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 직원 노조 설립…'경제민주화' 맞물려 관심

[스페셜경제] 삼성전자서비스의 산하 협력업체 직원 386명이 삼성그룹의 ‘무노조경영’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들은 지난 14일 전국금속노동조합 산하 삼성전자서비스지회를 출범하고, 문제가 됐던 삼성전자서비스의 위장도급, 노동법위반, 최저임금법 위반 논란의 해결을 위해 투쟁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동안 삼성에 ‘노동조합’의 깃발을 꽂은 이들은 많았지만, 삼성의 ‘비노조경영’ 철학에 번번이 실패하거나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러나 이번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 노조를 바라보는 시각은 사뭇 다르다. 노동계와 정치권에서도 삼성의 ‘무노조신화’에 도전하는 일이라며 노조설립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경제민주화 바람과 맞물려 삼성의 '무노조경영'방침이 깨질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지난 14일 오후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서울 동작구 여의대방로 여성플라자 국제회의장에서 노동조합(금속노조 산하 삼성전자서비스지회) 결성을 위한 창립총회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전자서비스의 117개 협력업체 직원 약 400여명이 ‘노조불모지’로 통했던 삼성그룹에 반기를 들었다. 이들은 지난 14일 삼성전자서비스의 위장도급, 노동법위반, 최저임금법 위반 논란을 해결하기 위해 전국금속노동조합 산하 삼성전자서비스지회(이하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 노조)로 둥지를 틀었다. 이날 노조는 “노동법이 보장하는 모든 권리를 삼성전자서비스에 요구하고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협력사 직원, 노조설립


이날 설립된 노조를 바라보는 시각은 특별했다. 협력사 직원이긴 하지만 이들이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결과에 따라서 삼성 산하에 최초의 대형노조가 생길 가능성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이 승소할 경우, 창업주 이병철 명예회장의 유지에 따라 75년간 ‘무노조경영’을 지켜왔던 삼성그룹에 역대 최대 규모의 노조가 설립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삼성에는 그룹 계열사 노동자를 가입 대상으로 하는 삼성일반노조(법외노조)와 에버랜드, 삼성생명 등 계열사에 노조가 존재해 왔다. 그러나 그 규모가 작고, 회사 쪽의 억압 등으로 활동이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때문에 노동계에서는 “삼성이 노동자들의 조직적인 움직임을 막고, 탄압해 왔다”며 삼성의 무노조경영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김성환 삼성일반노조 위원장 또한, 지난해 시위 현장서 “고 이병철 선대회장의 ‘내 눈에 흙이 들어와도 노조는 안 된다’는 방침을 이어받은 이건희 회장과 삼성그룹이 무노조 방침이 경영에 도움이 된다며 무노조경영을 고수하고 있다”며 “노동자들을 노예로 살라고 하는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이에 노동계와 정치권, 시민사회 등지에선 이번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직원들의 노조 설립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금속노조 측은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설립의 의미는 비인간적인 대우와 열악한 근무환경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한 인간선언이자 삼성 무노조경영에 대해 금속노조가 조직적 반격을 시작하는 역사적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서비스 위장도급 공동대책위원회 위원장인 권영국 변호사는 창립총회 인사말로 “오늘(14일) 삼성 '무노조 철옹성'이라는 개똥철학이 깨졌다”며 “노동조합은 돈이 아니다, 인간선언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도 연달아 논평을 내놨다.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는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의 출범은 아직 행정관청과 법원의 판단이 남아있긴 하지만, 삼성의 무노조 신화에 도전하는 의미 있는 시도”라고 밝혔다. 노 대표는 “사실 그 동안 노동3권과 관련해서 삼성그룹은 대한민국의 치외법권지대였다. 헌법과 법원의 적용을 받지 않는 그런 상태로 무노조 신화를 이어왔다”고 지적했다.


특히 노 대표는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 정책을 거론하며 “대한민국에서는 최고존엄이 이건희 회장과 삼성그룹”이라며 “이제 경제민주화는 삼성의 무노조 신화와 양립할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약속이 일말의 진정성이라도 있다면 삼성의 무노조 신화가 박근혜 정부 하에 무너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삼성전자서비스의 불법파견 의혹을 세간에 알렸던 민주당의 은수미 의원도 이날 창립총회에 참석해 노조의 설립을 축하했다.


"사측, 노조설립 방해시도" 의혹


그러나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 노조의 앞날에 우려를 표명하는 시각도 있다. 노조의 ‘무풍지대’로 불렸던 삼성이 대형노조의 설립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실제 은수미 의원은 지난 13일, 삼성전자서비스 측이 노조 창립총회 전날 ‘휴일근무’를 권장하면서 조직적인 방해에 나섰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은 의원은 이날 “삼성전자서비스가 산하 협력업체 직원들의 노조 창립총회 참여를 막기 위해 수당을 주며 고액특근을 유도했다”고 밝혔다. 당초 건수에 따라 건당 3000원으로 책정된 주말근무가 최소 5만원에서 최고 11만원까지 액수가 대폭 올랐다는 것.


의원실은 이날 삼성전자의 한 직원이 협력업체 팀장에게 보낸 이메일을 공개하고, ‘주말(13~14일)에 출근해 업무를 처리하면 건수에 따라 최소 5만원부터 최고 11만원까지 수당을 받을 수 있으며, 인센티브까지 합치면 많이 받는 사람은 20만~30만원까지 가능하다’는 내용이 기재돼 있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소송 추이 지켜봐달라…방해 시도 없어"


이와 관련해 삼성그룹 관계자는 “삼성전자서비스의 문제로, (그룹차원의) 공식적인 입장은 없다”고 일축했다.


삼성전자서비스를 자회사로 둔 삼성전자 관계자는 우선 “삼성전자서비스의 협력업체 직원들이 만든 노동조합”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법원의 판결이 가려져야 할 문제로 소송의 결과가 나온 후 삼성전자서비스 노조라고 말하는 것이 맞지 않겠냐”며 “소송의 추이를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특히 사측이 노조의 창립총회 참여를 방해한 게 아니냐는 주장에 대해선 “7~8월은 에어컨 제품 등 전자제품의 작동이 많아 A/S의 성수기”라며 “해마다 협력업체 직원들에게 인센티브를 주며 참여를 유도해 왔다. 사측이 참여를 방해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해명했다.


한편,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앞서 협력업체 직원들이 삼성전자서비스측에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불법파견으로 인정받을 경우, 강력한 ‘교섭권한’을 갖게 된다. 업계에선 "법원 판결에 따라 전자제품을 설치하고 수리하는 수십만명의 서비스 기사들의 노조 설립에도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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