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만원 수리서비스 1만원 지급, 시간당 최저 공임비 등

[스페셜경제] 최근 한국 사회에서 ‘갑을(甲乙)’ 관계가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손해보험 업계 1위 삼성화재(대표이사 김창수)도 ‘갑 논란’에 휘말리고 있다. 정비업계 관계자들이 삼성화재가 ‘시장점유율’을 바탕으로 부당한 요구를 강요, 횡포를 부리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 이들은 삼성화재가 소비자를 볼모로 삼아 정비업체에게 물질적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주장하며 △애니카 패밀리 서비스 특약, △4대 부가서비스, △시간당 최저 공임비 등을 ‘횡포’ 사례로 제시했다. 반면, 삼성화재측은 정비업계와의 갈등이 ‘갑을논란’과는 관계가 없다며 선을 긋고 있다.


삼성화재는 최근 자사가 실시하는 ‘애니카 패밀리 서비스 특약’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소비자들에겐 더할 나위없는 ‘만족감’을 제공하고 있는 이 서비스가 정비사업자들에겐 득보다 ‘실’이 많아지면서 불만이 끊이질 않고 있기 때문이다.


“고객만족? 정비사업자 눈물로”


기존 애니카 자동차보험에 우수정비업체 수리서비스를 더한 이 특약은 가입고객이 삼성화재 선정 우수정비업체에서 차량을 고친 후 수리서비스 이외에 4개 서비스 중 1개 혜택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돼 있다.


무료 선택이 가능한 4개 서비스는 △엔진오일 교환 △에어컨 항균필터 교환 △엔진룸 세척 △와이퍼블레이드 교체 등의 경정비 서비스다.


문제는 소비자들에겐 ‘무료’로 제공되는 이 품목들이 정비공장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


삼성화재측 설명에 따르면, 해당 서비스 내용은 품목에 따라 시중가 1만5000원(와이퍼/에어컨)에서 약 6만원(엔진룸/엔진오일) 상당의 비용이 들어간다. 하지만, 삼성화재는 서비스 품목과 관계없이 1만원의 금액만 지원하고 있어 나머지 비용은 정비공장측이 지불토록 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정비공장 사업자들은 “원가로 따졌을 경우 정비공장측이 시중가 최대 6만원을 부담하는 것은 아니지만, 해당 서비스를 받는 이들이 증가하면 할수록 업체의 부담이 늘어나 손해를 입는 일이 허다하다”며 한숨을 쉬었다.


특약이 제공하는 ‘추가 서비스’도 정비공장 사업자의 경영상황을 악화시키는 하나의 요소로 꼽혔다.


삼성화재는 특약서비스에 더해 △사고차량 무료견인(왕복 20km이내), △수리부위 품질보증, △무료 세차, △수리차량 무료택배(왕복 20km이내) 등 ‘4대 부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역시 정비업체의 인력 및 시간 등이 투입돼야 하는 일이다.


삼성화재측은 해당 특약이 “정비업체와 보험소비자가 모두 윈-윈(win-win)할 수 있는 구조”라면서 소비자는 저렴한 부가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정비업체는 안정적인 수리물량 확보와 수익 증대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나 경기도자동차검사정비사업조합의 한 관계자는 “4대 부가서비스의 경우 삼성화재를 비롯한 손보사들이 최초로 시행하면서, 손보사와 계약을 맺지 않은 정비업체들은 살아남지 못할 정도로 최악의 경영난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며 "때문에 손보사와 계약을 맺지 않은 정비업체 대다수들이 ‘살아남기 위해’ 울며겨자먹기식으로 4대 부가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관계자는 "잘못된 부분을 시정하고 싶어도 업계1위 삼성화재에 불만을 토로하면 계약 해지로 돌아올까봐 말을 못하는 분위기”라고 현 상황을 지적했다.


“공임수가, 평균치보다 낮아”


이밖에도 삼성화재와 정비업계간 사이를 악화시키는 주요 원인에는 장기간 걸쳐 진행돼 온 수리시 인건비의 문제, 즉 '공임' 수가 논쟁이 있다.


삼성화재는 국토교통부의 가이드라인에 맞춰 공임수가를 제공해 문제의 소지가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비업계에선 손보사 업계1위가 평균치보다 낮은 공임수가를 책정함에 따라 실상 업계의 평균치를 떨어뜨리는데 일조하는 것이 문제라고 반발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공임이 지역별로 달라 삼성화재가 가장 낮다고 말할 순 없지만, 평균치보다 낮은 편에 속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손보사들도 업계1위 삼성화재의 눈치를 많이 본다. 삼성화재가 얼마에 주겠다고 하면, 타 손보사들도 평균을 삼성화재에 맞추려는 경향이 크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또한, “현행법상 정비공장이 손해사정내역서를 볼 수 없기 때문에 손보사가 수리비를 삭감해도 항의하기가 어렵다”며 “분쟁이 발생하면, 손보사측에선 대금지급을 미루거나 삭감된 채로 지급을 한다. 정비공장이 이에 항의할 방법은 소송뿐인데 변호사 수임료가 더 나갈뿐더러 법적대응팀이 준비된 거대 손보사에 계란으로 부딪히는 격”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이와 관련해 삼성화재측은 “손보사와 정비업계간 갈등은 ‘갑과 을’ 관계가 아니다”는 점을 우선적으로 강조했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삼성화재와 정비업체는 1대1 계약관계다. 계약이랑 쌍방간 합의하에 맺어진 것이 아니겠냐”며 갑을관계 논란을 일축했다. 관계자는 “국내 보험사 약 16개 중 시장점유율(24%-2011년 기준)이 많다는 이유로 삼성화재만 타깃이 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한 서비스들은 삼성화재 외의 보험사들도 실시하고 있는 제도”라고 말했다.


관계자는 “정비공장이 원하는 대로 다 주고 나면, 소비자들의 자동차 보험료가 10% 이상 올라가게 된다”며 “다만, 특약서비스 지원금(1만원)의 경우 물가상승분을 반영해 현실화를 고려해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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