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 90년대 초 대학 재학시절 유럽여행을 하다가 아랍출신 대학생을 만난 적이 있다.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다가 나는 대한민국이 사대열강 틈바구니에서 굉장히 어려운 정치 외교적 입장에 처해있다고 말을 했다.


그러자 이 아랍인 친구는 복에 겨운 소리라면서 자신의 나라는 일본처럼 질투하거나 본받아야 할 나라가 없기 때문에 다시 말해 자극이 될 만한 주변국가가 없기 때문에 목표의식 없이 그만그만하게 지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당시 이 아랍친구의 말은 굉장한 충격으로 와 닿았고 우리나라가 지정학적으로 혹은 지경학적으로 열강의 틈바구니에서 힘겹게 생존한다는 기존의 고정관념을 뒤집게 만들었다.


우리나라는 한 때는 중국을 배우고 한 때는 중국과 거리를 두고서 일본과 러시아를 배우고, 특히 20세기에 들어서 미국을 배우면서 현재의 대한민국 국력을 키웠던 것은 아닐까.

올림픽은 단순한 스포츠 대회가 아니라 한 나라가 가진 국력의 총체가 모여 세계 모든 나라들과 함께 경쟁하는 국제적인 경쟁무대라고 말들 한다.


필자는 88서울올림픽 때 미군들과 함께 사격경기를 단체 관람한 적이 있었고, 92년에는 바르셀로나에서 한국의 배구경기를 직접 관람한 적이 있다. 당시 한국은 배구에서 메달을 목에 걸지는 못했지만 세계 강호들과 싸워 상위권의 성적을 거두었다.

24년이 지난 현재 대한민국은 이번 런던 올림픽에서 세계 5위의 성적을 당당히 거두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십여 년전 만해도 스포츠 강국이던 독일, 불가리아, 루마니아 등은 우리가 대적할 수 없을 정도의 절대 강자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동구국가와 마찬가지로 우리가 당시에 금메달을 많이 땄던 이유 중 하나가 국가가 주도하여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선발교육을 중앙집권적으로 하여 좋은 성적을 냈던 것이 사실이다. 중앙집권체제가 무너진 동구권은 더 이상 올림픽의 강자가 아니지만 대한민국은 여전히 강국으로 남아 있다. 올림픽의 금메달은 국력을 반영하는 하나의 선행지수라고 볼 수 있다.

전세계는 지금 한류열풍에 시름시름 앓고 있다. 한류는 무엇인가.


그것은 한마디로 ‘한국사랑’이다. 한류는 주지하다시피 한반도 반세기 역사상 가장 큰 역사적 사건이고 이보다 큰 영향력은 없을 것이다. 드라마, 애니메이션, 게임, K-POP 등의 영향으로 직접적인 한류 상품인 문화컨텐츠의 수출은 물론 간접적인 한국 상품 그리고 한국 관광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번 런던 올림픽에서는 한류와 연관된 특이한 점을 발견할 수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더 이상 태권도가 한국인 만을 위한 종목이 아닌 전세계인을 위한 종목이라는 것이 확연히 드러났다는 점이다.


총 4개의 금메달 중에서 1개의 금메달 만을 한국을 가져간 것은 종주국으로서 창피해야 할 일이 아니고 오히려 글로벌 스포츠로 도약에 성공한 태권도 종주국으로서 내심 기뻐해야 할 일이라고 본다.

한국의 태권도와 우리의 전통적인 효자종목인 양궁 지도자들이 수많은 국가에서 활동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양궁의 종주국인 영국에서 이번에 우리는 총 4개의 금메달 중에서 3개를 가져갔는데, 한국과 준결승전, 결승전을 다투었던 국가 중에서 한국 출신 코치와 감독이 많다는 사실은 한국 양궁의 저력이 어느 정도인가 라는 사실을 잘 말해준다.

우리나라는 얼마 전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2만불(1인당 국민소득)-5천만명(인구수)’ 클럽에 가입한 바 있다.


이번에 올림픽에서 대한민국이 이룬 5위라는 쾌거는 세계 7위를 넘어 5위권 안으로 진입한다는 선행지수라고 필자는 보고 있다. 골드만삭스가 2007년도 예측한 자료에 의하면 대한민국은 미국 다음에 세계 2위의 강대국이 된다고 했는데 결코 허황된 일이 아니다.


백범 김구 선생님이 이야기했던 문화대국의 꿈이 한류를 통해서 이루어지고 있고 이것은 대한민국을 초강대국으로 만드는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의 모습은 어떤가. 경제적으로 대한민국은 현재 상당히 어려운 시련을 겪고 있다. 전세계적인 경제침체와 스태그플레이션 조짐, 높은 청년실업률, 부동산가격의 폭락 등 대형 악재들이 폭탄의 내관처럼 대한민국을 위협하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 극복하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할 시기인 것 만은 틀림없지만, 그렇다고 회색빛 암울한 미래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한민국은 지리적으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위치에 자리 잡고 있다. 경제대국 일본이 주춤하고 있는 사이 G2로 부상한 세계2위의 경제대국 중국의 부상으로 수출과 관광의 새로운 활로가 열리고 있고 이 활로는 앞으로 더욱더 넓고 커질 것이다. 즉, 4강의 포위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세계의 중심에 대한민국이 존재하는 것이다.

필자는 2005년에 일반인에게 생소했던 중국해외펀드에 가입하여 3년 만에 257%라는 경이적인 수익을 올린 적이 있다.


그 때 만나는 중국인마다 “고맙다”, “당신 나라 때문에 내가 돈을 번다”고 말한 적이 있다. 당시 수많은 언론들과 지인들은 차이나 리스크를 언급하며 환매를 권유했었지만 “지금은 중국 밖에 없다. 중국이 무너지면 세계가 무너지는 것이다”라고 했었다.


만약 지인들이 필자에게 “앞으로 5년을 먹여 살릴 펀드가 뭐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코리아’ 펀드라고 답할 수 있다. 앞으로 ‘한류’는 최소 수 십년 간 대한민국을 먹여 살릴 것이다.

한류연구소장 한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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