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앞에 장사 없다?‥불법 나 몰라라


[스페셜경제=조경희 기자]국민체육진흥기금 조성을 위해 운영되는 스포츠토토. 스포츠토토는 국가정책사업으로 체육진흥투표권사업을 통해 종성된 기금은 국내 스포츠발전을 위해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스포츠토토를 관리, 발행, 수탁운영 사업자인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체육진흥공단, 스포츠토토의 운영이 실제로는 불법을 알고도 이를 묵인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또 소문으로만 떠돌며 실체를 확인할 수 없었던 불법 무한베팅 실체가 드러났다.

1인당 10만원 한도 내에서 구매할 수 있다던 스포츠토토는 사실상 100만원에서 5000만원까지 발매됐다. 더욱이 이 같은 불법배팅 행위는 매주 2회 보고가 되고 있었다는 점에서 알고도 ‘묵인’ 했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1人 10만원 한도라더니‥5천만 원까지 베팅 정황포착
100억 원대 소송중인 오리온에게 운영권 또 밀어줘

국내 스포츠발전을 위해 운영되고 있는 스포츠토토가 사실상 비리의 온상으로 드러났다. 국회 교육문화관광체육위원회 소속 민주당 박홍근 의원이 국민체육진흥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스포츠토토 발매기록’을 분석한 결과 한사람이 100만원에서 5000만원까지 투표권을 발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2만원으로 쪼개 5000만원 발매

지난 3월 25일 실시되었던 25회차에서 발매금이 3천만 원에 불과했던 **판매점은 3월 28일부터 실시됐던 26회차에서 총 발매건수와 발매 금이 4,952건과 1억6,626만원으로 급등했다. 다음 4월 1일부터 시작된 27회차에서는 총 발매금은 7천만 원으로 뚝 떨어졌다.

일반 판매점의 평소 회차당 평균 매출액인 3백만 원 이상 동일조합이 무려 전체 발매금의 58%인 9천6백만 원을 차지하고 있었다. 특히 ‘080패116패130패’라는 하나의 동일조합에 4997만원을 베팅했다. 박 의원실 확인 결과 이들은 이틀 밤낮으로 2426회에 걸쳐 2만원권을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3월 29일 11시44분32초부터 2만5천원 권을 수차 구매하기 시작해 이후 2만원권으로 변경하고 30일 오후 5시56분12초까지 총 20시간 16분 동안 2426회에 걸쳐 4,997만원 어치를 발매했다.

1분 당 30만원 초과 발매 시 경보장치가 발령되는 데 이를 피하기 위한 꼼수다. 전산기록상 발매일시를 보면 거의 5초, 6초 단위로 기계적으로 발매한 정황이 드러난다.

하지만 스포츠토토측 전산 상에서 ‘발매 이상 징후 경보발령시스템’은 단 한 차례도 울리지 않았다.

박 의원에 따르면 또 다른 스포츠토토 고객은 17시28분55초부터 31분26초까지 ‘1분당 30만원 초과발매금지’를 교묘하게 피해 40만원을 발매하고 퇴장했다. 상당수의 스포츠토토 고객들이 10만원 이상의 금액으로 불법 베팅을 하고 있다는 증거인 셈이다.

스포츠토토 판매점 당 투표발매기는 1대인데, 만일 이 베팅이 불법이 아니라면 2만원 발매 고객 2426명이 길게 이틀간 줄을 서서 5, 6초 간격으로 판매돼야 했다는 것. 하지만 어디에도 줄을 선 흔적은 없었다.



불법 고액베팅 ‘시인’


사실상 판매점주들은 이에 대해 불법 고액베팅을 했음을 시인하면서 그 파장은 더욱 크게 일고 있다.

이틀 밤낮 2426회에 걸쳐 5천만원을 베팅한 **판매점주는 스포츠토토(주)조사에서“세 사람이 현금을 주고 부탁한 것이다”며 불법 고액베팅을 시인했다.

또 이 같은 불법행위는 판매점 일명 ‘복권방’ 뿐만 아니라 체인사업자 판매점에서도 자행됐다. 체인사업자는 GS25, 세븐일레븐, 패밀리마트, 바이더웨이, 미니스톱, 재향군인회와 위탁사업자 계약을 체결하면서 판매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데 이러한 체인사업자 판매점에서도 불법행위가 지속돼온 것으로 나타났다.

박홍근 의원은 “체인사업자 토토판매점 3곳의 발매전산기록을 분석한 결과 3곳 판매점 모두 ‘1인당 10만원 이상 발매할 수 없다’는 규정을 어기고, 1인당 50만원, 100만원, 300만원의 불법 고액 발매 정황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경남 창원시 **판매점은 ‘1분당 30만원 이상 발매할 수 없다’는 규정을 피하기 위해, 1분당 25만원씩 쪼개 총 14회 베팅하는 방식으로 350만원을 발매했다.

전남 순천시의 또 다른 @@판매점은 1만원권을 10초 단위로 60회로 나눠 총 60만원을 베팅했다.

박 의원실 관계자는 <스페셜경제>와의 통화에서 “복권방이 아닌 ‘체인사업자가 관리하는 토토판매점’에서 조차 이러한 불법 정황이 포착됐다는 것은 스포츠토토 불법이 대단히 관행적이고 고질적인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꼬집었다.


동일조합 매주 2회 보고 받고도 모르쇠…불법 묵인?
박홍근 의원 “전자카드제 도입으로 투명성 확보해야”

관리·감독 누구 탓?


사행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이하 사감위)가 스포츠토토에 대한 현장점검과 단속을 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스포츠토토에 대한 현장점검과 단속실적이 단 한차례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사감위의 최근 5년간 단속실적을 살펴보면 경마, 경륜, 경정, 카지노 등의 사행산업에는 400건 부터 700건 이상의 현장을 점검하고 카지노 사업 같은 경우 5000건이 넘는 적발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스포츠토토는 단 한차례의 점검과 적발이 없었다.

사감위 자료에 따르면 경마는 707건의 점검을 통해 16,544건의 위반건수를 적발했고, 경륜은 447건 점검 3,329건 적발, 경정은 598건 점검 5,159건 적발, 카지노는 942건 점검과 5,619건의 적발이 있었다.

그러나 스포츠토토는 검검횟수와 적발건수가 전혀 없었다. 사감위 현장조사팀이 경마, 경륜, 경정, 카지노는 매년 200회 차례 점검을 실시하면서도 유독 스포츠토토 판매점만 불법행위 적발을 위한 현장 단속점검을 단 한 차례도 실시하지 않은 것이다.

대신 사감위는 매년 3~4회 체육진흥투표권 판매점 현장실태 점검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현장실태 점검이라는 것이 구매한도 안내문이나 홍보물 부착 정도만 육안점검하고 ‘미흡’, ‘양호’로 결과표를 작성하는 매우 형식적인 것이었다.

박 의원은 “스포츠토토만 ‘치외법권’으로 특혜를 주고 있었다”며 “단속과 관리가 소홀하던 사이 스포츠토토는 매회 3단계 경보가 50~60회 발생할 정도로 불법이 자행되고 있었다. 지난 7월에는 47회, 8월에는 59회의 3단계 적색경보가 울렸다”고 지적했다.



불법 최소화 위해 ‘전자카드’ 도입해야


스포츠토토는 문화체육관광부가 감독기관으로 사업계획, 발행계획을 승인하며 발행사업자에 대한 지도 감독을 담당한다. 또 국민체육진흥공단은 발행사업자로 수탁사업자에 대한 관리, 감독을 담당하고 투표권에 대한 수익금을 배분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스포츠토토라는 수탁사업자가 있다고 해도 상위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민체육진흥공단이 불법베팅이 자행되고 있었던 점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전자카드 등을 도입해 사행성을 걷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 상위기관은 지난 18일 스포츠토토에 대한 불법베팅 실태가 드러난 만큼 ‘발매 이상 징후 경보시스템’과 ‘현장감독’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전자카드 도입이 빠진 경보시스템 개선, 현장감독 강화 방안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박 의원은 특히 국민체육진흥공단 등이 기회가 있을 때 마다 말을 바꿔 전자카드를 회피하고 지연시켜 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행성 논란에 대한 지적은 사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2008년 1차 사행산업종합계획에서는 2011년 전면실시를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2년 후인 2010년 1월 건전화 평가 후 도입여부 결정하기로 하고 2011년 전자카드 대상에서 제외됐다. 지난 2012년 12월에는 사감위 전체회의에서 2017년 전자카드제 전면도입 전제로 스포츠토토의 매출총량인 2447억 원을 증액하기로 했다. 현재는 전자카드제 시행여부에 대한 재검토로 입장이 전환됐다.

그리고 이 같은 입장의 변화에는 바로 ‘수익성’이 도사리고 있다. 즉, 수입이 줄어들까봐 전자카드제 도입이 지연되고 있다는 것이다.

박 의원실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실제로 토토 판매업주에 따르면 이러한 불법베팅 행위를 하지 않을 경우 매출의 40~50% 이상이 사라질 것”이라며 “매출액이 반토막나더라도 전자카드를 도입해서 불법을 근절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스포츠토토를 자회사로 ‘국유화’ 하겠다면 반드시 전자카드 즉시 시행이 전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체육진흥공단, 알고도 묵인?


불법베팅과 관련 민주당 박홍근 의원은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이러한 불법판매 사실을 알고도 묵인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스포츠토토는 토토발매 관리지표로 발매액급등, 동일조합 등 3가지를 정해 실시간으로 체크하고 회차가 끝날 때마다 그 결과를 국민체육진흥공단에 보고하고 있다. ‘발매 이상 징후 시스템 결과 보고’로 보고되는 이 문서는 동일조합에 관한 내용도 상세하고 보고되고 있다.

이에 박 의원실측에서는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이 같은 불법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고 보는 것이다.

박 의원실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국민체육진흥공단은 한 달에 1회 보고를 받으며, 동일조합에 관한 것은 없다고 설명했으나 사실 이것은 보고사실을 축소, 은폐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발매이상 징후 시스템 결과보고 문서 중 동일조합 보고문서에 따르면 26회차 보고에서는 91.3%와 87.3%의 동일조합 발매비율이 보고됐다. 1호점이 올린 317만원의 매출 중에서 91.3%인 290만원이 동일조합으로 발매됐고, 184@ 판매점에서는 1,146만원 매출 가운데 87.3%인 1000만원이 동일조합으로 발매됐다는 것이다.

박 의원실 관계자는 “확률적으로 봤을 때 이 같은 수치가 나올 수 있는 가능성은 ‘0’에 가깝다”며 “더욱이 경보단계 구간이 3단계 구간으로 동일조합의 발매비율이 91%가 넘어가게 된다면 합리적인 의심이 가능했어야 했는데 이에 대해 몰랐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사업자 선정 늦어져 ‘지지부진’


오리온에서 운영권을 가진 스포츠토토는 현재 ‘인수인계’ 상태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사업자 선정을 두고 진통을 겪는 상황에서 오리온이 새로운 사업자를 선정할 때 까지 임시로 운영하는 상태다.

당초 스포츠토토의 사업자 재선정은 지난 9월말이다.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이 계류중인 상태로, 이 법안이 통과되면 스포츠토토 사업 자체가 국유화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 스포츠토토의 최대주주는 오리온으로 1089만6867주(66.64%)의 주식을 갖고 있다. 이어 신한은행이 9.48%, 흥국생명보험이 2.48%, 드림네스트가 1.83%의 지분을 갖고 있다.

스포츠토토는 그간 오리온에서 스포츠토토와 관련된 비리와 횡령 사건이 발생하면서 오리온에 대한 특혜 및 로비 의혹이 일기도 했다. 현재 인수인계 중이라고 입장을 밝힌 오리온의 경우 국민체육진흥법을 개정하기 전까지 한시적으로 오리온과 재계약을 맺은 상태다.

비리도 끊이지 않았다. 조경민 전 오리온그룹 전략담당 사장은 스포츠토토 계열사 임직원의 급여를 실제보다 많이 지급한 것처럼 꾸며 차액을 빼돌리고, 친형이 운영하는 업체에 각종 거래를 몰아준 뒤 발주물량을 부풀리는 수법 등으로 100억 원대 배임·횡령을 저지른 혐의로 기소돼 지난달 항소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이 때문에 지난 7월 스포츠토토 소액주주들은 최대주주인 오리온그룹 전 임원들이 저지른 비리로 회사가 손해를 입었다며 100억 원대의 손해배상 소송을 내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체육진흥투표권 사업 및 관련 부대사업을 목적으로 500억원의 자본금으로 시작된 스포츠토토사업이 결국 관리감독, 발행, 수탁 ‘삼박자’가 모두 틀어지면서 ‘불법’의 온상이 되고 있다. 럭키 비즈니스로 불리는 사업이 결국 ‘럭키’ 대신 ‘사행성’에 빠지지는 않는지 관리감독이 절실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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