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 모델’ 선정됐지만, 불공정행위 의혹에 이미지 타격

[스페셜경제] 스크린골프 기기 제조·판매 분야에서 시장점유율(91.4%) 1위인 ‘골프존’이 ‘갑(甲)의 횡포’ 논란에 휩싸였다. 골프존의 기기를 사용해 온 스크린골프장 사업자(이하 업주)들은 골프존이 △기기 업그레이드 비용 떠넘기기 △네트워크 이용료 선납·카드 수수료 추가 부담 등을 통해 장기간 ‘갑의 횡포’를 부려왔다고 폭로했다. 그러나 골프존 측은 불공정 행위를 부인하며 업주와의 상생을 위해 힘써왔다고 강조했다. 이번 논란은 공정거래위원회가 골프존의 불공정 행위에 대한 신고를 접수, 지난 8일 현장조사에 나서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 시장에 들어오면, 절대 돈을 벌 수 없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8일부터 골프존의 불공정 행위에 관한 현장조사를 실시하고 있는 가운데 스크린골프장 업주 A씨는 골프존의 불공정 행위를 비판하며 이같이 말했다.


A씨는 “업주가 열심히 일해 돈을 모아도 기기 업그레이드 비용과 네트워크 이용료 때문에 골프존에 돈을 갖다 바치는 일상이 반복 될 수밖에 없다”며 “골프존의 성장 뒤에는 스크린골프장 업주들의 고통이 있었다”고 울분을 토했다.


A씨를 비롯한 다수의 업주들은 “골프존이 ‘갑을(甲乙)관계’의 대표적 사례”라며 “공정위의 이번 조사를 계기로 ‘상생관계’로 돌아와 줄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밝히고 있다.


앞서 공정위 대전사무소는 지난 8일부터 대전시 유성구 소재 골프존 본사에 직원을 보내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공정위 측은 지난달 말 골프존의 불공정 행위 신고사건을 접수받고 조사에 착수했으며, 이들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업주들에게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비용을 떠넘기는 등 불공정 행위를 했는지의 여부를 조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갑을관계 논란, 지난 2011년 불거져


이번 공정위의 현장조사 실시로 골프존과 업주간 ‘갑을 관계’ 논란이 세간에 알려지게 됐다. 그러나 업주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골프존과 끊임없는 불협화음이 있어왔다고 주장했다.


스크린골프장 업주들은 지난 2011년 7월 공정위 측에 골프존과 맺은 ‘이용약관’에 대한 수정을 요청하는 약관심사를 제출했다. 업주들은 기존 약관이 부적절한 용어와 부당한 업무행위,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조항들로 구성돼 있다며 총 28개 조항의 수정 및 삭제를 요청했다. 이에 공정위는 올해 2월 약관심사 결과를 발표하고, 기존 약관에서 일부 불공정한 조항이 존재함에 따라 신청대상 28개 중 14개 조항에 대해서 위법성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주들은 이에 만족하지 못했다. 골프존의 불공정 행위(혐의) 중 가장 핵심적으로 판단했던 ‘네트워크(=골프존라이브서비스) 이용료’에 대한 문제가 시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네트워크 이용료란 스크린골프장에서 게임을 즐기는 고객들이 골프존이 제공하는 프로그램 이용시 한 게임당 2000원의 사용료를 지불하는 것을 말한다. 즉 네트워크 이용료는 골프존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에게 받는 금액이다. 그러나 편의상 업주들이 골프존 측에 이용료를 대신납부 하고 있다. 업주들이 골프존에 선납으로 캐시를 구매해 고객들로부터 이를 메우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고객들이 이용료를 카드로 결제할 경우, 수수료도 추가 부담해야 한다.


업주들은 공정위 측에 “골프존이 네트워크 이용료를 위법한 방법으로 위탁 및 수탁하고 있다”며, “부적절한 용어와 부당한 업무행위에 대한 관련조항을 삭제해 줄 것”을 요구했다. 또한, 네트워크이용료에 대한 위수탁계약으로 별도 절차에 따라 시행돼야 함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 약관심사팀은 “네트워크 제공 및 이용료 수수 시스템에 따른 용어를 정의한 조항에 불과해 시설제공업자(업주들)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이라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네트워크 이용료를 이용자로부터 직접 받을 수 있는 장치가 없으므로 업주들을 통해 받는 것을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며 위법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정치권에서도 문제 제기


이후, 골프존과 업주들의 ‘갑을관계’ 논란은 올해 6월 임시국회에서도 다뤄졌다. 당시 민주당(을지키기위원회)의 이상직 의원은 네트워크 이용료와 관련, “매장 업주들의 사업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골프존이 우월한 시장지배적 지위를 이용해 횡포를 부리고 있음에도 공정위가 시정은 고사하고 수수방관하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이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은 골프존이 △소트웨어 업그레이드 비용 떠넘기기, △프랜차이즈 형태의 영업으로 상권보호 등한시 등으로 스크린골프 시장지배력을 남용해 횡포를 일삼았다고 비판했다.


당시 이 의원 등은 “골프존은 업그레이드를 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는 업계의 특성을 악용해 터무니없는 업그레이드를 강요하고 있다”며 불과 1년 만에 업그레이드 비용이 50%나 인상됐음을 증거자료로 제시했다. 민주당과 업주들 주장에 따르면, 골프존은 기기 1대당 업그레이드 비용을 2000만원에서 1년 만에 3500만원으로 50% 인상했다. 제품 구성의 변경이나 원가 인상 요인은 따로 없었다.


스크린골프장을 운영하는 한 사업주는 “소프트웨어만 업그레이드하는 건데 비용이 왜 이렇게 올랐냐고 질문하면, 운송비·검수비·설치비 등이 포함됐다고 대답한다”며 “쉽게 말해 기사 한명이 컴퓨터에 제품을 설치한 뒤 운영이 잘 되는지 보고 가는 것이 수백만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이 사업주는 “(비용에 대한)제동장치가 없다”며 “골프존의 시장지배력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제품을 사야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상권보호”문제도 도마에


또 다른 횡포의혹으로 제시된 ‘상권보호’ 문제에서 업주들의 불만은 더욱 커졌다. 스크린골프 시장이 확대됨에 따라 생긴 문제로, 지난 2008년 1500개에 불과했던 스크린골프장은 2013년 5300여개로 3배 이상 급증했다. 이는 ‘골목상권’ 논란을 부추겼던 편의점, 제과점 업종보다도 많은 것으로 1.5km내에 16개의 매장이 있거나 한 개동에 30개 매장이 난립하는 경우도 있다고 민주당은 밝혔다.


이 의원은 이에 “스크린골프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러 일부 매장은 폐업 위기에 처해 있다”며 “골프존과 업주들 사이에 상생을 위한 해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행법상 골프존은 스크린골프 장비 제조업체로 프랜차이즈 관련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골프존과 업주들이 가맹사업관계로 얽혀있지 않기 때문에 상권보호를 해야 할 의무도 따로 없다.


이와 관련해 골프존 관계자는 “예비업주들에게 시장상황을 충분히 설명하고 있다. 그럼에도 하겠다는 분들은 개인의 선택이고, 우리가 이를 제한할 방법이 없다”며 “그러나 골프존이 업주들의 상권보호를 위해 한 건물 내에 2개의 사업자에게 제품을 판매하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일부의 사례는 중고제품이거나 타 업체의 제품을 우리제품으로 업그레이드 하는 경우”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업주 A씨는 “스크린골프장이 최근 우후죽순 생기면서 경영여건이 상당히 악화됐다”며
“여기에 업그레이드 추가비용, 네트워크 이용료까지 납부하고 나면 손실밖에 볼 수 없다”고 하소연 했다.


A씨는 특히 이같은 상황을 만든 데에는 ‘정부’의 잘못도 있다고 주장했다. A씨는 “골프존이 창조경제의 모델로 꼽히는 등 장밋빛 사업으로 선정되면서 아무도 이 사업의 실체를 말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퇴직자들이 퇴직금과 대출금을 들고 이 사업에 들어오지만, 절대 돈을 벌수 없는 구조”라며 “투자자금을 회수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릴뿐더러 업그레이드 비용 떠넘기기로 업주가 느끼는 고통이 상당하다”고 털어놨다.


골프존 “사실과 달라…권익보호 힘써왔다”


반면, 골프존 측은 이번 논란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골프존은 “업주들의 요구사항을 듣기 위해 지원팀과 자문위원단도 따로 만들어 권익보호에 힘쓰고 있다”며 “그분들의 절실함을 아는 만큼 다양한 해결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고 밝혔다.


골프존 관계자는 우선 ‘업그레이드 비용 떠넘기기’ 논란과 관련해 ‘사실무근’이란 점을 분명히 했다. 이 관계자는 “신규 업그레이드가 나오면 1년간 제품 프로모션을 실시해 정가보다 저렴하게 교체할 수 있게 했다”며 “한 달 전부터 프로모션 기간의 종료를 고지한 뒤, 업주들이 보유한 제품의 연식에 따라서 가격을 달리 책정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프로모션 기간의 종료와 각기 다른 제품 연식에 따라 최대 50%까지 가격인상이 됐을 순 있지만, 모든 제품에 일률적으로 50% 인상을 한 것이 아님을 강조했다.


또한, 네트워크 이용료 대납과 관련해선 “우리가 고객들로부터 직접 받는 것이 맞지만, 매장에서 로그인 문제 등으로 인해 불만을 토로하는 사례가 많았다”며 “업주들이 낸 선납비용의 8%를 ‘페이백(pay back)’ 형식으로 드리고 있다. 이 비용도 만만치 않은 데 우리가 선납을 강요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실시되고 있는 공정위의 조사와 관련해 “성실하게 조사를 받고, 시정해야 될 부분이 있으면 그렇게 하겠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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