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 정부가 ‘전력대란 위기’를 강조하며, ‘전원공급 중단’이라는 엄청난 사고를 유발한 ‘고리 1호기’ 재가동을 강행했다.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은 지난 6일 “33도 이상 폭염이 열흘 째 이어지고 열대야 6일째 발생하고 있다”면서 전력 수요 급증을 ‘폭염 탓’으로 몰더니 “60만kW의 예비력이 생기는 것”이라며 재가동 의사를 천명했다.


그러나 정부가 ‘전력수급’을 고리1호기의 재가동 사유로 삼는 것은 근거가 불충분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고리원전 가동 중단 이후 전문가와 시민단체들은 한 목소리로 “전력대비는 정부의 전력수요관리 능력에 달렸다”고 지속적으로 정부 책임론을 강조해왔다. 고리1호기와는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정부가 밝힌 대로 고리1호기의 전력 생산량은 60만kW인데 이는 전체 전력 수요의 1%에 불과하다.


이에 반해 지난 6월21일 정전대비비상훈련 당시 절감된 전력량은 무려 548만kW로 고리1호기 생산량의 약 9배 이상에 달한다.


위험한 ‘고리1호기’ 보다는 다소 불편하지만 ‘안전한’ 전 국민적 훈련이 낫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미 지난해 9월 ‘전력대란’을 경험한 바 있어 약 11개월의 시간이 지났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가 ‘전력 수요 관리’에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의문부호만 생겨날 뿐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온라인을 중심으로 정부는 과거에 대한 통렬한 반성조차 없이 ‘전력대란 위기’의 원인을 이번 폭염 탓으로 돌리면서, 실효성 있는 대책 대신 위험부담이 큰 ‘노후된 원전 가동’부터 생각한 것 아니냐는 비판론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삼척동자도 알다시피 고리1호기는 ‘노후된 원전’이라는 위험요소를 안고 있다. 수명이 다하기 전에도 국내원전 전체 사고의 20%를 차지했고, 2007년 수명연장 당시에도 원자로압력용기가 열에 약해 깨지기 쉽다는 지적을 받았다.


심지어 지난 3월 정전사태 발생시 비상디젤발전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원자로가 녹아내릴 뻔한 ‘전 국민적 공포’도 안겨줬다.


아울러 ▲IAEA ▲원자력안전위 ▲주민대표단과 한수원이 참여한 테스크포스가 연이어 점검에 착수했으나 비상디젤발전기 오작동의 원인을 찾지 못해, 같은 사고가 또다시 발생할 가능성도 다분하다.


게다가 정부는 원전관리 실태, 안전성 평가 보고서 등 관련자료 공개를 거부해 ‘신뢰성’에 대해서도 고개를 갸우뚱하는 목소리가 비등하다.


또한 이번 재가동에 앞선 원자로 안전 점검 과정에서도 투명성을 보장하지 않아 주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주민들께서 충분히 고리 1호기의 안전성에 대해 이해를 한 것으로 믿고 재가동을 결정했다”며 주민들의 목소리와 동떨어지는 행보를 펼치고 있다.


지금까지의 상황을 꼼꼼하게 분석하면, 분명한 건 이번 정부의 결정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자, 안전성의 문제가 전혀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결정된 악수 중의 악수라는 것이다.

한 관련 전문가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전력사용이 최저사용과 최대사용 시간대의 차이가 40%에 이르는 시점에서, 원전과 같은 기저부하를 늘리는 것은 전력피크에 대비하는 경제적이고 상식적인 방법이 아니”라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오히려 피크시간대의 전력수요를 조정하고, 가스발전과 같은 첨두부하를 활용하는 것이 올바른 길”이라고 조언했다.

고리1호기는 35년간의 가동으로 170km의 배관과 1700km의 전기선, 3만개의 밸브, 6만5000 곳의 용접부위 그 어느 곳이 언제 어떤 문제를 일으킬지 모르는 상황에서 다시 재가동을 하는 것은 그야말로 시한폭탄에 불을 붙이는 것이나 다름없다.

고리1호기는 더 이상 고리주변 일부 주민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고리1호기의 피해를 직접 입게 될 부산과 울산의 시민들, 그리고 나아가 전체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된 중요한 사안이다.


정부의 이번 고리1호기 가동 사태를 보면서, 정부 주요 당국자들이 폭염 때문에 ‘멘붕’ 사태에 직면한 것 아니냐는 생각에 쓴 웃음이 난다.


이지연 정치경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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