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서비스 참여 놓고 출판계 “불공정행위 의혹”주장

▲ 지난 2월 교보문고는 전자책 '대여' 서비스 샘(sam)을 출시했다. 사진 속 기기는 샘서비스 전용 단말기 모습
[스페셜경제] 대형 도서 유통업체인 교보문고가 출판사들과 때 아닌 다툼에 휩싸였다. 사건의 발단은 교보문고가 야심차게 준비한 회원제 전자책 서비스 ‘샘(sam)’의 확대에서 비롯됐다. 올 2월 출시된 ‘샘’은 교보문고의 전자책 서비스 중 하나로, 회원이 연간 약정을 맺고 월 최소 1만5천원을 내면 한 달에 전자책 5권씩 내려 받아 3개월간 빌려보는 방식이다. 그런데 일부 출판사 측은 샘서비스가 출판생태계를 파괴시킨다고 보고 참여에 부정적이다. 이 와중에 교보문고 측이 샘서비스 확대를 위해 콘텐츠 제공을 요구하며 ‘갑의 횡포’를 부린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어 출판사들과 교보문고 측의 갈등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지난 2월 20일 교보문고 허정도 대표는 경기도 고양시 전시장 킨텍스에서 샘(sam)서비스 출시 콘퍼런스를 갖고 “샘을 내놓는 건 전자책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꿔 독서인구를 늘리는 데 목적이 있다”며 “위기에 빠진 종이책 시장을 견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출시 목적을 밝혔다.


이날 허 대표의 발언에서 보듯 샘서비스는 교보문고의 야심차게 진행하는 새 사업 모델이다. 교보문고측은 샘이 독자층을 확대해 출판사, 서점 모두 윈윈(WIN-WIN)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출판계 전체가 이에 동의한 것은 아니다. 한국출판인회의(회장 박은주 김영사 대표)는 지난 1월 29일 ‘출판 생태계 위협하는 회원제 전자책서비스 즉각 중단하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내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도서정가제를 사실적으로 무력화하고, 전자출판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출판인회의가 이렇게 반발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바로 샘서비스가 ‘구매’가 아닌 ‘대여’ 서비스라는 점이다. 샘서비스는 낱권을 구매하던 기존 전자책 방식과 달리 일정금액을 내고 회원가입을 통해 책의 가격에 관계없이 매월 몇 권씩 읽을 수 있도록 했다.


즉, 3만원짜리 다섯 권이든 6000원짜리 다섯 권이든 제한 없이 동일하게 볼 수 있다. 이런 점 때문에 출판계에선 “도서정가제를 통해 창작물의 가치를 적정한 수준으로 보장받으려는 업계의 노력을 훼손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런 우려는 지난 1월 한국출판인회의가 발표한 성명서에서 드러난다. 성명서에서는 “이번 회원제 서비스는 전자출판 생태계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시대적 흐름에 역행한다”며 “출판계 전체가 완전 도서정가제 도입을 출판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천명하고 있는 작금의 움직임과도 배치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경계심을 보였다.


또한 출판계는 음원 시장에 ‘벅스’나 ‘멜론’같은 회원제 정액서비스가 들어오면서 음반 시장이 궤멸된 것처럼 샘서비스의 출현으로 도서시장 전체가 흔들릴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때문에 출판사들 중 일부는 샘서비스 참여에 부정적이다.


이에 대해 교보문고 관계자는 “도서정가제는 책 소유권과 그 처분이 핵심이라 대여 서비스인 샘은 도서정가제를 파괴하지 않는다”며 반박했다.


또한 가격 덤핑에 대한 우려에 대해선 “지금 가격도 비싸다고 책을 안 사는데 차라리 가격을 낮춰 독자 측을 많이 확보하는 것이 시장 전체를 키울 수 있는 것이라 본다”며 “음반시장과 책시장의 상황은 다르다”고 해명했다.


이 같은 출판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교보문고 측은 콘텐츠 확보를 위해 출판사의 참여를 확대하려고 하고 있다. 문제는 교보문고 측이 이를 위해 불공정행위를 한다는 주장이 나와 파문이 일고 있다.


출판인회의에 따르면 교보문고 측이 출판사가 샘 서비스에 참여를 하지 않을 시, 교보 홈페이지에서 도서 노출을 배제하거나 오프라인 매장 매대 진열에 불이익을 가하는 것은 물론 샘 단말기 구매를 강요 등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한 행위를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교보문고 관계자는 “(출판인회의 측에서)언급한 불공정행위는 없다”며 단말기 강매 의혹에 대해서도 “영업직원이 출판사 사람들과 통상 친한 경우가 많아 권유한 경우는 있어도 강매는 없다”며 강하게 의혹을 부정했다.


한편, 교보문고 측에 해명에도 불구하고 출판인회의 측은 홈페이지를 통해 교보문고의 불공정행위 사례를 조사하겠다고 밝혀 양측의 갈등은 한 동안 지속될 전망이다./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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