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저조, 건강상 이유 들어 전격 사의 표명

[스페셜경제] ‘팬택의 신화’ 박병엽 부회장의 시대가 저물었다.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인 팬택의 박병엽 부회장은 9월 24일 채권단에 전격 사의를 표명, 경영에서 물러났다. 팬택이 올 초 시장에 내놓은 전략스마트폰 ‘베가아이언’이 애플과 삼성, LG 등 경쟁사의 신작에 밀리면서 실적 악화에 따른 부담이 상당했던 것으로 보인다. ‘승부사’ 박 부회장이 떠난 자리에는 이준우 대표이사가 홀로 남아 고강도의 혁신을 감행할 계획이다. 그러나 팬택의 홀로서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애플=스티브 잡스’이듯 ‘팬택=박병엽’이라는 인식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지적이다.


팬택 등에 따르면, 박 부회장은 최근 스마트폰 실적이 부진한데 따른 책임과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은행 채권단 측에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박 부회장이 스마트폰 실적 저조로 팬택 국내외 임직원들이 인원 감축 대신 6개월 무급휴직제를 감내해야 하는 데서 큰 책임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흑자 달성 약속했는데…


박 부회장은 팬택이 지난 2011년 말 워크아웃을 졸업한 뒤 퀄컴과 삼성전자로부터 각각 260억원, 53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는 등 경영정상화를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팬택은 지난해 3분기 17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5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워크아웃 이후 5년 만의 영업적자에 박 부회장은 지난 3월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좋지 못한 성과를 내서 죄송하다”며 주주들 앞에 고개를 숙였다. 이후 올해 내부조직 재정비와 사업구조의 과감한 조정을 통해 ‘흑자’를 달성하겠다고 약속, 국내에서만 LTE스마트폰 300만대 이상 판매, 국내외에서 1000만대 이상의 판매를 통해 3조원 대 매출을 계획했다.


이 계획에 따라 팬택은 박 부회장이 외부투자자금 유치와 재무구조 개선 등 외부의 일을 도맡았으며, 이준우 대표이사는 제품개발 등의 현장경영을 총괄하는 ‘투톱 체제’로 운영돼 왔다.


또한, 팬택은 2년여의 노력을 기울인 전략스마트폰 ‘베가아이언’을 통해 LTE 시장서 2위(현 LG전자) 자리를 탈환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신작 ‘베가아이폰’은 경영진의 기대와 달리 시장으로부터 큰 호응을 끌어내지 못하면서 박 부회장이 실적 악화에 대한 부담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베가아이언’ 출시 당시 스마트폰 시장은 올 초부터 정부의 이동통신사 보조금 규제가 강화되면서 크게 위축됐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지 못한 팬택의 손실 폭은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실제 지난 1분기에는 78억원, 2분기 49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흑자 달성에 대한 기대치가 한 풀 꺾인 것이다.


국내 시장이 이통사 보조금 규제로 위축됐다면, 국외시장은 삼성과 애플의 양강구도로 끼어들 틈이 만만치 않았다.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삼성과 애플, 양강으로 구축된 데다 후발주자였던 LG전자는 이미 한 발 앞으로, ZTE 화훼이 등 중국업체들의 추격 또한 거센 상황.


박 부회장은 이같은 상황 속에서 지난 6개월간 별도의 휴식 없이 일에 매진해 오면서 건강상의 무리가 겹쳐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팬택, 6개월 무급휴직 등 고강도 혁신


‘승부사’ 박 부회장이 떠남에 따라 팬택은 향후 이준우 대표이사 ‘원톱 체제’로 운영될 것으로 전망된다.


팬택은 당분간 해외 사업은 축소하고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 총력을 기울여 현재 상황을 타개하는 것을 1차 목표로 삼았다. 또한, 인력 구조조정 대신 6개월 무급휴직제를 실시, 고강도 사업구조 혁신을 진행키로 했다. 무급휴직 규모는 800여명으로 팬택 총 인원의 약 25%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선 지난달에는 과장급 이상 간부들이 자발적으로 임금 삭감을 결의한 바 있다.


때문에 박 부회장이 이같은 상황에서 경영진으로서의 큰 책임감을 통감해 사의를 표명했을 것이란 분석도 제기됐다.


일각에선 박 부회장이 사의 표명을 번복할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박 부회장이 지난 2011년 12월에도 채권단에 사의를 표명한 지 얼마 안 돼 이를 뒤집은 바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박 부회장이 사의 표명으로 일종의 승부수를 던진 게 아니겠냐는 조심스런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박 부회장의 사의 표명이 전해진 뒤 시장은 팬택의 미래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다. ‘애플’하면 으레 고(故) 스티브 잡스를 떠올리듯, 팬택의 신화 박병엽에 대한 인식이 향후 경영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단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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