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행세 의혹'에 '라면시장 점유율 싸움'에서 밀리는 등 악재도

[스페셜경제] 최근 식품업계의 ‘도 넘은’ 일감몰아주기가 비판대상에 오른 가운데 ‘라면종가’ 삼양식품도 이번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전인장 회장과 부인 김모씨가 지분의 절반 이상을 보유한 관계사, 내츄럴삼양이 삼양식품과의 내부거래로 성장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양사간 거래는 일종의 ‘통행세’ 논란에도 휩싸이고 있다.


최근 ‘경제민주화’가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면서 대기업 집단의 일감몰아주기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이 중에서도 ‘식품업계’의 과도한 일감몰아주기 논란이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쓴 소리를 듣고 있다.


이런 가운데 1963년 설립된 ‘라면종가’ 삼양식품도 일감몰아주기 의혹에 휩싸이고 있다. 오너일가의 지분이 사실상 90%에 달하는 관계사 내츄럴삼양에 일거리를 몰아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오너일가→내츄럴삼양→삼양식품' 지분 구조


삼양식품의 지분구조를 살펴보면, 삼양식품의 최대주주는 33.26%를 가진 계열사 내츄럴삼양(구 농수산삼양)이다. 전인장 회장과 부인, 그 외 전씨 오너일가들이 약 11% 가량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내츄럴삼양의 지분구조를 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전인장 회장과 부인이 각각 21%와 42.2%를 보유하고 있어 부부의 지분율이 63.2%에 달한다. 또한, 부부의 아들 전모(20) 씨가 100% 소유한 비글스란 회사가 내츄럴삼양의 2대주주로 26.9%를 확보하고 있다.


따라서 오너일가→내츄럴삼양→삼양식품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통해 전 회장 부부 등 오너일가 삼양식품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처럼 삼양식품 입장에서 '중요한 회사(?)'인 내츄럴삼양은 지난 1975년 2월 ‘삼양농수산’이란 사명으로 설립됐다. 삼양식품의 라면스프에 들어가는 재료를 판매하는 식품가공업과, 삼양식품의 상품 등을 신세계 이마트 등 유통점에 판매하는 판매업을 맡아 해마다 수백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내츄럴삼양은 지난해 513억3405만원의 매출 중 삼양식품에 후레이크 등 식자재를 납품해 182억2227만원(35%)을 올렸다. 또 2011년과 2010년에는 각각 527억8115만원 중 235억9428만원(44%), 466억3152만원 중 164억0724만원(35%)을 내부거래로 매출을 달성했다.


여기에 삼양식품으로부터 매입한 라면을 신세계푸드, 애버랜드 등에 판매해 올린 매출액까지 더하면 지난해 총 매출액 513억3405만원 중 480억2862만원(93%)을 삼양식품으로부터 확보했다 볼 수 있다. 지난 2011년과 2010년 역시 삼양식품과 총 92%, 99%의 내부거래율을 보이고 있다.


이밖에도 이마트 등 유통점에 삼양식품의 라면과 스낵류를 매입해 판매하는 형식으로 삼양식품으로부터 공급가액의 11%를 장려금으로 받고 있다.


이에 업계에선 내츄럴삼양이 삼양식품을 통해 대략 90%가량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판단, ‘홀로서기’가 불가능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내츄럴삼양 관계자는 “(삼양식품으로부터 매입한 라면 등은)신세계푸드, 애버랜드 등에 직접 납품을 하고 있기 때문에, 내츄럴삼양의 시판으로 보고 있을 뿐 ‘내부매출’로 보고 있지 않다”며 “내부거래 비율을 해석함에 따라 시각차가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통행세’의혹 왜?


일감몰아주기 논란에 더해 삼양식품과 내츄럴삼양간 거래 구조는 이른바 ‘통행세’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기업 간 직접거래가 가능한데도 거래 중간에 오너일가 소유의 회사를 끼어 넣어 수수료를 챙기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실제 삼양식품의 제품 판매경로는 특약점을 통한 소비자판매와 슈퍼체인, 편의점, 대형백화점, 유통본부 등으로 직거래가 가능하다. 대형마트 부문에선 홈플러스·롯데마트와 직거래를 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점유율이 32%에 달하는 유통업계 최강자 이마트만은 오직 내츄럴삼양을 통해 간접거래를 유지하고 있다. 삼양식품에 통행세 의혹이 따라붙는 이유다.


삼양식품과 내츄럴삼양측은 이에 대해 “일감몰아주기와 통행세 논란은 (우리 상황과는) 조금 맞지 않는 것 같다”고 입장을 밝혔다.


삼양식품과 내츄럴삼양에 따르면, 삼양식품이 유통 전반을 맡게 되면 인력·조직 부분에서 비대해 질 수 있기 때문에 관계사 내츄럴삼양이 설립된 이후 오늘날까지 약 40여년간 라면스프에 들어가는 원료의 납품 등을 담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내츄럴삼양이 신세계 이마트와의 납품 관계를 유지하면서, 당시 특약점만으로 유통망을 유지해오던 삼양식품도 내츄럴삼양을 통해 이마트 등 할인점에 납품을 시작했다"는 것이 회사측 설명이다.


이에 삼양식품 관계자는 “내츄럴삼양이 설립됐을 때부터 신세계푸드와 거래를 해 왔다”며 “내츄럴삼양과 신세계 이마트간 거래가 장기간 유지됐는데 이제와 문제될 이유는 없다”고 통행세 논란을 해명했다.


내츄럴삼양 관계자 또한, “삼양식품이 먼저 이마트와 거래를 하지 않았고, 이마트외 다른 영업점(홈플러스·롯데마트)과 내츄럴삼양이 거래를 하고 있지 않은 점이 통행세가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과 공정거래위원회는 오너일가 소유의 회사가 받는 수수료가 정당대가가 아닌 '통행세'와 비슷하다고 해서 이를 규제키로 하고 최근 6월 임시국회에서 ‘통행세 규제법’을 마련해 통과시켰다. 통행세를 불공정거래행위로 간주해 과징금을 부과키로 한 것이다.


이처럼 정부 규제가 심화되면서 기업들의 ‘자성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재계에선 잇따라 일감몰아주기 비율을 낮추고, 경쟁입찰과 중소기업 직발주 규모를 높이겠다는 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에 ‘라면종가’ 삼양식품의 향후 행보에도 귀추가 주목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삼양식품 관계자는 “내부 검토중”이라며 “앞으로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경쟁사 팔도의 추격…4위 추락 우려


한편, 삼양식품은 한 때 '라면 업계 1위'인 농심의 아성까지 위협했지만 최근 점유율 싸움에서 밀리는 기색을 보이고 있다. 6월26일 시장조사기관 링크아즈텍코리아는 지난 5월 주요라면 4개사의 시장점유율 현황을 발표하고, 삼양식품이 팔도에 밀려 4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농심이 63%로 부동의 1위를 굳힌 반면, 하얀 국물 열풍으로 바람을 탔던 삼양식품이 여름철 맹호 팔도에 0.87%포인트 차로 3위를 내준 것이다. 또 다른 기관, AC닐슨에서는 삼양식품이 3위를 유지했지만 이 역시 팔도와의 격차가 좁혀져 시장판도가 뒤바뀌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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