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위기 불구, 수조원 건설비 드는 화력발전 수주

[스페셜경제] 동양그룹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지분매각 작업에도 불구하고,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월 동양그룹이 삼척화력발전 단일 사업자로 선정되면서 수조원 대에 달하는 건설비 마련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번 수주가 현재현 회장의 장남인 현승담 동양네트웍스 대표이사의 ‘승계구축’을 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뒷말이 무성하다.


▲ 동양그룹 오너일가 현재현 회장(좌), 현승담 동양네트웍스 대표이사(우)
동양그룹이 삼척화력발전사업을 수주한 뒤 ‘건설비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재무구조 정상화를 위해 시작한 계열사 매각에도 불구하고, 발전소 건립에 필요한 3조원가량의 대규모 자금을 독자적으로 마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동양그룹은 발전소 사업권을 가진 계열사 동양파워의 지분 매각과 발전소 지분 유동화 등을 검토하고 있다.


이와 관련, 동양그룹은 지난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통해 “삼척화력발전사업의 성공적 추진을 위하여 전략적 투자자와 화력발전사업의 경영권 변동을 수반하지 않는 일부 지분매각 등 투자와 관련한 다양한 검토 및 협의를 진행하고 있으나, 아직 확정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동양그룹이 발전소의 사업권은 유지해 나가되, 지분 매각과 유동화 방법 등을 동원해 모자란 자금을 메우겠다는 것이다. 현재 동양파워의 지분은 계열사 동양시멘트, 동양레저 등 동양그룹이 10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유동성 마련에 안간힘


업계에선 이러한 지분 유동화 등의 수순을 일찌감치 예상했다는 반응이다. 앞서 동양그룹이 포스코, 삼성물산, STX 등 시공능력 최상위권에 드는 기업들을 제치고, 삼척화력발전소의 단일 사업자로 선정됐을 때부터, 발전소 건립에 필요한 대규모 자금을 홀로 감당하기는 힘들 것이란 지적이 많았다. 동양그룹이 지난해 말부터 유동성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핵심자산과 계열사를 잇달아 매각하는 등의 구조조정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동양그룹의 유동성 위기는 2008년 전 세계를 강타했던 글로벌 금융위기로 촉발됐다. 금융 계열사 동양생명이 직격탄을 맞았고, 이는 그룹 전체로 확장됐다. 여기에 현재현 회장이 그룹의 차세대 사업으로 내세웠던 패션과 해외자원개발마저 거듭 실패하면서 유동성 위기가 심화됐다.


지주사 격인 ㈜동양의 부채비율(이하 연결재무제표 기준)은 2012년 937%로 공정거래법상 지주사의 부채비율 상한선 200%를 크게 넘어섰다. 결국 2004년 재계순위 20위권 안에 들었던 동양그룹은 나날이 하락, 최근(7월1일 기준) 47위까지 떨어지는 수모를 겪고 있다.


이에 동양그룹은 2012년 말 특단의 조치를 강구, 재무구조 안정화를 위한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현 회장은 그룹의 ‘알짜배기’ 사업인 동양매직 등 4개 주력 계열사를 매각하거나 자산을 처분해 2조원의 재원을 마련하는 ‘고강도 경영개선과 사업재편에 관한 로드맵’을 발표했다. ‘가전제품’으로 유명했던 제1의 동양을 지우고, ‘종합에너지 전문기업’으로 재탄생해 제2의 동양을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이었다.


이 로드맵에 맞춰 동양그룹은 최근까지 동양매직, 섬유사업부문(구 한일합섬), 레미콘 사업 등 돈이 될 만한 사업부의 매각을 시도하고 있다. 이에 레미콘 공장을 일부 매각해 현재 1140여억원 상당의 자금을 마련했다. 그러나 동양매직과 섬유사업부문의 매각절차가 순조롭지 않아 로드맵에 따른 계획은 천천히 진행중이다. 동양그룹 관계자는 "현재 약 3500억원가량이 들어왔다"며 "추가적으로 진행되는 동양매직, 섬유사업, 레미콘 공장 등의 순수한 매각만으로 7000억원 내외 자금이 마련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향후 투자자 유치가 포함되면, 약 1조원 가량의 자금이 들어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동양그룹이 재무구조 안정화를 위해 필요로 한 재원 마련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최근 동양그룹의 잇따른 구조조정 노력이 무색하게도, 올 1분기 ㈜동양의 부채비율은 1373%로 크게 급증했다. 또한,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신용평가 등 국내 신용평가기관은 동양의 주요 계열사 신용등급과 전망을 최근 하향 조정하며 재무구조 안정성에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러한 데 ‘엎친 데 덮친 격’ 삼척화력발전소의 건설비 마련을 위한 3조원가량의 자금 수혈 문제가 남아있다. 동양그룹 측은 “착공이 내년 하반기 정도로 예상된다”며 “시간이 남아있는 만큼,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동양그룹이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유동성 위기가 심화되는 것은 아니겠냐”며 우려를 표명하는 목소리가 높다. 동양그룹은 발전소 사업을 그룹의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있지만, 발전소의 현금 창출은 최소 2015년에서야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동양그룹이 현금 알을 낳는 가전사업부, 동양매직의 매각절차를 밟고 있기 때문에 이듬해 현금 창출원을 걱정하는 이도 상당수에 이른다.


이에 대해 동양그룹 관계자는 “화력발전사업과 그룹의 유동성 위기는 별개”라며 유동성 논란을 진화하려 했다. 이 관계자는 “타기업이 발전소 부지확보에 비용을 쏟아야 하는 반면, 우리는 이미 (동양시멘트의) 부지가 마련돼 있다. 현물출자를 통한 자금 확보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한, “재무구조 개선 작업은 현재도 계속 해 나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매각작업이 빠르면 빠를수록 좋지만, 무리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장남 ‘경영 승계’위해 사업 확장?


한편, 오너일가의 ‘승계’ 논란도 이번 발전소 사업과 함께 재계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현재현 회장에서 그의 장남 현승담 동양네트웍스 대표이사로의 경영 승계구축을 위해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동양그룹의 주요 계열사 동양네트웍스의 상무보로 자리했던 장남 현 대표는 올해 6월엔 상무로 승진하면서, 대표이사로 전격 선임됐다. 이에 현 대표가 ‘동양그룹의 유력한 후계자’가 됐다는 것이 재계의 중론이다. 현 회장은 슬하에 1남3녀를 두고 있지만, 사위경영을 해 온 동양그룹의 특성상 딸 중심의 후계구도도 무시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현 대표가 계열사의 대표직을 꿰차면서, 그의 누나인 현정담 상무보다 후계자 반열에 먼저 올라섰다는 평가다.


문제는 그의 승진 시기다. 동양그룹의 신성장동력인 발전소의 사업자로 선정된 이후 현 대표의 승진이 진행된 것.


이에 일각에선 “현 대표의 경영능력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삼척화력발전을 꼽은 게 아니겠냐”며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 현 대표는 이번 발전소 수주전을 진두지휘한 것으로 알려져 경영능력에서 회사 안팎의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양그룹 관계자는 그러나 “승계구축과 이번 수주는 무관하다”며 “사업자 선정 1년 전부터 발전사업을 ‘미래의 먹거리’로 판단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현 시점에서 승계 논의는 이르다”고 일축했다.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