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로움이 없을 수 없지만, 대승적으로 채권단의 뜻에 따르겠다"

[스페셜경제] 강덕수 STX그룹 회장이 결국 STX조선해양의 대표이사와 이사회의장직에서 물러나기로 결정했다. 그간 채권단 등의 거센 퇴진압박에도 귀를 닫았던 강 회장이 사퇴를 결심하면서 ‘샐러리맨 신화’의 한 시대가 저물게 됐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강덕수 회장은 이날 오후 2시 열린 STX조선 이사회에서 “경영에 대한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채권단의 의견(사임 요구)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사사로움이 없을 수 없지만, 대승적으로 채권단의 뜻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STX조선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지난 3일 강 회장에게 대표이사 및 이사회 의장직을 사임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새로운 경영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필요성에 따른 강권이었다.


채권단 측의 사임 요구에 당시 사측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며 채권단이 ‘월권행위’를 하고 있다고 항의했다. 특히 사측은 공식입장을 통해 “강 회장이 샐러리맨으로 시작해 오너 경영인으로 변신, 재계 10위권의 대기업을 일궈냈다”며 “백의종군, 결자해지의 자세로 회사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마지막 소명을 다하고자 하는 강 회장에게 한 번의 기회가 다시 주어지고(져야 한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또한, “채권단과의 원활한 협조를 이뤄나가는 것이 현재 STX조선해양이 직면한 경영상 문제를 해결하고 기업회생을 이루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며 더 이상의 갈등이 없기를 촉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불과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사측이 채권단의 ‘월권(?) 행위’를 수용하기에 이르렀다. 이날 이사회에서 사측은 박동혁 대우조선해양 부사장을 대표이사직(등기이사)에 선임했다. 강 회장이 채권단의 의견을 받아들인 것이다.


한편, 이번 결정으로 강 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나게 됐다. 이미 지난달 2일 경영책임을 이유로 STX팬오션 대표에서 물러나면서 그룹 내 입지가 좁아진 바 있기 때문. 업계에선 ‘샐러리맨 신화’가 저문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전하면서도 STX조선의 수장으로 자리한 박동혁 대우조선해양 부사장이 새로이 짤 판도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STX 재무구조 안정화 계획 관련 일지/자료=뉴시스


▲2012년 5월13일 STX그룹 재무구조안정화 계획 마련. STX OSV 매각, STX에너지 상장


▲9월24일 STX메탈과 STX중공업 합병


▲12월6일 일본 오릭스에 STX에너지 지분 매각 등으로 3600억원 자금 유치


▲12월12일 STX그룹, STX팬오션 매각 추진 발표


▲12월21일 STX그룹 계열사 매각. 유럽 STX OSV 매각으로 7680억원 자금 확보


▲12월27일 STX팬오션 매각주관사 모건스탠리, SC증권 선정


▲2013년 3월29일 STX팬오션 공개매각 불발


▲4월1일 STX조선해양 채권단 공동관리 신청


▲4월3일 산업은행에 인수검토 요청


▲4월8일 산업은행 PE부 예비실사 착수


▲5월31일 인수결정여부 통지 공문 발송


▲6월5일 산업은행 인수 포기


▲6월7일 STX팬오션 기업회생절차 신청


▲6월21일 STX조선 채권단, 현금 2500억원과 선수금환급보증(RG) 1억4000만달러(약 1천500억원) 등 추가지원 합의


▲6월25일 STX 계열 포스텍 채권단, 자율협약 동의…300억 긴급지원


▲7월1일 STX조선 채권단 실사결과 발표. 청산가치보다 계속가치가 1조 많은 것으로 집계.


▲7월22일 STX엔진 채권단 실사결과 발표, 청산가치보다 계속가치가 3100억원 많은 것으로 집계


▲7월24일 홍기택 산은 회장 STX팬오션 인수 검토 재언급


▲7월31일 채권단·STX조선, 자율협약 MOU 체결


▲8월2일 강덕수 회장, '경영책임' STX팬오션 대표 사퇴


▲8월19일 ㈜STX 채권단 실사결과 발표. 청산가치보다 계속가치 높은 것으로 집계.


▲8월22일 산은, STX팬오션에 운영자금 2000억원 지원키로


▲9월3일 채권단, 강덕수 회장 경영퇴진 요구


▲9월5일 채권단-STX엔진 자율협약 MOU 체결…1500억원 자금을 투입키로


▲9월5일 채권단, STX조선 대표로 박동혁 대우조선 부사장 추천


▲9월9일 STX조선 이사회, 강덕수 회장 퇴진. 박 부사장 상임이사 선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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