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토스CMI’ 순손실·호주 로이힐 프로젝트 수주 실패 등 악재

[스페셜경제] 포스코건설이 최근 해외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중남미 사업의 영역 확장을 위해 인수한 ‘산토스CMI’가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채 순손실만 안겨주고 있는 데다 해수담수화 사업의 일환으로 중동에서 수주한 ‘아부다비 담수 저장시설 건립’이 설계변경 미승인으로 몇 달 째 지연되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경쟁사 삼성물산에 5조원 규모의 해외프로젝트를 내주는 등 포스코건설의 해외사업이 잇따른 악재를 만나고 있다. 이에 해외사업을 진두지휘하는 정동화 포스코건설 부회장의 심기도 편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정동화 포스코건설 부회장
정동화(62) 포스코건설 부회장은 국내 시장의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일찍이 ‘해외시장 수주’로 눈길을 돌렸다. 때문에 포스코건설은 중남미 지역 등 미개척 유망시장에 최초로 진출하는 등 해외시장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뽐냈다. 정 부회장은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해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겼으며, 오는 2020년까지 해외사업 비중을 최대 70%까지 확대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승승장구하던 포스코건설의 해외 사업에 이상기류가 감지됐다. 시너지 효과를 위해 인수했던 해외 플랜트 시공 업체는 ‘순손실’만 낳고 있고, 물 환경 사업 분야서 세계 일류 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최초 수주했던 해외 담수 프로젝트는 발주처와의 이견을 좁히지 못해 공사 기간(이하 공기)이 계획보다 늘어난 상황이다.


중남미 시장 교두보 ‘산토스CMI’, 성과 ‘글쎄’


지난 2011년 초 포스코건설은 계열사 대우엔지니어링과 함께 플랜트 시공업체 산토스CMI의 지분 70%를 인수했다. 에콰도르 수도 키토에 본사를 둔 산토스CMI는 중남미 지역 총 18개국에서 130여개 이상의 프로젝트를 수행한 에콰도르 최대 규모의 플랜트 시공업체로 당시 인수가는 약 800억원에 달했다. 포스코건설은 중남미 지역의 추가적인 시장 선점을 위해 현지 전문업체의 도움이 필요하다 보고 산토스CMI 인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당시 정동화 사장은 “산토스와 포스코건설의 만남은 포스코건설이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그러나 인수 후 산토스CMI의 성적은 기대 이하를 밑돌고 있다. 현재 산토스CMI의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브라질, 콜롬비아, 에콰도르 등지에서 공사가 진행중이다. ‘수주’가 아닌 시공/구매/조달 등의 ‘수행’ 사업을 담당하면서, 지난해 말 부터는 포스코건설이 2011년 수주한 5조원 규모의 CSP 프로젝트(브라질)를 수행 중에 있다. 하지만, 대규모의 프로젝트에도 불구하고, 산토스CMI의 순손실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산토스CMI의 종속회사는 지난해 380억여원의 순손실에 이어 올 1분기 40억여원의 순손실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건설측은 “발주처의 ‘귀책사유’가 있는 부분으로 클레임을 통해 향후 손실분이 축소될 것”이란 입장이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포스코건설과 산토스CMI의 시너지 효과에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지역과 문화가 확연히 다른 업체를 인수하다보니 ‘업무수행’에 있어 시행착오도 있었던 것 같다”며 “인수합병의 초기 단계로 아직은 성과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또한, “내부보고에 따르면, 산토스CMI가 2013년도 흑자 전환의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초 해외 담수 프로젝트, 올 2월 완공 계획 ‘무산’


이에 더해 2010년 포스코건설이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최초로 수주한 해외 담수 프로젝트인 아부다비 담수 저장공급 프로젝트(이하 아부다비 프로젝트)도 공기가 연장돼 고정비용을 증가시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코건설은 지난 2010년 총 공사금액이 4억3900만 달러에 달하는 아부다비 프로젝트를 아부다비 내 최대 종합건설사인 ACC와 공동으로 수주했다. 포스코건설의 수주분은 1억9600만 달러(한화 약 2355억원)에 달했다.


해당 프로젝트는 담수저장소 3개소, 펌프장 4개소를 비롯해 송전선로와 배관망 161km를 건설하는 공사로, 잉여담수를 받아 지하에 저장한 뒤 이를 식수로 이용케 하는 사업이다.


아부다비 사업 계약 당시 포스코건설은 “최초 해외 담수 프로젝트”라며 “향후 중동지역 물 사업 진출의 교두보로 기대된다”고 밝혔을 만큼, 해당 프로젝트에 대한 기대감이 남달랐다.


그런데 교두보로 통했던 아부다비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원래대로라면 지난 2월에 공사가 끝났어야 됐지만, 발주처와 공사 내용에서 이견을 빚어 예정됐던 공기를 훌쩍 넘긴 6월 현재, 공정률이 71%에 머물러 있다.


포스코건설에 따르면, 이번 프로젝트의 주관사인 현지 건설사 ACC와 발주처 수전력청(AEWEA)은 사업의 유량변경으로 인한 외부적인 조건 변화로 추가공사에 따른 설계변경에 대해 협상을 진행중이다. 그런데 설계변경에 따른 추가비용 및 공기에서 양측간 이견을 좁히지 못해 지난 2월로 예정됐던 공기를 넘기게 됐다.


문제는 공기가 연장될수록 공사 현장관리비 등의 고정비용이 증가해 시공사, 즉 포스코건설에 비용 부담을 안겨준다는 것이다.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아부다비 프로젝트로 포스코건설은 최종도급액 2188억2800만원 중 1149억6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수주로 인한 잔고는 절반 가량에 해당하는 1038억5900만원이 남아있다.


이와 관련, 포스코건설은 “설계변경에 따른 공사기간 연장인 만큼 현시점에서 고정비용 증가 및 회사 비용 부담에 대해 논할 단계는 아니다”고 우려를 일축했다.


호주 프로젝트 불발, 정 부회장 ‘뿔났다’


한편, 정 부회장의 진두지휘 하에 해외시장에 박차를 가했던 포스코건설은 2009년 20억 달러, 2010년 44억 달러, 2011년 73억 달러로 해외사업에서 실적을 올렸지만 업황 불황에 지난해 36억 달러에 그친 실적을 기록했다.


올해에도 상황은 여의치 않아 보인다. 포스코건설은 최근 6조원 규모의 호주 로이힐 광산 프로젝트에서 고배를 마셨다. 당초 포스코건설과 STX건설 컨소시엄의 수주가 예상됐지만 경쟁사 삼성물산이 이를 쟁취한 것이다. 이에 정 부회장은 국토부 장관 등과 만난 자리에서 “10대 건설사 CEO들이 서로의 자정노력, 상도의를 지키는 이런 쪽으로 갔으면 한다”며 삼성물산측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삼성물산이 ‘저가 수주’를 통해 로이힐 프로젝트를 따 냈다는 비판이었다.


업계 일각에서는 “로이힐 프로젝트의 수주 실패 이후 포스코건설의 해외수주 실적에 대한 우려가 가시화되고 있다”며 “정 부회장이 향후 사업계획에 대한 재진단을 내려야 할 때”라고 지적이 나온다./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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