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 유책배우자는 이혼을 할 수 있을까?


정보의 바다 인터넷에는 이와 관련된 이혼상담이 넘쳐나고 그에 대한 답변이 가지각색이다. 이혼절차에서 피고측이 하는 가장 전형적인 주장이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라는 것이다. 이혼전문변호사인 엄경천 변호사(법무법인 가족)는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에 관한 대법원 판례를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판례는 혼인생활의 파탄에 대하여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는 원칙적으로 그 파탄을 사유로 하여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대법원 1966.6.28. 선고 66므9 판결)는 것이 기본입장이다.
다만, 상대방도 그 파탄 이후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함에도 오기나 보복적 감정에서 이혼에 응하지 아니하고 있을 뿐이라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권이 인정된다고 한다(대법원 2006. 1. 13. 선고 2004므1378 판결).
그렇다면, 유책배우자는 이혼을 할 수 없는 것일까?
혼인관계가 당사자 양쪽의 책임 있는 사유로 파탄에 이르렀다고 판단된다면 그 책임의 경중을 가려야만 하고 단지 상대방에게 책임 있는 사유로 인하여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고 하여 이혼청구를 배척해서는 안 된다(대법원 1994. 5. 27. 선고94므130 판결).
따라서 원고의 책임이 피고의 책임보다 더 무겁다고 인정되지 않은 한 유책당사자의 이혼청구라도 허용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이혼을 구하는 배우자의 유책행위와 혼인파탄과의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을 때는 혼인관계의 파탄을 자초한 결과를 용인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므로, 이 경우에는 이혼청구를 허용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이미 다른 원인에 의하여 혼인이 파탄되어 있는 경우에는 설혹 청구인에게 유책한 행위가 있더라도 그것으로써 이혼청구를 기각해서는 안 된다(대법원 1994. 2. 25. 선고 93므317 판결 참조).
한편, 원고와 피고가 혼인신고를 마친 후 피고의 잦은 음주와 외박으로 원만하지 않은 혼인생활을 하다가, 원고가 가출하여 11년이 넘게 피고와 별거하였고, 원고가 별거 기간 중에 소외인을 만나 동거하면서 그 사이에 자녀를 출산한 사안에서 대법원은 원고와 피고의 혼인은 혼인의 본질에 상응하는 부부공동생활 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고, 그 혼인생활의 계속을 강제하는 것이 일방 배우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된다고 할 것이며, 혼인제도가 추구하는 목적과 민법의 지도이념인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보더라고 혼인관계의 파탄에 대한 원고의 유책성이 반드시 원고의 이혼청구를 배척하지 않으면 아니 될 정도로 중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원고와 피고의 혼인에는 민법 840조 6호가 정한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라는 이혼원인이 존재한다고 판시했다(대법원 2009. 12. 24. 선고2009므2130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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