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영업 목적 실시냐 VS 금융전문가 양성이냐

[스페셜경제] 삼성생명이 ‘2030금융전문가’를 선발하기 위해 실시하고 있는 SFP(Special Financial Planner) 인턴십 제도를 놓고 지원자들 사이에서 뒷말이 무성하다. 사측은 대학 재학생들을 위해 특별히 마련된 제도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시큰둥한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합법적인 다단계가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 삼성생명 홈페이지 내 'SFP' 소개.
SFP란 2030세대 고객의 재산증식 및 안정적인 자산운용에 도움을 주는 삼성생명 종합 재무 컨설턴트를 뜻한다. 삼성생명은 이들 SFP를 모집하는 과정에서 인턴십 과정을 실시하고 있는데, 대학 재학생들에게 4주간의 기간 동안 전문 교육이 실시된다. 인턴십 교육이 끝나면, 삼성생명은 연수자 전원에게 80만원의 수료비와 수료증을 발급하고, 이들 중 옥석을 가려 SFP로의 취업을 돕고 있다.


2007년 최초 실시된 SFP인턴십은 현재 13기 선발을 앞두고 있다. 5월 한 달간 서류전형의 모집이 진행됐으며 현재 합격자 선발 과정을 남겨놓고 있다. 그런데 해당 제도를 놓고 지원자들 사이에서 열띤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SFP인턴십 제도가 구직자의 ‘스펙’에 도움이 돼 지원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과 회사가 ‘보험영업’을 목적으로 실시하고 있다는 의견이 충돌한 것이다.


부정적 의견을 전한 이들은 “삼성생명이 자사의 브랜드네임을 이용해 대학생들에게 보험영업을 시키려는 것”이라고 인턴십 제도를 평가했다.


유명 온라인 취업사이트에는 ‘삼성생명 SFP인턴십’을 문의하는 지원자들에게 “대학생 보험팔이네요”, “스펙에 전혀 도움되지 않는다” 등의 답변이 쏟아졌다. 이들 중엔 앞서 SFP인턴십에 참여해 경험담을 전하는 이도 포함돼 있었다.


삼성생명에 따르면, 4주간 인턴십 교육 내용에는 이론과 실습이 포함돼 있다. 2주간 금융 및 재무 기초이론, 스피치・컨설팅 스킬, 비즈니스 매너, SFP직무이해 등 금융 관련 이론을 배우고 나면, 남은 기간 동안 각 지점으로 출근해 실무경험을 쌓는다. 보험 및 금융상품 판매의 프로세스를 체험하는 등의 현장교육이 실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원자들이 갖고 있는 ‘보험영업’에 대한 인식과 달리 삼성생명측은 “인턴활동에 참여한 재학생들에게 영업활동을 시키지 않는다”는 입장을 전했다.


실제 인턴 경험자들 또한, “인턴 기간 내 보험판매는 각자 자율에 맡겨진다”며 “수료자들 중 SFP로의 전환을 꿈꾸는 몇몇이 보험판매에 의욕적인 모습을 보인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FP인턴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재학생 및 구직자 전반에 퍼진 까닭에 대해 일부 인턴 경험자들은 “삼성생명이 SFP를 모집하기 위해 스펙에 목마른 재학생들을 이용하는 것”이라며 “인턴 기간 내 SFP로의 전환을 요구해 ‘합법적인 다단계’와 다를 바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삼성생명이 영업채널을 2030세대로 끌어내려 고객 유치 전쟁에 나선 게 아니겠냐”며 “인턴십 수료 후 SFP로 전환한 이들 대부분이 가족・친구 등 지인에게 보험을 판 뒤 퇴사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원 희망자들에게 “사회초년생들이 보험판매를 할만한 ‘인맥’이 얼마나 있겠냐”며 “소수의 성공 사례만 보고 SFP인턴십을 지원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이들 주장에 따르면, SFP가 되어서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영업활동에 성과를 보일 경우, SM/CM/FM/CA 등을 넘어 지점장으로의 승진이 가능한 데 지점장이 아니라면 이들 모두 삼성생명의 위촉계약직에 해당한다. SFP는 보험영업과 리크루팅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데 이 리크루팅 업무가 인턴십에 대한 홍보를 뜻한다. 이에 SFP 경험자 A씨는 “리크루팅 업무의 핵심은 다단계처럼 사람을 끌어오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대학생들에게 SFP인턴십 권유를 제안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SFP에게 인턴십 권유를 받은 재학생 B씨는 한 취업사이트에 글을 올려 “학교서 열린 리크루팅에 참여해 간단한 설문에 응하고 인적사항을 기재했다”며 “그 후 인턴 제안이 와 ‘성격과 적성에 맞지 않는 것 같아 고민해보겠다’고 완곡한 거절의사를 전했는데도 수차례 ‘오해가 있는 것 같다. 일단 지원이라도 해봐라’고 연락이 왔다”고 밝혔다.


B씨는 “(수차례 제안에) 스트레스가 상당하다”며 “삼성생명이 원래 이렇게 인턴십 지원하라고 구걸하는 곳입니까”라고 불쾌함을 전했다.


이와 관련, 현재 삼성생명의 SFP로 활동하고 있는 C씨는 “살아남은 사람은 좋은 얘기만 전하고, 나간 사람은 부정적 입장만 전하고 있는 게 아니겠냐”면서 “인턴생들은 교육용으로 보험영업을 연습할 뿐, 전산등록이 되지 않아 실제 보험을 판매할 수 없다”고 말했다.


C씨는 이어 “인턴십 제도는 영업채널의 하나의 방편이다”며 “금융권 가면 전부 경쟁에 돌입한다. 영업직에 뛰어들 취업준비생이라면, 인턴십이 꽤나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조언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다단계 논란에 대해 “인턴십 제도는 다단계가 절대 아니다”며 “SFP는 본인이 혼자 영업을 하면 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자영업자이기 때문에 SFP의 능력에 따라 보수를 지급받고 있다. 다단계하고는 전혀 다른 것”이라고 말했다.


관계자는 이어 “재학생들이 인턴십을 체험해 본 후 SFP로의 전환을 선택하는 것이지 강제행위는 전혀 없다”며 “일부 회사처럼 ‘정직원’ 채용 등의 우대조건을 제시하지도 않는다. 순전히 20대 성인의 선택에 맡겨 인턴십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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