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 김차현(49) (주)세스 대표가 이달의 기능한국인에 올랐다.


‘이달의 기능한국인’ 일흔 세 번째 수상자 김차현 대표는 전력변환장치(Power Converter) 분야 전문기술인 출신 CEO로서,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을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도록 기술 기반을 마련 하는데 기여했다.

’63년 경북 경주에서 태어난 김 대표는 어린 시절부터 전기에 대한 남다른 관심을 가졌다. 경주공업고등학교 전기과에 진학한 것도 그에겐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마을에 전기가 들어왔습니다. 호롱불 아래서 생활하던 제게 전기는 새로운 세상이었죠. 그 때부터 전기와 관련된 책은 모두 읽었고, 마을의 전기제품들도 전부 제가 고쳤습니다. 머릿속엔 온통 전기 생각뿐이었고 전기로 뭔가를 해보고 싶다는 열망이 가슴속에서 계속 커져나갔죠.”

김 대표의 고교 시절은 전기에 대해 다양하고 폭넓게 공부할 수 있었던 시기였다. 약전(낮은 전력)에 관심을 갖고 기술을 연마해왔던 그는 김천수 선생님(現 경주공고 교장)으로부터 고전압 송배전 분야를 배웠고 전력변환장치 전문가로서의 이론적, 경험적 기초를 다지는 바탕이 되었다.

고교 졸업 후 김 대표는 석굴암을 관리하는 전기기사 보조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나 전기에 대해 좀 더 깊이 있게 공부하고 싶었던 그는 영진전문대학에 진학, 현장과 학교를 오가며 현장 밀착형 이론과 실무를 습득했다.

전문대 재학시절, 생활비를 벌기위해 자동차 운전면허학원의 자동채점기 논리 회로를 설계했던 김 대표는 기술력을 인정받아 사례금을 많이 받기도 했다. 이후 김 대표는 심도 깊은 기술 연마에는 이론적 기반이 뒤따라야 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경일대학교로 편입한다.

그러나 편입 직후 군대를 가게 되어 학업을 중단하게 된다. 제대 후에는 포스콘(現 포스코ICT)에 입사, 기술인으로 첫 발을 내딛기도 했지만 이론에 대한 탄탄한 기반 없이 현장 업무에만 매달리면 발전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대학으로 돌아와 학업을 마무리한다.

“남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졸업하는 게 당연한 과정이지만 제겐 그 시간들이 단순히 시간의 흐름대로 흘러온 시간들이 아니라 제가 가진 기술을 착실히 키워나가는 소중한 시간 이었습니다. 학교에서 배운 지식과 현장에서 익힌 경험이 제가 일궈낸 기술의 토대가 된 것이죠.”

이후 프리랜서 생활도 잠시 했지만, ‘내 기술력을 인정받는 사업’을 하기로 마음먹은 김 대표는 1990년 1월, ‘대한시스템’을 설립, 생활가전의 컨트롤러를 제조·공급하기 시작했다. 탄탄한 기술력과 그간의 경험은 제품의 완성도를 높였고, 회사는 안정된 성장을 거듭했다.

대구 앞산의 케이블카 공사를 수주해 직류모터와 PLC(전력선통신)로 완전 자동화된 케이블카를 구축하는데 성공했고, 이어 대둔산 케이블카 시공도 맡는 등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전기·전자 분야의 다양한 기술을 섭렵하며 야심차게 준비한 CDMA(코드분할다중접속) 장비의 개발이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외환위기가 닥쳐왔다. 회사는 한 순간에 휘청거렸다.

두 칸짜리 사무실에서 다시 시작한 그에게 2000년, 에스에프에이의 배효점 대표이사가 찾아왔다. LCD(액정디스플레이) 제조장비의 전원을 개발하지 못해 7년째 제품개발이 답보상태에 있으니 한번 개발해 보라는 것이었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기술이었지만 성공 가능성을 내다본 김 대표는 직접 개발을 시작했다. 그리고 3개월 만에 문제를 해결, 개발을 끝냈다. 이것이 바로 ‘전자유도를 이용한 비접촉 전원 장치’다.

‘전자유도를 이용한 비접촉 전원장치’는 자기(磁氣)유도에 의해 비접촉으로 전원을 연결하는 장치로 반도체 제조공정에 전력을 안전하게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남들보다 짧은 기간 동안 기술개발을 해낼 수 있었던 건 단순히 기술력의 차이 때문만은 아닙니다. 전기 · 전자 분야의 다양한 경험과 이론적인 바탕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현장에서 필요한 기술을 연마하면서 폭넓게 공부한 덕분에 기술 개발 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었던 것이죠.”

초등학교 시절의 전기에 대한 호기심이 트랜지스터, 논리 회로, CPU(중앙처리장치)·DSP(디지털신호처리)로 이어지면서 전기·전자 분야에서 한 세대를 섭렵해 온 관심과 노력이 기술개발로 이어진 것이다.

2000년에 개발된 ‘전자유도를 이용한 비접촉 전원장치’는 매년 업그레이드되어 지금까지도 (주)세스의 주력제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간 ‘전자유도를 이용한 비접촉 전원장치’는 기업 간 거래로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기반시설에 적용되어 왔지만, 교통 및 의료분야 등에서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으며, 일반 소비자를 위한 시장도 곧 열릴 것으로 전망돼 앞으로 더 큰 성장이 기대된다.

“외환위기 당시 CDMA 장비를 개발할 때 기술보증기금에서 5천만 원을 지원받았었습니다. 2000년에 지원금을 상환해야하는 시점이었는데, 기술보증기금 담당자가 제가‘전자유도를 이용한 비접촉 전원장치’를 개발하고 있는 걸 보더니 5천만 원을 다시 지원해 주더군요. 개발이 끝난 후부터 지금까지 누적 매출이 500억 원입니다. 5천만 원이 500억 원으로 된 것, 이것이 바로 기술의 힘입니다.”

한편, ‘이 달의 기능한국인’은 10년 이상 산업체 근무경력이 있는 전문기능인 중 사회적으로 성공한 기능인을 매월 1명씩 선정 포상하는 제도로, 추천은 연중 수시로 받고 한국산업인력공단 6개 지역본부 및 18개 지사, 고용노동부 지방고용노동관서에 구비 서류를 갖춰 제출하면 된다.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