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의 횡포·일감몰아주기 의혹’에 증여세 논란까지

▲ 아모레퍼시픽 서경배 회장
[스페셜경제] 화장품업계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켜 온 아모레퍼시픽이 요즘 곤혹스러운 분위기다.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불거진 ‘갑(甲)의 횡포’ 논란에 가세한 데 이어 일감몰아주기 의혹까지 주목받고 있는 것, 여기에 서경배 회장의 장녀 서민정 씨에 대한 증여세 논란까지 더해져 아모레퍼시픽을 향한 세간의 시선은 따갑기만 하다.


경제민주화를 외치는 사회적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7월 2일 국회서 일감몰아주기 규제 법안이 압도적인 찬성표로 통과된 것만 봐도 경제민주화에 대한 사회적 열망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다. 때문에 재계는 ‘밀어내기’, ‘일감몰아주기’ 등의 단어와 어떻게든 연관될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 화장품업계 대표기업 아모레퍼시픽이 최근 ‘갑의 횡포·일감몰아주기’의혹에 휩싸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또 증여세 논란까지 제기되면서, 악재가 계속되고 있다.



특약점을 상대로 불공정행위 논란


지난 6월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전국 을(乙)의 피해사례 보고대회’에서 본사에 의해 ‘갑의 횡포’를 겪었다는 전 아모레퍼시픽 특약점 점주들의 주장이 제기됐다. 이들 전 특약점주들이 주장하는 아모레퍼시픽의 횡포는 크게 두 가지이다. 상품의 강제출고(일명 밀어내기)와 방문판매원(카운셀러=가정 방문판매 외판원)빼가기이다.


이날 피해사례 보고대회를 주관했던 진보정의당 김제남 의원실은 아모레퍼시픽이 상품강제 출고는 물론 특약점주들에게 무상판촉물의 비용까지 전가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의원실에서 제공한 부산 지역 한 특약점의 ‘2012년 월별 영업 현황’에 따르면, 회사가 특약점에 넘긴 제품 액수가 실제 매장에서 나가는 매출액보다 적게는 300만원에서 많게는 2000만원까지 계속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상품의 강제출고 여부를 의심케 하는 내용이다.


무상판촉물의 경우, 아모레퍼시픽과 대리점주의 거래약정서 제15조(판촉물 사용관리) 3항을 보면 ‘갑은 제2항의 무상의 판촉물 제작비용 일부를 을과 사전에 합의하여 을의 부담으로 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약정대로면 분명 합의를 통해 비용의 ‘일부’만을 부담시킬 수 있다. 하지만, 김제남 의원측은 “실제로는 합의 없이 전액을 떠넘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밀어내기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김제남 의원실이 제기한)판촉물 비용 관련 사례는 본사가 제공하는 무상판촉물이 아닌 특약점주의 요청으로 주문된 것이라 비용이 청구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밀어내기 논란도 문제지만 ‘방문판매원 빼내기’도, 특약점주들이 주장하는 회사측의 ‘불공정거래 행위’다.


화장품업계 특성상 각 가정마다 돌아다니며 고객을 상대로 영업을 하는 방문판매원은 매출을 좌우한다. 이들을 일시에 다 빼가서 직영점으로 이동시킨다는 것은 특약점주가 수년 간 힘들게 일군 영업자산을 본사가 거저먹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경남 마산의 전직 아모레퍼시픽 특약점주였던 서모씨에 따르면, 서씨는 본사로 부터 2006년과 2007년 매출이 역성장했다는 지적과 함께 이를 개선하도록 요청을 받았다. 이에 서씨는 당초 세운 목표에는 미달했지만 2.4%의 매출성장을 이뤘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사가 특약점 계약을 해지했으며 10년 동안 같이 일한 60여명의 방문판매원들을 아모레퍼시픽 퇴직자가 운영하는 특약점과 직영점으로 이동시켰다”는 것이 서씨의 주장.


서씨의 사례처럼 특약점주들은 “특약점이 키운 영업인력을 본사가 흡수해서 직영점 등을 키우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하고 있다. 이들은 2008년 전 경남서부 지역의 직영점은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현재의 15개 직영점은 ‘인력 빼가기’로 생긴 것이라고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2008년에도 직영점이 12개 있었고, 그 이전에도 직영점은 있었다”며 “직영점이 방문판매원을 흡수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 오히려 직영점 방문판매원의 비중은 전에 비해 더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처럼 본사와 전 특약점주 양측은 서로 상반된 주장을 하며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양측의 감정의 골이 계속 깊어가는 가운데 김제남 의원 측은 더욱 많은 피해사례를 모을 것임을 밝혀서 아모레퍼시픽 ‘갑의 횡포’ 논란은 쉽게 가라않지 않을 전망이다.


‘일감몰아주기 의혹’ 도마에


‘갑의 횡포’ 논란만으로 세간의 따가운 눈초리를 받고 있는 가운데, 아모레퍼시픽을 더욱 곤란하게 하는 것은 계열사 일감몰아주기 의혹이다.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의 중심에는 ‘퍼시픽패키지’와 ‘퍼시픽글라스’ 두 회사가 있다.


포장인쇄 전문업체인 퍼시픽패키지의 경우 금감원 전자공시를 살펴보면 지난해 총 매출 510억여원 중 473억여원을 계열사 내부거래로 올렸다. 이는 무려 약 93%에 해당하는 수치로, 계열사 중에서도 아모레퍼시픽이 제일 많은 461억여원의 일감을 줬고, 태평양제약 10억여원, 에뛰드 7700만여원 등 내부거래가 이뤄졌다.


2011년 경우도 이와 비슷했다. 총 매출 435억여원 가운데 373억여원을 내부거래로 올렸다. 이는 무려 85%에 해당하는 수치다.


더욱이 논란이 되는 점은 퍼시픽패키지의 최대주주가 99.36%의 지분을 보유한 (주)아모레퍼시픽그룹이라는 점이다. (주)아모레퍼시픽그룹의 지분을 살펴보면 서경배 회장과 친인척 및 특수관계자들이 59.83%를 소유하고 있으며 최대주주는 51.37%의 지분을 보유한 서 회장이다.


여기에 퍼시픽글라스도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받는 계열사다. 퍼시픽글라스는 초자용기, 합성수지, 알미늄 압금제품의 제조, 가공 및 판매 등을 영위할 목적으로 지난 2007년 4월 아모레퍼시픽그룹으로부터 분할 신설된 회사다. 퍼시픽글라스는 (주)아모레퍼시픽그룹이 100%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 총 매출 593억여원 중에서 50%에 해당하는 299억여원을 아모레퍼시픽과의 내부거래를 통해 올렸다. 그 이전 2011년에는 49%(611억여원 중 301억여원), 2010년에는 50%(597억여원 중302억여원)로 설립 이후 50%를 넘나드는 내부거래 비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일감몰아주기 규제법이 국회를 통과한 시점에서 아모레퍼시픽의 높은 내부거래 비중은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


하지만 이에 관련해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아모레퍼시픽 그룹은 일감몰아주기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경영효율성에 해당하는 수직계열화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증여세 논란’도 불거져


한편 서경배 회장 장녀인 서민정씨를 둘러싼 증여세 논란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서 회장이 장녀 서민정씨에 주식을 증여하면서 최대한 세금을 적게 내려했다는 것이다.


문제의 시작은 지주사 체제로 회사가 전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2006년 지주사체제로 전환하면서 태평양 37.9%, 아모레퍼시픽 62.1%의 비율로 분할했다.


주력 제품인 화장품과 생활용품 등 사업부문을 관장하는 법인은 아모레퍼시픽으로 태평양은 아모레퍼시픽을 포함 퍼시픽글라스, 태평양제약 등을 거느리는 지주회사로 출범했다. 최근 태평양은 아모레퍼시픽그룹으로 사명을 바꿨다.


지주사 전환 당시인 2006년 서 회장은 12월 7일 자신에게 배정된 아모레퍼시픽 우선주 20만1448주를 당시 중학생이었던 서민정씨에게 전부 증여했다. 주당 20만6000원으로 환산하면 415억원에 달하는 금액이었다. 서민정씨는 2007년 3월 증여받은 우선주 중 44%인 8만8940주(약 183억원)를 증여세로 냈고, 나머지 11만여주는 지주회사인 (주)아모레퍼시픽그룹에 현물출자하고 그 대가로 신형우선주 24만1271주(교환비율1 대 2.15)를 받아갔다. 이로써 서민정씨는 (주)아모레퍼시픽그룹의 우선주 26.48%를 보유하게 돼 우선주 최대주주로 자리를 확보했다.


여기서 논란의 핵심은 당시 아모레퍼시픽 우선주의 가치가 적정하게 평가됐느냐 하는 점이다. 서 회장이 서민정씨에게 증여한 아모레퍼시픽 우선주는 (주)아모레퍼시픽그룹 신형우선주로 교환해갈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었고, (주)아모레퍼시픽그룹 신형우선주는 구형우선주와는 달리 10년만 보유하면 보통주로 자동전환되고 최저 연 3%의 배당수익률이 주어지는 전환우선주였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아모레퍼시픽 우선주가 가진 (주)아모레퍼시픽그룹 신형우선주 교환권리와 10년 후 보통주로 자동전환되는 가치를 전혀 따지지 않아서 서민정씨가 싸게 매입했다는 것이다.


결국 지난해 4월 국세청은 지주사 전환시 주식시가 평가가 잘못돼 서 회장 등이 주식을 싸게 매입했다며 서 회장과 장녀 서민정씨 등 특수관계인에게 약 150억원의 증여세 부과를 통지했다. 현재 서 회장 측은 과세전 적부심을 통해 80억원으로 감면받아 납부한 뒤 지난달 감사원에 조세 불복심사를 청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그 당시에는 지킬 수 있는 법은 다 지켰다”며 “향후 주식가격의 변동은 정확히 알 수 없는 거 아니냐”고 해명했다./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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