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 업체 등치고 비리 업고 질주 했나

▲고재호 대우조선해양 사장.
[스페셜경제=황병준 기자]올해 초 잇단 근로자 사망사고로 ‘죽음의 조선소’라는 오명을 썼던 대우조선해양이 최근에는 협력업체에 납품비리와 ‘갑의 횡포’를 벌인 사실이 적발되면서 국민적 분노를 사고 있다.


이번 납품비리사건은 대우조선해양의 임원급 직원을 비롯해 일반직원까지 다양한 형태의 비리에 수사당국도 혀를 내두를 정도여서 ‘비리백화점’의 진면모를 보여줬다.


이른바 ‘김연아 목걸이’ 요구 등 납품비리 수사에서 드러났듯이 대우조선해양의 감사시스템 부실과 함께 임직원의 ‘도덕적 해이’가 상당히 만연해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해 3월 고재호 사장의 취임 이후 각종 비리가 끊이질 않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을 <스페셜경제>가 살펴봤다.


대우조선해양이 43기(약117억8,000만달러 규모)의 상선 및 해양플랜트를 수주하면서 올해 목표액인 130억 달러 달성을 눈앞에 두고 순항하고 있다. 전 세계적인 조선업계 불황에도 나홀로 진격을 하며 국내 조선산업을 이끌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16일 미국 트랜스오션으로부터 드릴쉽을 수주했다. 올해 들어서만 7척의 드릴쉽 수주로 국내 조선사중 최다를 기록하고 있다.


갑의 횡포


하지만 잘나가던 대우조선해양이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국내 조선업계의 ‘빅3’인 대우조선해양이 최근 잇따른 비리로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임직원들은 자신들의 지위를 이용해 협력업체에 수년간 35억원에 달하는 금품을 받아 챙긴 것으로 검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지난 15일 울산지검 특별수사부는 대우조선해양의 납품비리 사건을 수사해 17명을 구속하고 13명을 불구속기소해다.


이번 납품비리 사건에는 대우조선해양은 상무이사를 비롯, 임원급 4명, 차·부장급 6명, 대리 1명 등 전·현직 직원 11명이 구속 기소됐다. 또 임원급 2명과 부장급 1명 등 3명은 불구속 기소됐고 나머지 임직원 12명에 대해서는 징계통보가 내려졌다.


검찰은 거액의 금품을 제공한 협력업체 관계자 6명은 구속기소하고 10명을 불구속 기소하는 등 총 16명을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대우조선의 납품비위행각은 지난 2008년부터 올해 2월까지 이른바 갑의 지위를 이용해 협력업체로부터 뜯어 낸 돈은 무려 35억원이다. 1인당 평균 2억원을 넘으니 최근 발생한 원전비리보다 더 많은 돈을 착폭한 셈이다.


특히 납품 조달 담당부서와 생산 담당 부서에서 비위 행각이 가장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협력업체 면전에 정확한 현금 액수를 비롯, ‘김연아 목걸이’, ‘골프접대’, ‘순금 행운열쇠’ 등을 구체적으로 요구하는 등 회사 전반에 걸쳐 비리가 만연해 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아들 수능에 순금열쇠 내놔


검찰에 따르면 대우조선의 A부장의 경우 아들의 수능시험을 치르는데 순금 행운의 열쇠를 사달라고 하고 시험 후 가족의 해외여행경비 일체를 제공 받았다. 또한 여행에서 돌아올 때는 업체 직원에게 차를 대기시켰다가 집까지 데려다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또 아내가 TV를 보고 김연아 목걸이를 갖고 싶어 하니 사오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김연아 목걸이는 시중에서 15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운동기구를 사올 것을 요구하고 집에 설치까지 하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잘나가다 ‘비리’에 발목 잡혀…잠잠하면 터지는 ‘비리공화국’
‘김연아 목걸이’부터 순금 열쇠까지…협력업체는 ‘노비’(?)



또 다른 B이사는 주택구입에 필요한 자금 중 일부를 받아 주택을 구입한 후 그 업체에 임대해 2배가량 많은 임대료를 받아오다 구속 기소되기도 했다.


또한 C차장은 12억원 상당을 차명계좌로 수수하고 그중 친모 명의의 계좌가 적발되자 친모와 자신의 관계를 부정하기도 하는 등 도덕적 해이의 끝을 보여 주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대우조선해양의 비리는 상식의 선을 넘어서 해외토픽감 비리를 보이고 있다”며 “갑의 횡포로 자충수를 둔 잇단 기업들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 관계자는 “조선업계의 빅 3로 갑의 위치에 있는 대우조선해양 많게는 억대의 연봉을 받으면서 임원부터 말단에 이르기까지 온갖 부패가 끊이질 안았던 것을 보니 회사의 도덕적 해이가 상당했던 것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검찰 수사는 5월초 관련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제보로 착수됐다. 수사 중에도 대우조선해과 협력업체 내부 직원의 제보가 이어져 5월 21일부터 10월 11일까지 약 140일 동안 강도 높은 수사가 진행됐다.


이번 검찰 수사로 납품비리가 드러나자 대우조선은 구매부서 등에 근무하는 직원과 그 가족의 금융거래정보를 공개하게 하는 등의 '반부패 대책안'을 마련하고 자정결의 대회를 개최했다.


대우조선은 국내 조선 산업의 빅3 업체 중 하나로 올해 1~3분기 매출액만도 11조원에 달하고 협력업체 수도 1,800여개에 이른다. 현재 한국산업은행, 금융위원회 등이 회사 지분 50%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사실상 국민의 회사로 매출의 98% 이상은 세계로 수출하고 있다.


임원급 사표요구(?)


고재호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검찰의 수사 발표 다음 날인 16일 임직원들에게 메일을 보내 이 사건과 관련해 “재발 방지를 위해 강력히 대처 하겠다”고 설명했다. 고 사장이 이번 슈퍼 갑질 논란에 대해 큰 위기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 인사팀은 17일 고 사장의 지시로 부사장 8명과 이모 전무 등 상무 이상 전체 임원 60명에게 “사표를 쓰라”는 연락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와중에 사내 분위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에 사표 논의는 일단락되는 해프닝으로 마감된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해양의 한 관계자는 <스페셜경제>와의 전화통화에서 “최근 임원회의가 열린 가운데에서 이 같은 의견을 논의한 적이 있지만 확정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사직서를 제출한 임원들도 없으며 회사도 사직서를 받을 계획이 없다”고 덧 붙였다.


대우조선해영은 지난 6월에도 납품가들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매 담당 임직원 4명이 구속되는 등 비리가 끊이질 않고 있다. 또한 지난 2009년에는 납품업체 비리와 관련해 본사가 압수수색을 당하기도 했다.


고재호 사장 책임론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민들의 세금으로 천문학적인 공적자금을 들여 부도 위기에 놓인 기업을 살려놨지만 결국 ‘갑의 횡포’를 휘두르는 비리백화점 기업으로 변했다”며 “현 경영진은 물론 국책은행으로 서 최대 주주인 산업은행도 관리 감독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 조선소.


현재 대우조선해양은 산업은행이 31%의 지분을 갖고 있으며, 남상태 전임 사장에 이어 고재호 사장이 지난해 3월 취임해 경영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이로 인해 고재호 사장의 책임론까지 대두되고 있다. 고 사장은 대우조선해양의 평사원으로 출발해 누구보다 회사 사정에 밝은 그가 현장의 비리와 관행을 미처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은 결국 고 사장의 리더십에 위기가 찾아 왔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이런 실무적인 차원의 조치로 과연 고질화된 ‘비리 문화’를 고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현금이 오가는 상황에서 금융정보를 공개한다는 것이 과연 실효성을 발휘하겠느냐는 것이다.


게다가 남상태 전임 사장의 3연임 로비 의혹 과정에서 이사급의 감사실이 없어지고 감사1팀과 감사2팀으로 나눠져 법무실 소속으로 축소된 것도 감사 기능을 약화시킨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고 사장의 입지가 상당히 축소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잇단 비리사건에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죽음의 조선소 ‘오명’


대우조선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잇따른 근로자 사망사고로 안전관리에 심각한 구멍이 생긴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1월 중순 배관작업을 하던 민 모씨가 갑자기 떨어진 325t짜리 선박블록에 깔려 사망하는 사고가 벌어졌는가 하면, 다음달 7일에는 사내 하청노동자로 일하던 진 모씨가 추락해 사망하는 일도 발생했다. 사건 당시 진 씨의 나이는 19세로 일을 시작한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진 씨는 건조중인 4241호선 A안벽에서 작업을 하다 26미터 아래로 추락해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지난해 11월 15일에는 5~6t 짜리 선박 받침대 이동 작업을 하던 박 모씨가 받침대에 깔리는 협착사고를 당해 그 자리에서 사망하는 등 11월부터 2월까지 4개월 동안 3명의 작업자가 연이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내부감사시스템 부재


업계 관계자는 "2006년 남상태 전 사장이 취임하자 회사의 몸집이 빠르게 커지면서 신규 사업 등을 통해 비리 유혹을 받을 수 있는 여지가 많았고, 당시 내부 감사 시스템이 미흡하다보니 감사가 제구실을 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여기에 대우조선해양이 뒤늦게 서둘러 후속 대책을 마련하다 보니 미흡한 점도 있다. ‘민감직무 수행자에 대한 금융정보 거래 공개안’의 경우 금융정보공개와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 문제가 충돌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원스트라이크아웃 제도도 기준과 근거가 명확치 않을 경우 임직원들의 불만을 초래할 수 있는 소지가 다분하다.


대우조선해양은 이번 납품 비리로 물의를 빚고 있는 가운데 임직원들의 처벌 수위를 논의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내부거래 정황 드러나


대우조선해양의 20개의 계열회사의 상당수가 모기업과의 내부거래를 통해 성장하거나 실적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대표적인 회사는 ‘디에스온’이다. 실내인테리어사업을 하고 있는 디에스온은 지난해 613억원의 매출과 28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디에스온이 매출 613억원 중 대우조선해양으로부터 거둬들인 거래는 480억원. 여기에 대우조선해양건설이 98억6,500만원, (주)웰리브 1억8,500만원, 에이유디씨종합건축사무소 4,900만원 등 대우조선해양의 계열회사에서 실적을 낸 금액만 582억7,800만원을 차지한다. 95% 이상의 매출을 계열회사로부터 손쉽게 이룩한 셈이다.


35억 초대형 비리 현장…임직원 11명 구속 ‘비리 쓰나미’
임원급 60명 ‘전원 사표’ 해프닝…일감 몰아주고 곳간 채우고



디에스온이 계열사들과 거래한 매출 대비 비중은 2007년 82%(총매출 22억원/내부거래 18억원), 2008년 89%(387억원/344억원), 2009년 91%(430억원/391억원), 2010년 89%(380억원/338억원)로 나타났다. 디에스온은 계열사로부터 거둬들인 수입을 기반으로 몸집을 키워나갔다.


이 외에도 선박 엔지니어링 서비스업을 하고 있는 (주)디섹, (주)해동이엔지, (주)성원엔지니어링, 선박 부품 제조를 하는 신한기계(주), 삼우중공업(주), 창고업을 하는 비아이디씨(주), 기관구내식당을 하는 (주)웰리브, 선박건조업을 하는 대한조선(주) 등이 대우조선해양과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분석결과 디섹의 지난해 매출 2,689억원 가운데 2214억원인 82%를 계열회사를 통해 기록했으며 대우조선해양과의 거래도 1305억원을 기록했다.


2011년에도 대우조선해양(1834억원) 등 계열사들은 매출 3613억원 중 2995억원인 83%애 달하는 거래를 디섹에 몰아줬다.


해동이엔지와 성원엔지니어링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두 회사는 지난해 각각 61억원과 33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모두 대우조선해양에서 거둬들였다.


신한기계와 삼우중공업 역시 매출 대비 80~90%의 내부거래 비율을 보이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조선소 등에서 구내식당을 운영하는 웰리브는 지난해 매출 1607억원 중 대우조선해양에서 626억원, 삼우중공업과 에프엘씨 등 내부 계열사를 통해 703억원인 44%를 거둬들였다.


가장 주목되는 것은 디에스온이다. 디에스온은 대우조선해양건설이 32.45%, 이창하씨가 67.55%의 지분을 갖고 있다. 디에스온은 에이우디씨종합건축사무소의 10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수상한 거래


여기서 한 가지 주목되는 것은 디에스온의 최대주주인 이창하씨가 바로 방송에 자주 출연했던 유명건축인이다.


당초 이 씨와 대우조선해양건설은 각각 51%(51만주), 49%(49만주)를 갖고 있다가 유상증자 등을 거쳐 현재의 지분으로 변경됐다.


이 씨는 MBC의 <러브하우스>에서 건축을 소개하면서 유명세를 탔고 대우조선해양과 2002년 서울 사옥의 인테리어를 이 씨가 맡으면서 관계가 형성됐다.


2006년 2월 14일 대우조선해양에 남상태 사장이 내정된 직후인 2월 22일, 자회사인 대우조선해양건설이 이창하 씨 소유의 장유종합건설을 인수했다. 대우조선해양건설은 그해 4월 21일 이 씨를 대우조선해양건설의 관리총괄전무로 임명했다.


이후 2007월 4월 19일 대우조선해양건설은 자본금 5억 원 규모로 인테리어 사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디에스온(D당시 사명은 '이창하홈')'이라는 자회사를 만든 뒤 이창하 씨에게 지분율 51%를 몰아주고 대주주로 세웠다. 대우조선해양의 손자회사를 이 씨가 맡게 된 셈이다. 이후 대우조선해양건설은 이 씨의 지분율을 67.55%까지 끌어올려줬다. 이 과정에서 당연히 대우조선해양건설의 지분율은 줄어들었다.


이창하씨는 2006년 협력업체의 공사 청탁 명목으로 3억 원을 받아 챙기고 회사돈 69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 기소돼, 지난해 12월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받았다.


창립 40주년 새로운 출발


지난 24일 거제 옥포조선소에서는 대우조선해양 창립 40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고재호 사장은 “우리는 고난과 역경이 닥칠 때마다 이를 도약의 계기로 삼아 딛고 일어섰다”며 “열정과 자존심을 갖고 일하던 때의 초심을 되찾아 40년 역사를 이어 대해양시대를 이끌어 나가는 기업으로 거듭나다”고 말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잇따른 악재로 흔들리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이 새로운 돌파구 마련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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