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사기저하 ‘구조조정’…채권부분 리스크가 원인?

[스페셜경제] 최근 삼성증권이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뒷말이 무성하다. 삼성증권은 구조조정에 대해 "업계 불황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삼성증권이 적절치 못한 경영으로 실적이 악화됐고, 이를 직원들에게 떠 넘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삼성증권이 흥행을 주도해 왔던 해외채권과 장기채 일부 상품에서 감당하기 힘든 ‘리스크’가 누적되면서, 구조조정을 단행하게 됐다는 것이다. 더욱이 올 상반기 증권가를 강타했던 브라질·멕시코 등 신흥국 채권의 안정성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관련 논란은 더욱 가열되고 있다. 삼성증권의 실적악화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12년 투입된 ‘구원투수’ 김석 사장이 어수선한 회사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을까.


▲ 김석 삼성증권 사장이 지난해 12월 12일 오전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2013년 삼성사장단 인사 이후 처음열린 삼성 수요사장단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그 동안 우리 회사가 시장에서 발휘해 왔던 저력을 다시 한 번 보여 줄 때입니다.” 김석 삼성증권 사장은 지난해 신년사를 통해 국내를 넘어 아시아 정상권에 도약하기 위한 과제를 전달하며 이같이 말했다. 당시 김 사장은 증권업황의 불황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임직원 모두에게 ‘총력 영업’을 주문했다.


그러나 결과는 좋지 않았다. 2012회계연도(2012년4월~2013년3월) 기준 시장점유율(자본증권 수탁수수료)은 2011년 보다 0.55% 하락했으며, 연결 영업이익은 2291억2900만원으로 전년보다 21.2% 감소했고, 당기순이익은 1743억2100만원으로 9.4% 줄었다. 올 1분기 상황 역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은 삼성증권의 순이익이 430억원 수준의 컨센서스(시장기대치)를 50%이상 하회할 것이라 보고 있다.


전환배치·지점통폐합 등 ‘구조조정’ 단행


결국 김 사장이 신년사에서 말한 삼성증권의 ‘저력’은 실적으로 드러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올해 들어 업계 최초로 ‘구조조정’의 칼날을 꺼내들며 직원들의 사기저하를 가져왔다.


삼성증권 등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사내 과장 및 대리급 인력 100명을 금융·전자 계열사로 전환배치키로 하고 6월 중순부터 신청을 받아왔다. 신청마감 결과, 증권업의 장기간 불황에 당초 사측의 계획보다 많은 인원이 전출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삼성증권이 전환배치 이후 업무 재배치와 보직변경 등을 통한 사실상 감원에 나설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임직원들의 심리에 불안감을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


삼성증권은 인력 구조조정 외에도 최근 7개 지점의 폐쇄와, 8개 지점을 소규모 점포 개념의 ‘브랜치(branch)’로 운영하는 등 지점 통·폐합 작업에도 나섰다.


삼성증권은 “시장 상황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라고 이번 구조조정을 평가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악화일로를 걷는 업황에 경영진을 두둔하는 입장도 있었지만, 일각에선 삼성증권의 경영상 문제에 대한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삼성증권이 판매를 주도하다시피 했던 해외채권과 장기채 일부 상품에서 감당하기 힘든 ‘리스크’가 누적돼, ‘문제’가 확대되기 전 대규모의 구조조정을 단행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이는 수익률과 리스크가 정비례하는 해외채권 상품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우량고객의 신뢰 상실과 고객 이탈을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으로, 삼성증권의 적절치 못한 운영방침에 직원과 고객이 피해를 봤다는 비판이었다.


"채권 문제 터지기 전 선수 쳤다"?


이와 관련, 최근들어 삼성증권이 판매에 앞장선 브라질 채권과 30년 만기 국채의 수익률 저하가 겹치면서 관련 논란을 부채질 했다.


먼저 불이 붙은 것은 브라질 등 ‘신흥국’ 채권이다. 올해 상반기 증권가를 강타했던 브라질·멕시코 등 신흥국 채권의 안정성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수익률이 급락, 이를 중개한 증권사에 대한 투자자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 중에서도 삼성증권은 브라질 국채 판매액이 업계 1위인 누적 2조원(5월 말 기준)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브라질 국채를 가장 많이 판매한 삼성증권이 우량고객의 이탈 등 뒷감당을 져야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30년 만기 국고채도 삼성증권에겐 골칫거리다. 삼성증권은 그간 10년, 20년 장기국채 판매의 경험에 힘입어 지난해 9월 정부가 발행한 30년 만기 국채에 뛰어들었다. 공격적인 투자판매로 고객들을 확보해 증권사 중 가장 많은 수익을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 또한, 금리 상승에 따라 투자자들의 수익이 급락하고 있다. 당시 삼성증권은 해당 국채를 보유하는 2년 동안, 시장금리가 0.5%포인트 하락하면 총 수익률이 9%에 달한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1년여가 지난 현재 금리는 2% 후반에서 3% 후반대로 치솟았다. 하락은커녕 약 1%포인트 가까이 상승했다. 삼성증권이 ‘수수료 수익’을 거두고, 고객들은 리스크만 가지게 됐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최근 논란을 빚었던 전 삼성증권 직원의 말처럼 ‘회사의 멍청한 운영방침’에 직원과 고객이 피해를 입은 것일까. 브라질 채권과 장기 국채에 대한 우려가 높아짐에 따라 삼성증권이 실시한 대규모의 전환배치와 지점 통·폐합의 배경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삼성증권 관계자는 “전환배치와 지점 통폐합 등은 삼성증권 경영진이 ‘인위적인’ 인력감축(희망퇴직 등)을 피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이라며 “업황이 어려운 것도 사실이지만, 현 금융거래가 온라인·모바일에서 이뤄지는 트렌드 변화에도 발맞추기 위해 진행된 상황”이라고 밝혔다. 관계자는 이어 “현재 인원 감축을 위한 구조조정은 계획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또한, 관계자는 “삼성증권의 거래대상 중 해외채권은 극히 일부분”이라며 최근 논란이 된 ‘리스크 누적’과 구조조정이 연관이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관계자는 “모든 상품이 그렇듯이 수익이 나신 분들도 있다. 한 가지 관점에서만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삼성증권을 위기로부터 구원하기에 나선 해결사, 김석 사장이 안팎으로 어수선한 회사 분위기를 어떻게 추스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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