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부터 약 150여 일간 세무조사 실시되는 것으로 알려져

[스페셜경제] 국내 정유업계 3위 S-OIL(이하 에쓰오일)이 고강도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 지난 4월부터 실시된 세무조사는 오는 9월까지 약 150여 일간 실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쓰오일 측은 세무조사 실시 여부와 관련,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업계에선 이번 세무조사가 에쓰오일의 ‘고배당’ 논란을 집중적으로 파헤치는 게 아니겠느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정권의 초기 때마다 서민경제와 직결된 정유업계에 고강도 세무조사가 실시된 전례에 비춰 이번 조사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서울지방국세청은 지난 4월부터 에쓰오일에 대한 세무조사를 진행 중이다. 약 5개월가량의 일정으로 진행된 이번 세무조사는 동종업계 GS칼텍스의 뒤를 이은 두 번째 세무조사다.


에쓰오일 측은 이번 세무조사와 관련, “아는 바가 없다”며 말을 아꼈다. 그러나 업계에선 “외국계 대주주를 위한 고배당 논란에 대한 집중 조사가 이뤄지는 게 아니겠냐”고 내다보고 있다. 에쓰오일이 최근 2~3년간 고배당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았던 만큼, 사정당국이 이를 주시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정유업계 바짝 긴장


에쓰오일은 지난 2000년 중간배당을 실시한 이후 2월과 7월 연내 2번의 배당을 실시하고 있는데, 해마다 ‘배당 잔치’를 벌인다는 세간의 비판을 받아왔다. 에쓰오일의 1대주주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석유회사 아람코(ARAMCO)이며 2대주주는 한진그룹의 한진에너지로, 외국계 대주주인 아람코에 상당한 배당금을 내주고 있다.


이와 관련, 에쓰오일은 아람코를 비롯한 주주들에게 지난 2000년부터 12년간 4조7198억여원을 배당금으로 지급해 왔다. 이는 같은 기간 동안 올린 순이익의 75%이상이 주주들에게 지급됐음을 의미한다.


에쓰오일의 배당성향(당기순이익에 대한 현금배당액 비율)을 살펴보면, 지난 2007년 173.82%로 최근 5년간 정점을 찍었던 배당성향은 2008년을 전후로 점차 낮아졌다. 2008년 130.48%, 2009년 68.5%, 2010년 41.0%, 2011년 46.87%, 지난 2012년 53.20%의 배당성향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평균 배당성향인 17.15%(2012년 기준)를 크게 넘어서는 수치일뿐더러 동종업계 GS칼텍스의 배당성향과 비교해 봐도 상당히 높은 편에 속한다. GS칼텍스는 지난 3년간 40% 수준의 배당성향을 유지했으며, 에쓰오일이 가장 높았던 2007년에는 19.9%를 기록했다.


기업의 배당은 주주가 이익금에 대한 정당한 이득을 얻는 것이기 때문에 ‘고배당’이라고 할지라도 이를 규제할 방법은 없다. 에쓰오일 역시 “주주이익 극대화를 전제로 해 회사이익의 일정 부분을 대주주뿐만 아니라 소액주주에게도 환원하는 고배당 정책을 시행해 왔다”고 공시를 통해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고배당’이 기업의 투자재원을 고갈시켜 성장에 좋지 못한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해, 에쓰오일의 고배당을 비판하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 에쓰오일의 실적이 하락세를 걷고 있기 때문에 고배당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실적과는 맞지 않는 과도한 배당으로 기업의 성장잠재력을 훼손하고, 국부(國富)를 유출한다는 지적이다.


이렇듯 에쓰오일이 수년간 ‘배당’문제로 잡음을 일으키면서, 이번 세무조사에도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에쓰오일이 지난 2009년 정기세무조사를 받은 뒤 4년만의 세무조사인 가운데 최근 외국인 주주들을 위한 고배당을 실시하는 기업에 대한 비난 여론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에선 국세청이 세무조사에 나서 에쓰오일의 고배당 문제를 파헤치는 게 아니겠냐고 전망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세청의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고배당을 실시하는 기업의 경우, 배당을 위한 이익 부풀리기에 나서는 곳이 일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고배당을 실시했다는 것만으로는 세무조사 대상에 이름을 올리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사측 “정기세무조사…고배당 사실 아냐”


에쓰오일 관계자는 이번 세무조사와 관련해 “특별세무조사가 아니라 정기세무조사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에쓰오일의 고배당이 이번 세무조사의 집중 조사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금시초문”이라며 “고배당은 옛날이야기”라고 일축했다.


그는 “과거 고배당 논란을 받았을 순 있지만, 지금은 (배당성향 등이) 많이 줄어 타 회사보다 많지 않다”며 “절대 고배당이 아니다. 고배당이라고 평가하다면, 사실과 다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에쓰오일을 비롯해 정유업계에 대한 세무조사는 정권 초기에 자주 실시돼 왔다. 에너지가 서민경제, 즉 물가의 상징처럼 여겨지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이명박 정부에선 지난 2008년 정유업계에 대한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실시했으며, 이듬해인 2009년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들 중 6개 LPG 공급사의 가격 담합 행위를 적발하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올해에도 GS칼텍스(작년-올해)에 이어 에쓰오일에 대한 세무조사가 전격 실시되면서 업계 전반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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