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찰제한 경감 위한 재심의 담당자들을 개별 접촉” 물의

▲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스페셜경제] 현대산업개발은 지난 2009년 ‘거제시 장승포 하수관거 정비사업’에 있어서 부실시공과 약 45억원의 사업비 편취 사건에 휘말려, 지역사회를 발칵 뒤집어 놨다. 이에 거제시는 현대산업개발에 5개월간의 관급공사 입찰참가제한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회사 측은 처분에 불복해서 법원에 소송을 하는 것은 물론 참가제한기간을 경감을 내용으로 하는 재심의를 요청하고 있다. 여기에 한술 더 떠 현대산업개발 관계자가 재심의를 담당하는 계약심의위원에 개별 접촉한 의혹이 알려지면서, 물의를 빚고 있다.


“책임을 통감하고 있으며 거제시민에게 송구하고 죄송스러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지난 5월 22일 현대산업개발 대표로 참석한 정순국 상무는 거제시청 브리핑룸에서 '대시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대시민 사과문 발표


이는 지난 2005년 8월부터 2008년 4월까지 장승포·옥포지구 하수관거 정비사업 공사 때 설계도에 있는 가설 시설물 6248m 중 800m만 시공하고 나머지는 실제 시공하지 않고 허위로 시공한 것처럼 서류를 꾸며, 공사비 44억72백만원을 편취한 사건 때문이다.


혈세로 충당하는 관급 공사비를 대기업이 부당수령하기 위해 주도적으로 가설시설물을 누락시키고 안정성·내구성이 문제되는 자재로 부실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는 점에서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당시 현대산업개발 현장소장 및 직원 3명과 하도급업체, 감리업체 등 관련자 13명은 모두 기소돼 전원 유죄판결을 받았다.


이에 거제시 2009년 9월 계약심의위원회를 열어 현대산업개발에 대해 5개월 간 관급공사에 입찰참가자격 제한처분을 내렸다. 지역사회에 분노를 산 비리사건에 상응하는 처분이었음에도 현대산업개발은 2009년 입찰참가제한처분에 불복 소송을 제기했다.


2010년 5월 6일 1심에서는 현대산업개발이 승소했지만 2011년 11월 30일 2심에서는 패소했다. 하지만 현대산업개발은 상고하여 현재 대법원에 사건이 계류 중이다.


소송 끝에 대법원 판결만 남자 현대산업개발은 돌연 지난 4월 15일 거제시에 입찰참가 제한기간을 경감해달라며 재심의 요청을 했다. 회사 측은 2010년 10월 부당 수령한 공사대금 전액 반납사실과 1조원대에 수주 손실액으로 인한 협력업체들의 줄도산 우려가 있다며 하소연했다. 동시에 기간경감 시 지역발전을 위해 지원하겠다며 당근도 제시했다.


따가운 지역사회 여론


이를 바라보는 지역사회의 눈은 따갑다. 대 시민 사과도 입찰제한 경감을 요청한 후 얼마 안 돼서 한 것을 놓고 “속 보이는 태도”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은 “공사비 불법편취 사건은 국가의 공사대금을 ‘먹튀’한 사안으로 일벌백계해야 한다”며 “현대산업개발 등 장승포 하수관거 공사대금 불법편취에 대해 5개월의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한 것은 너무나 가벼운 처벌”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대산업개발은 법을 어긴 행위에 대한 정당한 처벌을 당당하게 받고 무너진 신뢰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회적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 현대산업개발이 궁지에 몰리다 못해 기자회견을 자청해 머리 숙인다고 사회적 책임을 다한 것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또 “죄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현대산업개발은 거제시의 행정처분에 대해 소송과 재심의를 요청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저질렀다”고 규탄했다.


이런 와중에 재심의를 담당하는 계약심의위원에게 현대산업개발 관계자가 비공개적으로 개별 접촉을 시도한 것이 알려져 사과의 진정성을 의심케 하고 있다.


거제시 관계자는 “최근 심의위 소집에 앞서 현대산업개발 관계자가 심의위원 명단을 알아내 일부에게 전화를 걸어 개별 접촉을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불법 편취 사건도 모자라 행정처분을 받은 이해당사자가 재심의 요청 후 심의위원들에게 비공개 접촉을 시도했다는 의혹이 알려지면서 현대산업개발의 도덕성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알아서 판단하시라” 며 답변을 피했다.


한편, 거제시측은 재심의를 통해 '입찰제한기간을 경감’한다는 잠경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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