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 ‘역작’이라며 신제품 출시했지만 판매 '주춤'

[스페셜경제] “올해 내부조직 재정비와 사업구조의 과감한 조정을 통해 ‘흑자’를 달성하겠다. 또 목숨을 걸고 최대 2000억원 자금을 유치하도록 하겠다.”


지난 3월 28일 주총에서 팬택의 초라한 2012년 경영 실적을 발표하며, 박병엽 팬택계열 부회장이 한 말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팬택의 상황은 여의치 않은 모습이다. 팬택의 미래를 좌우할 ‘최고의 역작’ 베가아이언이 출시된 지 한 달여를 앞두고 있지만, 시장에서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팬택은 베가아이언을 통해 LTE시장서 2위(현 LG전자) 자리를 탈환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정부의 제조사 판매 장려금 단속 정책 등으로 판매량이 얼어붙은 가운데 시장판도를 뒤집기엔 역부족일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에 전년도에 이어 올해에도 팬택이 ‘영업적자’를 보는 것이 아니겠냐는 성급한 진단까지 나오고 있다. 팬택 내부에서도 이런 위기감 때문에, 투자유치에 올인 하겠다며 현장경영에서 손을 뗀 박 부회장이 최근 ‘임원회의’를 소집하는 등 대책마련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 박병엽 팬택 부회장.
“베가 아이언은 팬택 전 구성원이 2년 가까이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 만든 역작입니다.”


경영일선을 책임지고 있는 이준우 부사장은 지난 4월 18일 서울 상암동 팬택 R&D센터에서 프리미엄 LTE 스마트폰 ‘베가 아이언(VEGA IRON)’을 공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자신만만했던 베가아이언, 하지만…


이날 이 부사장의 자신감은 신제품 베가 아이언의 탄탄한 ‘스펙’에서 비롯됐다. 애플도 이루지 못한 ‘엔드리스 메탈(Endless Metal, 하나로 이어진 금속테두리)’ 디자인은 베가아이언이 가진 최고의 특징이자 팬택의 고난도 기술력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또한, 세계 최초로 5인치 하이 브라이트(High Bright) 인셀(In-cell) 디스플레이를 탑재해 빛 투과율을 84%까지 끌어올리는 등 팬택은 베가아이언에 ‘베가만의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했다고 자평했다.


깐깐하기로 정평이 난 박 부회장 역시 베가아이언의 최종모습을 본 뒤 디자인과 혁신 부분은 물론 완성도 측면에서도 흡족해 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제품 기자간담회 당시 이 부사장은 “(박 부회장이) 베가아이언이 베가 시리즈의 위상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두 경영 사령탑이 신제품에 보인 기대감은 팬택의 ‘미래’로 옮아갔다. 2분기에 출시되는 신제품이 삼성전자의 ‘갤럭시 S4’와 팬택의 ‘베가아이언’뿐이었기에 시장 판도를 뒤집을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이 부사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서 LG전자와의 점유율 경쟁 질문에 “베가아이언이 향후 시장 변화에 영향을 줘 팬택의 점유율 향상에 기여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돌려 말했지만, 팬택이 지키고 있던 국내 LTE시장의 2위 자리를 ‘옵티머스 G’ 시리즈로 빼앗은 LG전자에 재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하지만 출시(4월26일) 한 달여를 앞둔 현재 베가아이언의 성적은 경영진의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팬택과 이동통신사 등은 베가아이언의 정확한 판매량을 밝히고 있지 않다. 출시 하루만 지나도 판매량에 대한 보도자료(베가 N˚6 Full HD)를 내던 과거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업계에선 제조사가 판매량을 자랑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저조하기 때문”이라며 베가아이언 판매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기정사실화 했다.


기자가 방문한 서울 내 이통사 대리점 관계자들 또한, “베가아이언의 판매량이 미미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에 업계에선 팬택이 신제품 출시 당시 기대했던 200만대 판매량 달성과 시장점유율 30%, 즉 2위 탈환 가능성이 낮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실제 한 관계자는 현재 스마트폰 시장의 점유율은 삼성, LG, 팬택 순으로 6:3:1정도로 알려져 있다고 귀띔했다. 이에 대해 팬택측 관계자는 “팬택 점유율이 10% 아래로 떨어진 적이 절대 없다”면서 “현재 15%선을 웃돌고 있다”고 반박했다.


판매량 ‘주춤’ 왜?


베가아이언이 화려한 스펙을 자랑함에도 불구, 판매량이 기대치에 미지지 못하는 데에는 현재의 불확실한 시장 상황이 주원인으로 꼽힌다.


과도한 보조금 경쟁으로 정부가 제조사와 이통사에 제재를 가하면서 시작된 ‘빙하기(침체기)’가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 연초부터 SK텔레콤, LG유플러스, KT 등 이통3사가 ‘영업정지’를 받은 데 이어 최근에는 정부가 제조사 판매장려금이란 명목으로 지급된 보조금을 ‘불법’으로 처리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미래창조과학부와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새누리당 간사인 조해진 의원은 지난 8일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대회의실에서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방안 정책 토론회’를 열고 이같은 방안을 발표했다.


개선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불법보조금 대상에 제조사를 넣기로 했다. 그간 제조업체가 공식판매가는 낮추지 않은 채 제조사 판매장려금을 통해 불법 보조금을 살포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정부의 불법보조금 단속 예정에 제조사들은 일제히 난색을 표하고 있다. 특히 팬택처럼 스마트폰 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지지 못한 업체들의 상황은 더욱 난처하다.


박 부회장이 지난해 실적 부진에 대해 “특정 제조사 쏠림 현상으로 사업이 쉽지 않았다”고 토로했을 만큼, 스마트폰 시장은 애플과 삼성전자의 ‘양강 체제’로 굳어졌다. 여기에 이른바 회장님(구본무)폰 ‘옵티머스 G’시리즈로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선 LG전자가 지난해 말 팬택을 누르고 2위 자리에 올라서면서 팬택은 좀처럼 ‘브랜드 파워’에서 힘을 쓰지 못했다.


이에 베가아이언으로 자신만만했던 팬택 내부에서도 불안감이 조금씩 머리를 들고 있는 듯하다. 때문에 박 부회장 등 팬택 경영진들이 예정에 없던 회의를 긴급 소집해, 난상 토론까지 했다는 소문이 들리고 있다.


팬택, 실적 회복 가능할까


한편, 팬택은 지난 3월 열린 정기주주총회를 끝으로 박 부회장이 외부 투자자금 유치와 재무구조 개선 등을 맡고, 일상적인 회사업무와 현장경영을 이준우 부사장에게 일임하는 등 투톱체제로 전환했다.


지난해 워크아웃 이후 5년 만의 영업적자가 가져온 체제 변화였다. 이번 주총서 776억원의 적자 성적표를 들고 온 박 부회장은 “좋지 못한 성과를 내서 죄송하다”며 주주들 앞에 고개를 숙였다. 박 부회장은 올해 내부조직 재정비와 사업구조의 과감한 조정을 통해 ‘흑자’를 달성하겠다고 약속했다. 국내에서만 LTE스마트폰 300만대 이상 판매, 국내외에서 1000만대 이상의 판매를 통해 3조원대 매출을 계획했다.


그날의 약속 이후 팬택이 선보인 것이 바로 베가아이언. 이에 시장은 ‘승부사’ 박 부회장이 베가아이언의 미진한 판매량에 대응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내놓을 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팬택 관계자는 “한 달여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판매량을 운운하긴 조금 성급한 것 같다”면서 “시장 자체가 얼어버려 (제조사로선) 상황을 지켜봐야 하는 입장이다”고 전했다.


관계자는 “팬택뿐만 아니라 다른 업체들도 현 시장에선 모두가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제품 기술력과 마케팅을 통해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활동이 지금은 가장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이 활성화 돼 좋은 결과가 나오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박 부회장 주재 긴급회의가 열렸냐는 질문에 대해 “박 부회장 회의 주재에서 어떤 말이 오갔는지 알 순 없지만, 일상적인 현안회의였다”고 밝혔다./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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