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2대주주 권리 VS 금호아시아나 흔들기”

[스페셜경제] 금호아시아나그룹(회장 박삼구)과 금호석유화학(회장 박찬구)간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다. 금호산업이 경영 정상화를 목전에 둔 가운데 정상화방안의 주요골자인 아시아나항공 CP(기업어음) 출자전환을 놓고, 양사간 의견이 크게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금호석화 측에서 공정거래위원회에 상호출자금지법 위반 유무를 질의, 공정위의 유권해석에 따라 금호산업 정상화의 성공 여부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일각에선 금호가(家) 형제간의 갈등이 ‘금호산업 정상화 방해’로 변질된 것은 아니겠냐며 금호석화가 도를 지나쳤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금호석화 측은 “아시아나 2대주주로서의 권리를 행사했다”며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금호석유화학이 금호산업의 경영정상화를 방해하고 있다.”


금호산업은 지난 9일 공정거래위원회, 금융감독원에 이같은 내용이 담긴 탄원서를 자사 임직원 명의로 제출했다. 앞서 금호석유화학이 공정위에 ‘금호산업의 경영정상화 방안’이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금지에 위반되는지 공식질의한 데 따른 것이다.


앞서 금호산업의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은 구조조정중인 금호산업의 경영정상화 방안으로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790억원 규모의 금호산업 CP를 출자전환하는 방법을 택했다. 그러자 아시아나항공의 2대주주 금호석유화학이 CP 출자전환에 이의를 제기했다. 해당 방식이 상호출자 예외조항에 해당하지 않아 공정거래법상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 (좌) 박찬구 금호석화 회장, (우)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
형제간 갈등, 경영으로 표출?


금호석화가 공정위 측에 공식질의를 접수하면서 산업은행이 마련한 경영정상화 방안은 현재 ‘보류’ 상태에 빠졌다. 공정위의 유권해석 결과에 따라 금호산업 구조조정의 성공여부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금호산업 측은 “공정위의 유권해석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현재 우리은행 등 주요 채권단이 산은의 방식에 조건부 동의했다. 채권단의 동의율이 70%에 육박해 통과엔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구조조정 기업의 회생계획은 채권단의 75% 이상의 동의가 있어야 통과된다. 그러나 금호산업의 경우, 공정위의 유권해석 결과에 따라 결의 자체가 취소될 수 있는 ‘조건부 동의’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뿔난’ 금호아시아나는 금호석화 측에 책임을 묻고 있다. 박삼구 회장이 직접 2200억원 규모의 사재출연을 했을 만큼, 금호산업 정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금호아시아나로선 금호석화의 이번 행동이 경영정상화를 ‘방해하는 시도’로 풀이됐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회생계획이 실패할 경우, 박삼구 회장은 최근 STX그룹의 강덕수 회장처럼 금호산업 경영권과 등기이사직에서 박탈당할 위기에 놓인다.


이에 금호아시아나 측은 금호석화가 “금호산업의 구조조정 탈출에 발목을 잡는 행위를 하고 있다”며 비난의 강도를 높였다.


금호아시아나의 한 관계자는 “한쪽에선 기업을 살리려고 힘을 쓰고 있는데,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방해하는 게 말이 되냐”며 “그간 금호석화가 그룹을 흔드는 시도를 해도 형제갈등으로 보이는 게 싫어서 대응하지 않은 측면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의 상황은 도가 지나친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우리를 방해하는 게 목표인 듯 의사결정 하나하나에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금호석화 측이 2대주주 권리를 내세워 ‘흠집 내기’를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심지어 그룹 안팎에선 박삼구 회장을 경영일선에서 끌어내기 위함은 아니겠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채권단 측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금호석화가 지난 2010년 채권단과 아시아나 지분매각을 약속했으면서 이를 차일피일 미루다가 이번 상황에 직면했다는 것이다. 금호석화 측은 지분매각을 하겠다는 것에는 변화가 없지만, 매각 시기를 두고 고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비즈니스 관점에서 접근해야”


반면 금호석화는 “아시아나의 2대주주로서 정상화 방안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을 뿐, 다른 의도는 없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방해설’, ‘흠집내기’ 의혹 등에 대해서도 “전혀 무관하다”며 최근의 여론이 당황스럽다고 전했다.


금호석화 관계자는 “2대주주로서 단순 ‘비즈니스적’인 관점에서만 접근해야 한다”라며 “싸움을 건다는 식으로 생각하면 매우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경영정상화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공정위의 유권해석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금호아시아나와 채권단 측의 불만은 그간 금호가(家)의 형제간 갈등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지난 2006년 대우건설 인수 실패로 금호가의 오랜 전통이었던 ‘형제경영’에 금이 갔다. 사남인 박찬구 회장이 형(삼남) 박삼구 회장에게 경영실패에 대한 반기를 들면서 사실상 ‘아시아나 지분’이란 연결고리만 남겨진 채 그룹이 분리된 것이다. 이후 금호가에는 ‘형제의 난’이라는 오명이 따라 붙으며 재계의 아름답지 못한 사례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재계 안팎에선 이번 금호산업 경영정상화 논란과 관련, “‘권리와 도리’ 사이에서 벌어진 문제”라며 “국민들 눈에는 오너일가간 잦은 싸움이 자칫 ‘막장’으로 비쳐질 수 있는 소지가 큰 만큼, 형제간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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