제>는 기술보증기금의 방만한 경영실태를 살펴봤다.


기술보증기금이 퇴직 직원에 대해 특혜보증을 실시하고 퇴사직원을 다시 채용하는 등 ‘제 식구 감싸기’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24일 국회정무위원회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이 기술보증기금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8년부터 올해 현재 기보 퇴직자가 설립한 기업은 총 34곳으로 총 132억3400만원의 보증서가 발급됐다.


재무상태 부실

또 최근 4년간 기보출신 퇴직자의 평균 지원금은 3억5400만원으로 일반 기업의 2억1500만원보다 평균 1억6400만원이나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문제는 보증서를 발급받은 기업의 상당수가 재무상태가 부실했다는 점이다.

김 의원은 “기보가 퇴직자 기업에 대해서는 적자 여부에 관계없이 기술 보증을 실시하고 있다”며 “자본금의 4배나 되는 보증을 하는 등 심사과정에서도 절차상의 공정성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보 팀장 출신 A 씨가 2011년 설립한 기업의 경우 자본금이 2억 원에 불과한데도 2년 사이 자본금의 배가 넘는 4억5,000만원 규모의 보증서가 발급됐다. 게다가 설립 이후 한 번도 흑자를 기록하지 못했고, 부채비율도 2,920%에 달하는데도 불구하고 올 들어 또 다시 보증서를 받았다. 바이오업체인 B사도 5년 연속 적자에다 부채비율이 780%인데도 3억 9800만원의 보증을 받았다.


기술보증기금의 한 관계자는 <스페셜경제>와의 전화통화에서 “퇴직자들에 대한 특혜 보증은 아니다”고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기금의 특성상 재무상태보다는 기술능력이 보증의 척도가 된다”며 “기금 퇴직자들의 누적 사고율 또한 전체 사고율보다 5% 가까이 낮다”고 설명했다. 또한 “퇴직자들이 보증을 가장 많이 받은 2008~2009년은 국내외 금융위기로 인해 재무상태 부실로 연결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퇴직자 설립회사 묻지마식 보증…재정보단 기술상태 우선(?)
자발적퇴사 직원 거액 퇴직금 받고 재취업…도덕적 해이 논란


기보의 방만 경영은 이뿐만이 아니다. 기금이 2005년 유동성 위기에서 구조조정을 실시해 자발적 퇴직을 한 직원에 대해서도 채용절차를 무시하고 다시 계약직으로 재취업을 시킴으로서 자신들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박민석 새누리당 의원에 따르면 기보는 지난 2005년 유동성위기로 구조조정을 실시해 160명이 명예 또는 자발적 퇴직을 했고 그중 49명은 조건부로 별도의 절차 및 공고를 생략하고 추심인력으로 계약직으로 재취업했다고 밝혔다.

재취업된 49명중 2013년 10월 현재에도 13명이 추심인력자로 현재까지 8년째 근무 중이며, 2007년~2009년 사이 모두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다.


젊은 인재 기금 회피


13명의 추심인력은 퇴직금으로 평균 1억6,100만원을 수령했고 남아 있는 직원 800여명이 6개월 동안의 급여 50%를 반납하면서 퇴직자들의 명예 퇴직금을 보탠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수령한 퇴직금은 순수퇴직금의 6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 의원은 “이들 퇴직자들은 남은 직원들의 급여를 나누어 지급받은 억대의 퇴직금에도 모자라 또 다시 재취업해 현재 남아있는 직원 13명은 평균 4,500만원 정도의 급여를 받고 있다”며 “구조조정이라는 명목만 내세울 뿐 실제로는 고액의 퇴직금에 남은 직원 급여 쪼개기 재취업 등의 편법적인 방법을 동원한 제 식구 감싸기의 전형적인 도덕적 해이”라고 주장했다.


▲부산 기술보증기금 신사옥.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직원 채용은 모두에게 동등한 기회를 제공해야 하지만 기술보증기금 회전문 취업은 국민정서에 큰 박탈감과 위화감을 조성하고 있다”며 “전문성 없는 곳에 자리를 옮겨 공기업에 재취업하는 것은 공공기관의 경쟁력 약화 원인중 하나”다고 말했다.


기술보증기금의 한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유동성 위기 속에서 감원을 실시했고 다시 재취업을 한 직원들은 효율적 운영방침에 따라 추심인력으로 변경됐다”고 말했다.


조원진 새누리당 의원은 지방 이전 공기업의 거주 환경을 돕기 위해 정부가 지원한 혁신도시 아파트를 전매한 직원들의 도덕성 해이를 질타했다. 조 의원은 “200만 원을 싸게 분양한 아파트를 구매하도록 다시 1% 저리 대출로 202억 원이나 지원해주었는데 이를 전매한 직원이 11명”이라며 “도덕적으로 가능한가”라고 따졌다. 이에 대해 김정국 기보 이사장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며 고개를 숙였다.


애매한 이사장


김정국이사장은 지난 8월 임기를 1년여 남겨두고 돌연 사의를 표명했다. 하지만 후임 이사장 인사가 아직 이뤄지지 않아 현재까지도 업무를 맡고 있다. 기보는 후임 이사장을 뽑기 위한 임원추천위원회도 아직 열리지 않고 있어 향후 이사장 자리에 대한 예매한 상황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이사장 인사지연으로 인해 다소 어색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며 “안정적인 조직 운영을 위해 빠른 시일 내에 이사장 자리가 결정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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