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인프라코어 ‘밥캣’ 인수 후유증, 이자만 연 수천억원

▲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
[스페셜경제]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이 야심차게 인수를 추진했던 밥캣(Bobcat)이 애물단지가 될 것인지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것인지 기로에 서 있다.


지난 2007년 박 회장의 주도 하에 인수했던 소형건설기계장비 밥캣의 미국법인과 유럽법인은 세계 경제의 불황, 특히 유럽시장 경기의 장기 침체로 두산인프라코어의 실적에 큰 기여를 하지 못했다. 박 회장은 지난해 밥캣의 미국법인이 일회성 수익에 따른 흑자를 내자 “밥캣이 두산의 스타가 됐다”며 자평했지만, 올해 1분기의 실적은 또다시 수직하강 했다.


두산인프라코어측은 향후 2분기 실적에 대해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며 시장의 우려를 일축하고 있지만, 증권가에선 여전히 밥캣에 미덥지 못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세계 불황에 밥캣 효과 ‘글쎄’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두산인프라코어 밥캣의 미국법인인 ‘두산인프라코어 인터내셔널(Doosan Infracore International, Inc, 이하 DII)’과 유럽법인 ‘두산홀딩스 유럽(Doosan Holdings Europe Ltd. 이하 DHEL)’은 올해 1분기 각각 166억원과 16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DII는 132억원, DHEL는 25억원 손실액이 증가한 것이다.


당초 두산인프라코어는 밥캣의 인수를 통해 글로벌 선도기업으로의 진출을 계획했다. 밥캣이 소형건설기계장비 부문에서 세계 1위 업체로 북미 유럽시장의 점유율이 40% 가량에 달하고 있었기 때문에, 두산은 2012년 건설기계분야 매출 120억 달러 달성을 목표했다.


그러나 유럽과 미국의 불확실한 시장 상황이 발목을 잡았다. 미국에서 불어온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유럽발 재정위기 등으로 세계 경제가 극단으로 치달았다. 특히 두산인프라코어의 주력 제품인 건설중장비와 공장기계 등이 불황을 직격타로 맞았다. 당시 업계 전문가들은 “중장비 시장이 2003년 이후 호황을 지속했지만, 경기침체로 2008년 들어 성장률이 크게 둔화되고 있다”며 우려했다.


실제 밥캣의 성적은 2008년 이후 줄곧 하락세를 걸었다.


밥캣을 포함해 미국 사업을 총괄하는 DII는 2009년 4561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뒤 2010년, 2011년 각각 1829억원, 453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4000억원이 넘는 법인세 이익의 발생으로 두산그룹 편입 이후 최초 흑자 전환을 달성, 실적 개선의 기대를 보게끔 했다. 하지만 올 1분기 또다시 166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해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유럽법인의 상황이다. DHEL의 경우 2009년 3437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이래 2010년 2739억원, 2011년 393억원의 만성 적자를 봤다. 2012년에도 DHEL은 반등의 기회를 잡지 못했다.


이에 한 증권사에서는 지난 5월 두산인프라코어의 향후 전망과 관련, “북미시장의 성장 둔화로 DII의 실적 또한 정체되고 있다”며 주가를 하향 조정한 바 있다.


두산인프라코어측은 “2분기 미국 시장 등의 경기 회복으로 수익성 개선이 본격화 될 것”이라며 실적에 대한 우려를 일축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밥캣 인수로 두산인프라코어가 짊어진 ‘금융부채’가 상당하다며 경기 침체가 한동안 지속될 시 유동성 위기가 또다시 찾아 올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두산측, “앞으로 실적 낙관”


앞서 두산인프라코어는 밥캣의 인수가로 당시 한국 기업의 단일 매입가로는 최고인 51억 달러를 지출했다. 이러한 최대 규모의 M&A는 밥캣의 차입금에 대한 우려를 불러왔다. 이로 인해 밥캣 인수 후 두산인프라코어는 물론 두산그룹까지 유동성 위기에 시달려야 했다.


실제 2009년 두산인프라코어가 한국항공우주(KAI) 지분 20.54%를 매각했는데, 이를 두고 밥캣 인수의 후유증이 아니겠냐고 분석하는 시각도 많았다.


두산인프라코어가 물고 있는 연간 순이자비용도 막대하다. 2011년 기준 두산인프라코어는 영업이익의 45%에 달하는 3200억여원을 순이자로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두산인프라코어가 해마다 3000억원 상당의 이자비용을 지출해야 하기 때문에 영업실적의 개선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꼬집고 있다.


반면,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그룹측은 밥캣 인수 후 현 상황에 대해 ‘낙관적’인 입장을 밝혔다.


두산인프라코어 관계자는 “밥캣 인수로 인한 우려는 상당부분 지나간 것 같다”며 “인수 후 곧장 금융위기가 와 밥캣이 제대로 활약을 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2010년 하반기부터 살아나기 시작해 2012년에는 턴어라운드 했다. 지난해 두산인프라코어의 매출의 상당 부분이 밥캣에서 나왔다”고 말했다.


두산그룹 관계자 역시 “유동성에 대한 우려는 이미 선제적 조치를 통해 사라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1분기 실적의 하락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경기불황에 따른 것이다. 실적 악화가 아니라 성장이 덜 됐다고 보는 게 맞는 시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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