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퇴출프로그램 시행 이후 현재까지 26명 자살”

▲ KT사옥.


[스페셜경제] 최근 KT의 한 직원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해, 파문이 커지고 있다. 직원들의 자살이 많다는 ‘불명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와중에 전남의 한 직원이 “15년간 노조 탄압, 이제 끝났으면 한다”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 KT가 곤경에 빠졌다. 그간 KT는 인력퇴출 프로그램을 운영해 직원을 부당하게 해고했다는 논란이 일면서, 노동계로부터 강한 압박을 받아왔다. 이런 가운데 “KT가 노조탄압을 했다”며 직원이 자살하면서,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지난 6월 16일 오후 7시 순천팔마체육관 주차장에 세워진 차. KT 전남본부 광양지사 직원 김모(53)씨가 번개탄을 피워 놓고 숨진 채 발견돼 ‘충격’을 주고 있다.
김 씨의 차 안에는 유서 한 장과 임금·단체교섭 찬반투표 용지를 찍은 사진이 남아 있었다. 유서 형식의 메모에는 “15년 동안 진행된 사측(KT)의 노조 탄압이 이제 끝났으면 한다. 반대표를 찍은 것으로 판명된 직원은 곤욕을 치렀으며 2010년과 2011년 투표 전 팀장 면담 시 ‘반대표를 찍은 직원은 쥐도 새도 모르게 날아갈 수 있다’는 엄포를…”이라고 적혀 있었다.
지난달 KT가 실시한 임단협 찬반 투표는 시행 전까지만 해도 임금동결, 수당 폐지 등 노동자들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저조한 찬성률이 예상됐다.
‘면직 조항’ 논란 왜?
특히 ‘면직’조항이 논란이 됐다. 이 조항은 업무 부진으로 두 차례 F를 받은 노동자에 대해 대기 발령을 낼 수 있고, 대기 발령을 두 번 받으면 면직(해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노동계에선 ‘상시적 정리해고제’와 다름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기존 인력퇴출 프로그램(CP)에 법원이 불법성을 인정하면서, 또 다른 퇴출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이다.
이처럼 노동자들에게 불리한 ‘면직 조항’ 등이 포함돼 있어, 이번 임단협안은 통과가 불투명했다. 하지만 해당 안건이 82.1%가 넘는 높은 지지율로 통과되면서 각종 의혹이 불거졌다.
그런데 이번 KT 직원 김씨의 자살로 노조탄압 의혹 등이 증폭되고 있다. 유서에 적힌 내용대로라면, 김씨를 자살로 몰고 간 배경에 사측의 노조운동탄압이 작용했다는 얘기가 된다. 그러나 KT측은 개인적인 자살로 추정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번 자살사건으로 불거진 KT의 ‘부당노동행위’의혹은 과거에도 제기된 문제다. KT는 지난 2002년 민영화 이후에도 ‘직원들에 대한 정리해고’가 계속됐다.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2003년과 2009년 두 차례에 걸쳐 구조조정을 단행했던 것이다.
이 과정에서 KT가 불법적인 ‘인력 퇴출 프로그램’을 운영했다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는 KT에서 근무했던 직원들의 양심선언 등을 통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들은 “KT가 2003년부터 전담반을 구성해 중기적정인력규모를 산정하고 그에 따른 퇴출프로그램을 가동했으며 본사가 관리했다”고 폭로했다.
이런 인력퇴출프로그램 등이 진행되면서, 노동자들이 자살하거나 죽음으로 내몰리는 경우도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KT노동인권센터에 따르면, CP프로그램을 본격 실행한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 2006년부터 2013년 6월까지 사망자는 275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직 중에 사망한 노동자는 140명이고, 명예퇴직자 121명이 명을 달리했다는 것이다. 이중 26명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한다. 여기에 올해에만 20여명의 노동자들이 사망했고, 자살자는 7명(재직 5명, 명퇴 2명)에 달한다고 전했다.
KT, “유서 내용, 사실과 달라”
진보정미당 이정미 대변인도 19일 논평을 통해 “KT민영화 10년 동안 기존 고용인원의 절반에 달하는 3만명의 인원감축이 이뤄졌고, 그 과정에서 수십명의 노동자들이 업무강도 강화와 스트레스에 시달려 자살하거나 돌연사하는 일들이 발생해 왔다”며 “회사가 주장하는 합리적 경영을 위한 구조조정의 결과는 회사를 함께 키워온 노동자들에게 정리해고의 고통을 고스란히 떠넘긴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KT 관계자는 “사원수가 많다보니 여러 가지 일들이 발생한다. 심지어 자살도 일어난다. 그게 꼭 직원퇴출프로그램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다”며 “이러한 시스템은 어느 회사가 다 있는 부분이고 실제로 양심고백하고 폭로한 직원들은 소수 노조에서 활동하던 업무근태가 별로 좋지 않았던 직원들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KT관계자는 이번 자살과 관련 “이번 김씨의 유서 내용을 부정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한편, KT의 인력퇴출 프로그램에 대해 지난 4월 대법원이 불법성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또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KT의 노동인권 문제가 제기되자 지난해 세 차례 특별근로감독을 한 데 이어 올해 초에도 특별근로감독을 벌였다. 노동부의 조사결과 KT가 직원 6500여 명에게 지급해야 할 휴일근로 수당과 시간외 수당 등 33억여 원을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4억원의 과태료를 부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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