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섹스리스, 대화 단절이 더 큰 문제

엄경천 / 기사승인 : 2012-07-26 11:3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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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경제] “아내가 갑자기 이혼소송을 제기했어요. 제가 외도를 한 것도 아니고 폭행이나 폭언을 한 것도 아니고 생활비도 충분히 주었는데 이혼을 요구하는 이유를 모르겠어요.”


이혼상담을 하다보면 이혼소장을 들고 온 남편이 이와 같은 하소연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사례에서 마지막으로 부부관계를 한 것이 언제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상당히 오랫동안 부부관계를 갖지 않은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런 경우 배우자가 휴대전화에 잠금장치를 해 두었다면 혼인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다.


섹스리스 부부는 단순히 부부의 성욕문제가 아니다.


이혼전문변호사인 엄경천 변호사는 “부부 사이의 섹스는 단순히 성욕을 충족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대화단절을 야기한다”고 지적한다.


‘정상적인 부부에게 섹스는 의사소통의 수단’이라는 것이다. 고부갈등, 장서갈등, 경제적인 문제, 자녀 양육문제, 직장생활로 인한 스트레스 등 결혼생활을 영위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많은 문제가 부부가 섹스를 하면서 하는 정서적인 교류로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


부부사이 또는 부부를 둘러싼 주변 사람들과 관련된 부부의 갈등은 이성적인 토론을 통하여 해결될 수도 있겠지만 많은 부분 부부간 섹스를 통하여 굳이 장황하게 설명할 필요도 없이 해결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부부는 기본적으로 가장 긴밀한 생활공동체라는 가족을 떠받치고 있고, 가족이란 기본적으로 이해가 대립하는 관계가 아니다. 사랑과 신뢰를 기초로 하고 여기에 희생과 배려가 더해진다면 가족이란 그야말로 안식처인 것이다.


이런 부부 사이에서 발생하는 갈등은 거래 상대방과 사이에 발생하는 갈등이나 이해대립과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이것이 부부 사이의 많은 문제가 이성적인 토론이 아니라 감성적인 교류를 통하여 해결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섹스리스에 이르기 전에 내 인생에 대하여 치열하게 고민하고 적극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섹스리스는 이혼의 조짐일 수 있기 때문이다.


섹스리스 부부인데 상대방인 남편이나 아내가 휴대전화에 잠금장치까지 해 두었다면 배우자의 외도를 의심해 보아야 하고, 상당수는 이런 의심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혼소송을 하다보면 배우자의 외도가 혼인파탄의 원인이라는 주장이 많고 법원에서도 배우자의 외도를 혼인파탄의 결정적인 이유로 보아 위자료 지급을 명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부부 사이의 실체를 들여다보면 외도가 ‘혼인파탄의 원인’이 아니라 ‘혼인파탄의 결과’인 경우가 매우 많다. 외도가 혼인파탄의 결과라면 법원에서 위자료 지급을 명할 사유가 되지 않는다.


정상적인 사람 가운데 ‘이혼이 좋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혼은 혼인파탄에 이른 부부의 불가피한 선택이다. 혼인파탄이라는 실질에 대하여 이혼이라는 형식을 더하여 부부라는 법적인 결합을 정리하는 것이다.


이혼은 인생에서 ‘손절매’를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혼절차가 너무 힘들고 부부의 자녀를 비롯한 소중한 주변 사람들에게 많은 고통을 줄 수 있다.


혼인파탄에 이르러 대부분의 부부는 그 모든 책임을 상대방 배우자에게 떠넘기기 급급하다. 변호사 가운데에는 이혼 당사자 사이의 갈등을 증폭시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오해를 사게 하는 경우도 있다. 의뢰인이 “상대방 변호사님은 소송대리인이 아니라 마치 장모님 같아요”라고 말할 때 할 말이 없다.


법무법인 가족 / 엄경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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