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정채희 기자] 원청업체의 납품 비리 논란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지만, 대우조선해양(사장 고재호)의 납품 비리는 수사를 맡은 검찰조차 혀를 내두를 지경인 것으로 드러났다.


대우조선해양 납품비리 사건을 수사중인 울산지검 특별수사부(부장검사 최창호)는 협력업체로부터 총 35억원가량의 금품을 받은 대우조선해양 임직원과 금품을 제공한 협력업체 대표 등 30명을 기소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번 검찰 수사로 대우조선해양은 상무이사를 비롯해 임원급 4명, 차·부장급 6명, 대리 1명 등 대우조선 전·현직 직원 11명이 구속 기소됐으며, 임원급 2명, 부장급 1명 등 3명은 불구속 기소됐고 나머지 임직원 12명은 징계통보 대상에 올랐다.


검찰 조사를 보면, 이들의 불법 행위는 도를 넘어섰다. 금품을 수수한 A부장은 협력업체 직원에게 아들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는데 순금 행운의 열쇠가 필요하다고 주문한 뒤, 수능이 끝나자마자 가족의 해외여행경비 일체를 이들에게 일임했다. 심지어 A부장은 해외여행이 끝난 뒤 협력사 직원을 운전기사처럼 부렸다.


그는 또 아들에 이어 자신의 아내가 텔레비전 속 유명 스포츠스타의 목걸이를 탐내자 “아내가 갖고 싶어 하니 사오라”고 요구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목걸이의 시중가는 1500만원 상당이다.


‘갑(甲)의 횡포’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B이사는 주택구입에 필요한 자금 일부를 협력업체 로부터 제공받은 뒤, 무려 2배를 웃도는 임대료를 받으며 협력업체의 기숙사로 활용하게끔 했다. 협력업체는 원청업체의 횡포에 ‘울며겨자먹기’로 이 제안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이밖에 대우조선해양의 한 차장급 인사는 어머니 명의로 된 수십억원 상당의 차명계좌가 발견되자, 검찰에게 친모와 자신의 관계를 부정하는 등 회사 일부 직원들에게 ‘도덕적 해이’가 만연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이와 관련 “회사가 임직원 개인적 비리를 알아채는데 한계가 있다”면서 사측의 조직적 비리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검찰 조사가 진행되는 와중에도 일부 임원은 협력업체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뒤 현금다발 1억원 상당을 집과 사무실 등에 보관해 회사의 내부관리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한, 지난 6월 검찰이 조달부문 직원 4명을 구속한 뒤 대우조선해양은 부하직원 관리의 책임을 물어 조달부문장을 직위해제했지만, 사건이 잠잠해질 무렵인 지난 8월 임원으로 복귀시켜 비리방지책의 진정성을 의심받기도 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지난 9월 반부패 선언식을 개최하고, 임직원 전원이 이에 동참키로 했다”며 “반부패 대책을 문서화해 규정을 만든 만큼, 회사에서도 이번 기회를 통해 털고 갈 건 가겠다는 입장이다”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의 반부패 대책안에는 △협력업체와 골프 등 행위 전면 금지, △납품 등 민간직무 담당 직원의 금융정보 공개(사기업 중 최초), △선물·청탁·친인척 거래 등 자진등록, △비리 적발시 즉각 퇴출(원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 등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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