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호업체 포센에 이어 분사업체 10곳 직원 700여명 줄소송 제기

[스페셜경제] 포스코(회장 정준양)로 소송장이 날아들고 있다. 소장을 보낸 이들은 포스코가 지난 2005년 핵심사업에 집중한다며 아웃소싱(외주화) 작업을 통해 분사한 업체 10곳의 직원 700여명. 이들은 포스코가 분사 당시에 했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보장임금’ 소송을 진행중이다. 포스코에 최초로 소송을 제기한 분사업체 ‘포센’의 노동자들이 1심에서 일부승소하면서 타 업체의 노동자들도 소송에 하나둘 참여해 어느덧 2005년 당시 분사직원 1800여명 중 절반가량이 참여하는 대형 소송으로 번졌다. 특히 이들은 소송에 참여하기까지 포스코로부터 숱한 ‘외압’을 받았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포스코측에서 소송에 참여하면, ‘일거리’가 끊어질 수 있음을 시사하는 방식의 회유와 협박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포스코 측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동반성장 우수기업’으로 꼽혔던 포스코가 분사업체 직원들과 소송전을 벌이게 된 배경을 집중 조명했다.


“만약에 설사 그렇다 그러면(고소를 하면) 분사 전체의 일이 될 것이고, 분사 12곳이 그거(소송)한다 그러면 나머지 100개의 외주사가 또 가만있겠어? 그거는 법적으로도 그렇고, 상식적으로 치유되기 참 어려운 부분이다.” 포스코에서 노무외주실장을 맡고 있는 A상무는 지난 2011년 3월21일 분사업체인 포센의 경영진 및 근로자들과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이같은 의견을 전했다.


포센의 노동자 91명이 “포스코가 외주당시 약속을 파기했다”며 소장을 제출한 지 5일 뒤의 일이었다. 당시 A상무는 포센 노동자들의 소송을 시작으로 불거질 ‘후폭풍’에 상당한 우려를 가지고 있는 듯 보였다.


그리고 2년 뒤 A상무 혹은 포스코가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 포스코 본사.
분사업체 직원 “포스코, 약속 지키지 않아”줄소송


포스코, “70%급여 보장…약속한 사실 없어” 항소


올해 1월 포센의 노동자 24명이 포스코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일부승소 판결을 받으면서 포항은 물론, 광양의 분사업체 직원들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포센직원 19명의 추가소송이 이어졌고, 코XX, 이지XX, 포XX, 롤XX, 포XX 등 10여 곳의 분사업체 직원 총 700여명이 각각 포스코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유는 같았다. 이들 모두 “포스코가 아웃소싱 당시 ‘포스코 연봉의 70% 수준의 급여’를 약속했지만, 전직 이후 분사업체로부터 현격하게 미달한 수준의 급여를 받아 왔다”고 주장했다.


700여 노동자들의 소송 배경에는 2005년 포스코가 실시한 ‘아웃소싱 방침’이 깔려있다. 앞서 포스코는 급변하는 세계화 시장에 대비하기 위해 경비·철도정비·노무지원 등을 대상으로 아웃소싱을 추진했다.


그러나 해당 부문 노동자들의 반대 여론이 거셌다. 분사된 회사로 전직할 경우 포스코에서의 급여나 복지 등의 처우가 보장되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팽배했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이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포스코가 정년까지 전직회사와의 급여, 복리후생 차이 등에 대한 보전’을 약속하는 ‘전직지원 방안’을 마련해 소속 직원들에게 배포했다. 현재 포스코에서 받는 총급여(연봉)의 70% 수준을 보전해주겠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포스코는 “전직여부는 직원 스스로 결정하도록 할 것”이라며 “전직 희망 직원에 대해서는 소득 차이를 최대한 보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당시 전직대상자 중 일부인원은 실제 포스코측 조건에 따라 이동을 희망하는 이도 있었지만, 대다수의 직원들은 포스코측에서 수차례의 개인적 면담을 통해 거의 반강제적인 전직을 하게끔 했다고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다.


‘어떠한’ 이유에서건 2005년과 2006년, 해당 부문에서 1800여명의 인원이 분사업체로 자리를 옮겼다. 그러나 분사직원들은 “분사 후 포스코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70%수준’의 임금은 고사하고, 근속연수가 동일한 포스코 직원의 임금과 비교해 현격히 미달한 금액이 손에 쥐어졌다는 것이다.


이에 2011년 3월16일 포스코의 방호업무를 맡은 포센의 직원들이 포스코를 상대로 최초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소장을 통해 “전직 당시 포스코와 ‘포스코 연봉의 30%는 전직지원금으로 수령하고, 나머지 포스코 연봉의 70%는 신설회사에서 지급받는다’는 내용의 전직조건에 합의하고 신설회사인 포센으로 전직했다”며 “그러나 현재까지 포센으로부터 전직 당시 합의된 ‘포스코 연봉 70%’수준의 급여를 지급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금 지급 외에도 ‘전직 해제 및 포스코 근로자 지위확인’ 등을 함께 청구했다.


최초 소를 제기한 이들은 포센 직원 91명이었지만, 이들 중 67명이 개인적 사유로 소를 취하하면서 24명만이 남아 거대 포스코에 맞서 법정공방을 펼쳤다. 결과는 분사업체 직원 24명의 반쪽승리.


1월17일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판사 이근수)은 직원 24명에 대한 미지급 임금 총 10억여원을 지급하라는 근로자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전직 해제 등은 기각했다.


법원은 “포센 설립 첫해인 2005년부터 이들의 급여는 포스코 연봉의 70%수준에 현격하게 미달한 이래 줄곧 하회했다”며 “포스코는 처음부터 전직신청을 한 직원들에 대해 급여수준을 보장할 의사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결 사유를 밝혔다. 이에 “이들과 같은 해에 입사해 포스코에 근무하고 있는 직원들의 평균 급여액의 70% 상당액과의 차액을 손해배상 범위로 산정한다”고 명령했다.


포스코는 법원의 판결에 “매년 포스코 연봉을 계산해 70%의 급여를 보장하겠단 약속을 한 사실이 없다”며 즉각 항소를 제기했다. 포스코는 “회사의 공식적인 자료는 ‘전직신청안내’뿐인데 여기서 급여 부분은 ‘현재 총급여의 70% 수준’으로 돼 있다”며 “그 기준이 현재(2004년)이고, 지급급여도 70%수준 정도라는 정보를 알리는 의미에 불과하다”고 항소이유를 밝혔다.


이와 관련 포스코의 한 관계자도 “분사직원들의 평균급여는 웬만한 중소기업보다 많고, 사실상 대기업 수준”이라며 “우리가 제안한 것을 ‘자기 식’대로 해석해서 주장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1심에서 분사직원들이 승소했다는 소식은 타 분사직원들의 심리를 자극했다. 일부승소 판결에 영향을 받아 포센의 전·현직 근로자 19명이 추가소송을 제기했다. 이어 광양의 방호업무를 담당하는 분사업체 코XX을 비롯해 이지XX, 롤XX, 포XX 등 10곳의 분사업체 노동자 총 700여명이 ‘소송’을 줄줄이 제기했다. 1심의 판결이 난 지 6개월여 만에 전직인원 총 1800여명 중 절반가량의 인원이 포스코에 등을 돌린 것이다.


소송에 참여한 B씨는 “승소가 일정부분 작용한 것도 사실이지만, 법정공방 과정에서 포스코가 ‘약속’을 어겼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속았다는 마음이 들었다”며 “대부분의 참여자가 포스코에 대한 배신감에서 출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송 참여 관계자는 포스코가 항소 이유로 임금기준을 2004년으로 밝힌 것과 관련, “모든 임금은 물가상승분에 맞춰 오른다. 만약 정년까지 2004년 기준으로 맞춘다면 누가 전직을 했겠냐”며 포스코측에 항변했다.


분사 직원, “포스코, 소송 참여 막으려 ‘외압’ 시도”


포스코, “시도조차 한 적 없어…확대해석 불과해”


‘동반성장 우수기업’ 포스코의 명성은 협력사 직원들의 ‘소송’과 함께 금이 가기 시작했다. 소송에 동참한 이들 대부분은 포스코가 “분사돼서 나가니 다른 소리를 하고 있다”며 울분을 토로했다.


특히 소송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포스코의 ‘외압’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포스코가 주는 ‘일감’이 유일한 분사업체에게 협력 관계를 끊겠다는 투의 발언을 함으로써 ‘고용불안’을 줬다는 것이다.


분사직원 측 한 관계자는 “최초(포센)소송 때 91명이 시작했지만, 고용불안을 느껴 소를 취하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앞서 A상무가 2011년 가진 간담회에서 한 발언들이 “‘소 취하’를 위한 회유와 협박이 아니겠냐”며 포스코의 압력행사를 주장했다.


당시 A상무는 “(포스코가)마음의 문을 열고 다가가려 그러는데 원천봉쇄 하면, 어떻게 보면 포스코패밀리로서 ‘정리가 됐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며 “서로 적대적으로 이렇게 하는 게 과연 바람직 한 거냐”고 말했다.


그는 또 방호업무를 담당하는 포센 직원들을 보디가드에 빗대 “여러분들의 보디가드가 주인한테 대해서 삿대질하고 소송을 제기했을 때 그 결과는 어떻게 되겠어요? 누가 여러분들한테 막중한 재산을 맡기겠습니까?”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특히 그는 “우리 포센 패밀리의 가족들이 그렇게 우매한지 나는 모르겠다. 실로 안타깝다”고 당시 소송제기로 얼어붙은 포스코와 포센간 관계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밖에도 포센의 승소 이후 이어진 추가소송을 막기 위해 포스코가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직접적인 압력의 의혹으로 복수의 소송 관계자는 “포스코측이 '소송을 하지 말라’는 입장을 보내왔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포스코는 외압 의혹에 대해 “시도조차 한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A상무 등 회사 관계자의 발언이 회사의 공식입장이 아닐뿐더러 노사협의에서 나온 부분을 ‘발췌’해 확대해석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전체 맥락을 보면, 양사간 오해를 풀고 협력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내용이었을 뿐 외압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직·간접적인 외압 의혹에 대해서도 “그런 사실이 없었다”며 “분사업체의 일은 우리와는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뭉친’ 다윗, 골리앗과의 싸움 ‘진행중’


또 포스코 관계자는 분사업체 직원들의 줄소송에 대해 “직원들 입장에서 동요를 할 수 있다고 본다”며 “그러나 포스코와 분사업체간 ‘임금테이블’ 자체가 다를 뿐 아니라 업체의 경영상황을 보전해 줄 수도 없는 일이다. 도의적인 책임이 있을 수 있지만, 약속 하지 않은 일에 대한 책임을 질 순 없다”고 강경입장을 밝혔다.


반대쪽 입장도 팽팽하다. 소송에 참여한 분사업체 직원은 “승패도 중요하지만, 직원들 사이에서 이걸(진실) 한 번 가려봐야 한다는 그런 마음이 강하다. 가족(직원들)을 내몰고 거짓말을 하면서, 정작 본인들(포스코)은 외주사에까지 기업윤리 실천을 강조하고 있다”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한편, 포스코와 분사직원간 소송전은 기나긴 법정공방을 예고하고 있다. 우선 포센직원과 포스코가 항소심으로 맞붙어 오는 8월14일 2차변론을 기다리고 있다. 코XX과 이지XX, 롤XX 등 소송에 참여한 10곳의 직원들 역시 1차변론을 마쳤거나 현재 변론대기중인 상황이다. 관계자들은 2~3곳의 업체직원들이 추가소송을 준비하고 있다며, 향후 소송에 따라 인원은 더 추가될 것으로 전망했다.


1심 법원, “포스코, 분사직원들 기망…손해배상 의무 있어”


지난 1월17일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은 “포스코가 처음부터 전직신청을 한 직원들에 대해 급여수준을 보장할 의사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소속직원들의 전직을 독려하기 위해 70% 급여수준을 보장해 주겠다는 취지의 이메일을 보내 직원들을 기망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며 “그로인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2011년 소를 제기한 포센직원 24명에 대한 미지급 임금 총 10억여원을 포스코측이 지급해야 한다는 원고측 일부승소 판결이었다.


재판부는 “포스코가 ‘전직을 독려하기 위한 안내에 불과했다’는 주장은 △이메일을 보낸 자의 위치(포스코 인사직원/신설법인 대표이사 내정자), △이메일에 사용된 표현이 ‘개별보상’ ‘보전’ ‘보장될 것임’ ‘포스코 연봉의 70%수준 보장’ 등 확정적이고 단정적인 표현으로 돼 있는 점 등을 들어 이유가 없다”고 기각사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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