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일가, 친족소유 비상장사 ‘일감몰아주기’ 의혹

[스페셜경제] 이번 6월 임시국회에서 일감몰아주기 관련 규제안을 골자로 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된 가운데 규제대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62개의 계열회사를 거느린 LG그룹 역시 그간 일감몰아주기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시스템통합(SI)·광고·건설 등의 계열사가 특수관계자와의 거래비중이 최대 137%에 달하는 등 상당부분을 내부거래에 의존해왔기 때문이다. LG는 6월 국회 이전 일감나누기 계획을 발표했지만, 총수일가의 지분이 100%에 달하는 계열사와 그 외 친인척 소유 회사들은 여전히 일감몰아주기 논란에 휩싸여 있다는 지적이다.


▲ LG 여의도 트윈스 빌딩.
대기업집단의 ‘일감몰아주기’가 단두대에 올랐다. 6월 임시국회에서 ‘일감몰아주기’ 규제안을 골자로 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됨에 따라 그동안 법망을 피해갔던 계열사간 ‘내부거래’를 규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LG그룹 또한, 시스템통합(SI)·광고·건설 계열사와 기타 계열사에 일거리를 몰아줬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실제 LG 계열사의 광고 대부분을 맡아온 에이치에스애드는 특수관계자와의 거래 비중이 136.7%(2011년 매출액 기준)에 달하는 등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수관계자 거래비중 ‘86.7%’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이 지난달 20일 ‘5대재벌 특수관계자거래와 계열사간 내부거래 비교 실태분석(이하 2011년 매출액 기준)’을 조사 발표한 결과, 지주사 LG의 계열사간 내부거래 비중은 53.2%이며 특수관계자 거래비중은 86.7%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계열사간 내부거래란 일반적으로 일감몰아주기 규제안의 대상인 ‘공정거래법에 따라 지정된 계열사간 내부거래’를 의미한다. 반면, 특수관계자거래는 계열사로 지정되지 않은 총수일가 소유 회사의 내부거래를 파악하기 위해 필요한 것으로, 경실련은 실효적인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위해선 “계열사간 내부거래와 특수관계자거래를 모두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실련이 조사한 LG의 내부거래 실태에서도 계열사간 내부거래와 특수관계자 거래가 상당부분 차이가 있었다.


자료에 따르면, LG는 그룹사 차원에서 특수관계자 거래비중으로 약 55조원을 사용했다. 하지만, 법망에 걸리는 계열사간 내부거래에선 비중이 확 줄어들어 15조원이 사용됐다.


LG그룹 계열사 중 특수관계자 거래비중과 계열사간 내부거래비중 격차가 가장 큰 곳은 LG디스플레이였다. LG디스플레이는 무려 92.8%의 차이를 보였으며 LG전자와 씨텍이 각각 66.8%, 55.6%로 큰 차이를 나타냈다.


특수관계자 거래에선 인하우스 에이전시인 에이치에스애드가 136.7%의 비중으로 가장 많은 이익을 봤다. 에이치에스애드는 LG그룹의 계열사 G2R이 지난 2004년 분사한 자회사로 그룹의 ‘광고’를 싹쓸이하다시피 하면서 일감몰아주기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이어 텔레마케팅업체 아인텔레서비스(100%), 알루미늄 창호 제조업체인 엘지토스템비엠(99.5%), 엘지디스플레이(95.7%) 등 상당수의 계열사가 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본준 부회장子 소유 ‘지흥’, 2년 만에 급성장


총수일가가 100%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비상장사 ‘지흥’의 경우, 특수관계자 거래 비중은 21.4%로 다른 계열사보다는 낮았지만 그룹 차원에서 일감을 몰아주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광학필름 제조업체 지흥은 지난 2008년 구본준 부회장의 아들 구형모씨가 납입자본금 10억원을 전액 출자해 설립, 같은해 LG의 계열사로 편입됐다. 그러나 1년 뒤인 2009년 자산에 비해 부채가 44억원가량 증가하면서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이에 형모씨는 2011년 공동 2대주주의 지분 총 9%를 추가로 사들여 지흥의 지분 전량(100%)인 22만주를 확보했다. 이후 지흥은 LG디스플레이, LG화학 등 LG계열사와의 거래를 늘리며 성장에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이에 지난해 매출액 1262억원, 영업이익 103억원의 흑자를 보며 2년 만에 ‘알짜배기’ 기업으로 급성장했다. 지흥의 내부거래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지만, 일감몰아주기 의혹이 따라붙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경실련 관계자는 “비상장기업의 특수관계자 거래는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 개연성이 상장기업보다 더욱 높다”며 비상장사와의 내부거래를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구본무 회장과 구본준 부회장의 친인척 소유 회사가 일감몰아주기 대상에 끊임없이 오르내리고 있다. 구 회장의 동생 본능·본식 씨가 상당수의 지분을 보유한 ‘희성전자’, 구 회장의 6촌동생 소유의 물류업체 ‘범한판토스’ 등이 LG 계열사의 안정적인 일거리 제공으로 성장해 일감몰아주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편, LG는 6월 임시국회가 열리기 전인 지난 5월20일,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위해 계열사간 거래물량 중 4000억원가량을 중소기업에 개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LG는 이날 시스템통합, 광고, 건설 등 3개 분야의 일감을 중소기업에 경쟁입찰 또는 직접발주 등의 방식으로 주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시스템통합 부문에서 2300억원, 광고 분야 1000억원, 건설 분야에서는 700억원가량의 일감이 중소기업에게 돌아갈 예정이다.


LG의 이번 결정은 박근혜정부의 국정목표이자 여야가 앞다퉈 발의한 ‘경제민주화’에 부합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됐다. 실제 LG외에도 삼성, SK 등 일감몰아주기 논란의 선봉에 섰던 대기업집단이 일감나누기 정책을 6월국회 이전에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LG의 이번 계획안에 총수일가의 지분이 100%에 달하는 계열사와 그 외 친인척 소유 회사들은 포함되지 않아 ‘일감몰아주기’ 논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에 LG 관계자는 “내부논의중인 사안이다”며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말씀드릴 것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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