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고객중심이나 시장지향이라는 용어가 낯설지 않을 만큼 기업경영에 있어서 마케팅은 핵심적인 이슈가 되고 있다.


때문에 기업에서 마케팅에 대한 교육수요가 증가하고 있고, 더욱 깊은 수준의 교육수준을 제공받고자 하는 요구도 커지고 있다.

과거의 마케팅과 최근 마케팅의 요구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과거에는 마케팅이 하나의 기능으로 간주되었지만 최근의 마케팅 요구는 전사적인 차원의 이슈로 고려된다는 점이다.


즉, 마케팅을 프로모션이나 채널관리와 같은 실행단계만의 이슈가 아니라, 고객의 제품 및 서비스를 기획하는 단계부터 판매 후 고객관리를 지속하는 단계까지 전 가치사슬에 걸친 활동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때문에 기업들은 직무를 불문하고 고객 또는 시장중심적인 사고를 할 것을 독려하고 있는 것이다. 이리한 이유로 최근 마케팅 교육대상자가 마케터 또는 영업직군을 넘어 전직원으로 확장되고 있다.

최근 필자가 컨설팅해 온 기업들의 마케팅교육은 마케팅인력의 역량 차원의 문제를 넘어 조직이 마케팅 중심으로 변모하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고 있다.


따라서, 단순히 마케팅 과정을 운영하기에 앞서 조직이 수용할 수 있는 체계를 세우는 일에 훨씬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이러한 경향은 교육 컨텐츠에 있어서도 많은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기존의 마케팅 교과과정들을 보면 주로 제품의 마케팅기획 또는 마케팅직무 수행자의 관점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어 기업의 변화하는 비즈니스 환경과 다양한 직무의 관점을 수용하지 못했으며 그 예를 몇 가지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마케팅 프로세스의 첫 단계에 해당하는 상황분석 내용을 살펴보면 일반적으로 3C(Customer, Competitor, Company)분석을 제시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3C는 단순하면서도 다양하게 적용될 수 있는 강력한 도구이기는 하지만 최근의 시장 상황을 충분히 반영해 주지 못한다. 예를 들어 유통업체의 영향력이 증대되고 있는 추세와 현대 비즈니스 모델의 비정형성 등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물론, 산업분석 틀을 병행하여 활용하기는 하지만 3C와는 중복적인 면이 있고 마케팅전략과의 연결관계가 불분명하다.

또 한가지 예를 들어보도록 하자. 마케팅 실행단계를 보면 4P관점의 기술을 고수하고 있다. 마케팅 믹스는 최근 강조되고 있는 기업경영의 조화 관점에서 중요한 사안임에 틀림이 없지만 적용을 위해서는 좀 더 기업의 조직구조에 맞춘 커리큘럼을 구성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가장 민감한 마케팅 믹스 요소 중의 하나인 가격은 대개 중앙통제적으로 이루어지지만 실제 현장에서 대상 고객에 따라 또는 지역적 경쟁현황에 따라 매우 빈번하게 활용되는 요소 중 하나이다. 따라서, 마케팅 기획자의 가격 원칙도 중요하지만 실무적인 대응을 위한 가격전략이 현장에 더 필요하다.

실무적으로 마케팅 실행 시 기업 내부에서 가장 빈번히 드러나는 일 중의 하나이지만 마케팅 기획 단계의 의도와 판매나 고객관리 단계의 의도와는 큰 괴리가 발생하는 일이 허다하다.


가장 좋지 않은 경우 중의 하나이겠지만 경험해 온 바, 기획과 현장의 갈등이 심화되고 더 나아가서는 적대적인 관계까지 형성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러한 경우에는 회사 내의 업무 프로세스 상 각 기능 단의 다양한 역량을 조화시켜 줄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과정이 생략된 경우가 많다. 또한, 동일한 언어에 대한 해석도 다른 경우가 많았다.

마지막으로, 최근 경영자들이 가장 강조하는 사안 중의 하나는 마케팅 또는 고객 마인드에 대한 것이다. 마인드라고 하면 주로 태도(Attitude)에 대한 측면을 강조하는 것이지만 경영자 입장에서는 종종 지식이나 기술적 측면을 포함하여 이야기하기도 한다.


즉, 태도는 기본이고 시장을 해석할 수 있는 능력 또는 고객을 읽을 수 있는 능력까지를 포함하여 마인드를 강조하는 경우가 많다. 더불어, 여기서 이야기하는 태도라는 것이 개인적인 태도에 대한 것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집합적이기 때문에 해결에 어려움이 있다.

즉 마케팅 마인드는 시장을 분석하거나 단순히 고객중심으로 생각한다는 수준의 문제만은 아니다. 오히려 어떤 기업이 또는 사업단위가 통일된 개체로서 일관된 태도 또는 문화를 견지할 수 있는 가가 더 중요한 문제이다.


결론적으로 기업이 실질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마케팅 교육이 되고자 한다면 그 영역은 일반적 마케팅 교육 테마를 넘어 조직 및 문화의 관점에서도 다루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여전히 기업의 입장에서는 실행할 수 없는 마케팅 교양 교육 수준을 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면 기업 또는 조직이 수용가능하고 실무적용도가 높은 교육은 어떻게 구성되어야 하는가? 이를 내용 및 방법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보도록 하고자 한다.

내용적 측면에서는 첫째, 시장지향적 기업문화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많은 기업들이 예측불가능하고 불확실한 외부환경변화에 대해 민첩하게 대응하기 보다는 편의성이나 안정성을 추구하면서 내부적 이슈에 몰입하게 된다.


특히 기업이 대형화 장기화될수록 외부자극에 의해 변화하기 보다는 사내의 정치적 명분에 집착하게 된다. 이로 인해, 외부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적 문화보다는 내부적 경쟁관계를 형성하기 쉬우며 이는 내부 커뮤니케이션에 지장을 초래하여 시장에 대한 학습능력을 저하시킨다.

둘째 전략적 사고의 틀이 필요하다. 전략적 사고의 틀이라는 것은 장기적 또는 지속적 수익성을 목표로 하는 사고 방식을 의미한다. 물론, 현장에서는 보다 단기와 장기수익의 긴장관계가 더 치열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적이 뛰어난 현장인력의 경우는 매우 전략적으로 행동한다. 그것이 개인의 브랜드 가치를 위해서건 회사를 위해서건 말이다. 따라서 이들의 행동은 시장의 반응을 감지하고 계획 실행하며 다시 시장의 반응을 살피는 순환과정으로서의 완결성을 가진다.

셋째 마케팅 조직 프로세스에 대한 이해이다. 여기서의 조직 프로세스는 공식적 차원의 조직 의사결정 절차를 말한다. 앞서 이야기한대로 내부에 몰입하는 문화는 자연스럽게 내부 편의적인 의사결정 또는 평가 기준을 마련하도록 한다.


이러한 현상은 마케팅교육을 운영하면서도 자주 발견하게 되는데, 실무 과제 해결형으로 진행되는 마케팅 워크샵에서 조차도 합리적인 프레임워크를 따르기보다는 기존의 업무 프로세스 또는 자사 자원기반의 사고 전개로 결과 도출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경우들을 보아왔다.


따라서, 자신의 조직 프로세스를 전사든 부서든 마케팅의 관점에서 평가해 볼 수 있는 과정이 포함되어야 한다.

다음으로 마케팅 교육을 방법적 측면을 살펴보자. 마케팅은 사실 경영학으로 명명된 영역 중에서도 가장 정형성이 떨어지는 영역이 아닐까 생각된다.


다시 말하면 외부환경에 가장 먼저 반응하는 영역이기 때문에 변화속도도 빠르며, 많은 내용들이 마케팅 이론이라고 포장되어 내부에 존재하기 보다는 사례와 같은 외부 지식에 의존하는 정도가 가장 큰 영역으로 여겨진다.


물론, 경영학의 다른 분야 역시 순수영역은 아니지만, 제한적으로나마 합의된 규정이라는 것이 어느 정도 존재하며 변화의 양상도 마케팅 영역에 비해서는 늦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케팅 이론들은 꽤나 유용한 사고의 틀을 제공한다. 그 이론들의 특징은 해답을 제공하지는 않으나 판단근거인 시장요인들을 넣고 생각하면 보다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으로 해결안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따라서, 이 틀 내에서 개념을 학습자들이 발견할 수 있도록 최대한 다양한 사례를 다루는 것이 좋다. 구색 갖추기로 어쩌다 하나 둘 다루는 방식보다는 집중적으로 10건 이상, 가능하면 수십 건이라도 다루는 방식이 좋다.


이러한 방식의 경우 마케팅 프레임워크에 전혀 익숙하지 않고 사고방식도 다른 학습자들의 경우에도 학습적 도약을 가능하게 하는 것을 종종 본다.

앞에서 이야기한 사례는 기존에 많이 활용되는 HBS와 같은 해외유수대학의 사례나 국내 사례들을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모 기관에 발행되는 마케팅 사례의 경우와 같이 많은 국내사례들이 그 자체로는 별다른 인사이트를 주지 못하면서 성공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하는 식이다.


이러한 경우에는 학습자들 스스로가 사례를 보완하고 재구성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 통찰력을 키우는데 더 낫다고 생각한다.

사례학습의 경우 한가지 문제점은 의견에 해당할 수 밖에 없는 피드백을 받는다는 점이다.


물론, 이러한 피드백을 보완하기 위한 도구로서 시뮬레이션을 활용할 수 있다. 시뮬레이션은 마케팅 고려 요인들을 규명하는 데 유용성이 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아무리 모델이 세련되고 복잡다단하다 하더라도 시뮬레이션 로직은 현실과는 차이가 있으며 금새 익숙해 지기도 한다. 때문에 흥미로운 이벤트로 끝나거나 로직에 수긍하지 못하는 부정적 학습자들이 산출되기도 한다.


시뮬레이션의 완성도에 따라 특정한 사고관을 형성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시뮬레이션의 로직 자체의 학습에 몰두되고 피드백을 제공할 역량 있는 강사의 수급도 매우 어려운 편이다. 따라서, 필자는 시뮬레이션을 적극 추천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어떻게 피드백을 받고 검증할 수 있는 기준을 수립할 수 있는가.


우선은 실무과정을 통해 시장의 또는 조직의 직접적인 피드백을 받는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입장에 있는 직원은 많지 않다. 이에 대해 보완할 방법은 아래에서 다시 한 번 이야기하겠다.


또 다른 하나는 수많은 사례와 독서를 통해 학습자 스스로 사례 또는 시장상황에 대해 판단할 수 있는 내적 기준을 형성하는 것이다. 시간이 걸리는 일이지만 가치 있는 활동이다.

마지막으로 교육방법으로 제시되어야 할 부분은 세부 직무과정을 어떻게 다룰까에 대한 것이다. 이는 단순히 교육대상자의 산업이나 제품을 다루는 차원은 아니다.


앞서 이야기했던 대로 마케팅은 단순히 마케터의 문제 이상의 것이기 때문에 조직의 직무차원에서 어떻게 해석하고 적용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즉, 각 직무를 시장지향적 차원에서 목표를 재정의하고 직무간의 얼라이닝을 어떻게 추진할 지가 교육과정 내에서 다루어져야 한다.

최근 교육의 실무적용이 많이 강조되면서 오도하는 것 중의 하나는 큰 해결대안 자체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실현가능성에 대한 고려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시장의 실패를 전략의 실패로 바로 해석해 버리고 나머지 실행과정 상의 문제점들에 주의를 덜 기울인다는 점이다. 아무리 좋은 전략도 좋은 구조와 프로세스가 지원되지 않는다면 성공하기 어렵다. 또한, 대부분의 직원들은 전략 입안자이기 보다는 실행하는 직무에 속해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전략대안도 중요하지만 직무과정을 어떻게 보다 시장지향적으로 설계해야 할지 부서 또는 기능 간의 의사소통의 정확성과 원활함을 위해 어떠한 절차를 마련해야 할 지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다.

마케팅 교육이 현업에서의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전 조직적 차원의 교육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시장지향적 문화와 마케팅 전략사고의 틀이 공유되어야 하며 이러한 바탕 위에 자신의 직무를 해석 적용할 수 있는 역량개발이 되어야 한다.

글 / 유덕현 대표(에듀케이시아 주식회사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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