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경천 변호사(법무법인 가족)
지난해 대법원이 발간한 ‘2012 사법연감’에 따르면 성격차이로 인한 이혼이 5만1315건(45.5%)으로 경제적인 문제(12.4%), 배우자의 부정(8.2%), 가족 간 불화(7.1%), 정신적·육체적 학대(4.7%)등의 이혼 사유 가운데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예비부부에게 결혼상대로 배우자를 선택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는 질문에 대부분 ‘성격이 잘 맞아서’라고 대답하는데 이혼하려는 이유도 ‘성격이 잘 맞지 않아서’라고 하는 것을 보면 아이러니하다. 결혼 사유가 이혼 사유가 되니 말이다.

이혼을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은 사람에게 이혼사유의 성격차이는 부부가 노력하거나 한 사람이 참으면 해결될 일이라고 보여지지만 당사자에게는 매듭 없이 엉킨 실타래와 같다. 예전에는 엉킨 실타래를 풀지 않고 등을 돌린 채 살아가는 부부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성격차이로 인해 서로 사랑하지 않게 됐다며 협의이혼이나 재판상이혼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법원 역시 과거에는 부부간의 성격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이혼사유로 인정하지 않았지만 오늘날에는 성격차이로 인한 이혼을 인정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성격차이로 이혼하려는 경우 대부분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고 호소한다. 말하는 것, 생각하는 것부터가 다르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따라서 성격차이로 인한 이혼의 경우 원만한 합의가 쉽지 않고 소송으로 가는 사례가 많다.

성격차이 문제는 상대방의 유책사유를 증명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위자료, 재산분할, 양육권 등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이 현명하다.

주역에 ‘이상견빙지(履霜堅氷至)’라는 말이 있다. 서리를 밟을 때가 되면 얼음이 얼 때도 곧 닥친다는 뜻으로 앞으로 다가올 위기에 대한 예언이다.

갑자기 일어나는 일은 대부분 흔치 않다. 성격차이로 인해 이혼하겠다며 찾아오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더 이상 못 참겠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상처는 칼과 같아서 겪을수록 날카로워진다. 낱장의 감정이 켜켜이 쌓이면 망치로 깨도 깨지지 않는 두꺼운 벽이 생기고 만다.

그 사람을 사랑했던 이유가 그 사람과 헤어지게 되는 이유가 된다는 것이 서글퍼 보일 때가 있다. 꽁꽁 얼어붙은 얼음을 밟으며 찬바람 속을 홀로 걸어가기보다 서리를 밟을 때 서로를 돌아봐야 할 것이다.


글 염경천 변호사 (법무법인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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