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권 말기 대출 의혹…‘문재인 정권 들어 수면 위로’

사진 출처-우리들병원 카페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전직도 아닌 현직 대한민국 대통령의 딸이 대한민국에 거주하지 않고 해외로 이주한 것은 전례가 드문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딸이 그렇다. 문 대통령의 딸 문다혜씨 가족이 어떠한 이유로 동남아로 이주했는지 청와대는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물론 청와대 주장대로 대통령 딸이기에 앞서 한 개인으로서의 사생활이 중요하기 때문에 함구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다만, 청와대가 함구하고 있는 탓에 다혜씨의 동남아 이주와 관련해 무성한 추측과 의혹들은 온라인을 중심으로 커져만 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5~6월 동남아로 이주한 것으로 알려진 다혜씨가 같은 해 10월 국내에 입국해 진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우리들병원에 대한 의혹이 일고 있다. 우리들병원이 지난 2012년 9월 산업은행 등을 통해 1400억원의 특혜 대출을 받았고, 이 과정에서 문재인 정권 인사들이 개입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문재인 정권 실세와 국책은행 그리고 민간은행까지 얽혀있는 우리들병원 1400억원 특혜 대출 논란에 대해 짚어봤다.


우리들병원 특혜 대출 의혹 거론한 심재철


우리들병원-김앤장-산업은행 삼각 커넥션?


자유한국당 곽상도 의원의 의혹 제기로 촉발된 문재인 대통령의 딸 문다혜씨의 동남아 이주는 무성한 추측과 의혹을 낳고 있다.


청와대 주장대로 대통령 딸에 대한 사생활 공개를 요구하는 건 정치적 금도를 벗어난 일이며 대통령 가족의 안위를 위태롭게 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전직도 아닌 현직 대한민국 대통령 딸이 해외에 나가서 산다는 게 그리 상식적으로 보이진 않는다.


더군다나 다혜씨가 동남아로 이주한 이유와 배경에 대해 청와대가 고개를 끄덕일 만한 명쾌한 해명을 하지 못함에 따라 무성한 추측과 의혹은 더욱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고, 급기야 건강보험 부정수급 의혹까지 더해지고 있다.


지난해 5~6월 동남아로 이주한 것으로 알려진 다혜씨가 같은 해 10월 국내에 입국해 강남 청담동 소재의 한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는데, 해외 이주의 경우 건강보험법에 따라 출국한 다음날부터 자격이 상실되기 때문에 입원치료를 받았을 당시 진료비에 대해 건강보험 혜택을 받았는지, 만약에 받았다면 이는 부정수급에 해당된다는 게 곽상도 의원과 자유한국당의 지적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외국 시민권자나 영주권자가 아닌 내국인의 경우 출국 시 급여가 정지될 뿐 자격이 상실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입국 시 급여정지는 해제되며, 다혜씨 경우도 국외 거주 목적으로 외국의 시민권이나 영주권을 취득한 것이 아니므로 입국하면 당연히 건강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혜씨의 건강보험 부정수급 의혹을 놓고 제1야당과 여권이 공방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다혜씨가 지난해 10월 입국해 입원치료를 받은 병원으로 알려진 우리들병원에 대한 특혜 대출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 2012년 우리들병원이 1400억원 규모의 대출을 받았는데, 여기에 문재인 정권 인사와 산업은행 그리고 신한은행까지 얽혀있다는 의혹이다.


심재철 “우리들병원 특혜 제공…현 정권에 영향력 행사 확인된 것”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중진의원 연석회의. 이날 회의에 참석한 심재철 의원은 “우리들병원의 대출 의혹이 굉장히 심각한 듯하다”며 “산업은행에서 1400억원을 대출받았고, 사건이 중간에 수사가 중단됐고, 이 과정에서 정권실세가 등장을 하는 등 여러 가지 의혹들이 불거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심 의원은 여러 가지 의혹들에 대해 “첫째, (우리들)병원장인 이모 씨가 (대출을 받을)당시 개인회생 신청경력이 있었는데 (우리들병원이)어떻게 1400억원이나 대출을 받을 수 있었느냐 것”이라며 “병원 부동산 감정가액이 973억원 밖에 안 되는데, 이거 가지고 1400억원을 대출받았다”며 의구심을 내비쳤다.


심 의원은 이어 “두 번째, 서초경찰서가 수사에 착수하려 했다가 이게 외압으로 중단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경찰청 범죄정보과에도 이 첩보가 들어가 있었고,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에도 보고가 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세 번째는 김앤장 로펌이 등장하는데 (우리들병원 대출 승인 대가로)거액의 자문료를 챙긴 것”이라며 “당시 우리들병원의 전 재무이사는 60억원을 줬다고 진술했고 이상호 씨(우리들병원장)의 전처인 김수경 씨는 사석에서 이보다 훨씬 많다고 진술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심 의원은 “이 사건이 중간에 수사가 중단된 것은 정권실세들의 외압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는데, 우리들병원에 대한 특혜 제공일 뿐만 아니라 우리들병원이 현 정권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소문이 확인된 것”이라며 “이것 역시 국정농단에 하나라고 볼 수 있겠다”고 주장했다.


또 “언론보도를 보면 더불어민주당 정재호 의원과 양정철 민주연구원장(내정자) 등 현 정권실세 두 사람 이름이 공식적으로 거명되고 있는데, 이런 부분에 대한 사실관계 규명이 필요하다”며 “경찰은 산업은행 대출 자료를 이미 입수했는데도 수사에 활용하지 않고 있는 것을 보면 수사중단 압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의심했다.


그러면서 “이런 거액 대출, 수사 중단 외압의 의혹, 정권실세의 회유 시도 이런 문제들을 사법당국은 권력의 눈치 없이 중단된 수사를 개시하여 명백하게 사안을 밝혀야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

1000억원 채무 및 개인회생 이력…그런데도 1400억원 대출


심재철 의원이 제기한 우리들병원 1400억원 특혜 대출 의혹은 지난 2월 18일자, 3월 11일자 <주간조선> 단독보도를 골자로 한다.


<주간조선>이 보도한 우리들병원 1400억원 특혜 대출 의혹의 전말은 이렇다.


우리들병원은 지난 2012년 9월 산업은행과 산은캐피탈에서 각각 1100억원과 300억원 등 모두 1400억원의 대출을 받았다고 한다.


산업은행은 당시 우리들병원에 대출을 해주는 조건으로 병원장인 이상호 원장에게 전처인 김수경 우리들리조트 회장이 운영하고 있는 레스토랑 사업 관련 연대보증에서 빠지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문제는 당시 이상호 원장이 은행권에 800~1000억원에 달하는 채무가 있었고, 이 원장은 또 산업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기 6개월 전인 2012년 3월 법원에 개인회생을 신청했다가 한 달 뒤인 4월 개인회생 신청을 철회했다.


800~1000억원에 달하는 채무는 물론이거니와 개인회생 이력까지 있는 탓에 1400억원이란 거액의 대출을 받기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물론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경우 담보가치가 높다면 그나마 대출이 용이할 수도 있겠으나, 당시 우리들병원의 부동산 감정가액은 973억원이었고, 산업은행 등은 부동산 담보가치를 훌쩍 뛰어넘는 1400억원이란 돈을 내어줬다.


따라서 우리들병원 1400억원 대출은 뭔가 석연치 않다는 것.


아울러 심재철 의원의 언급대로 산업은행이 우리들병원에 대출을 해주는 과정에서 김앤장이 등장하는데, 김앤장은 우리들병원 법률자문을 맡았다고 한다.


대한민국 최고 로펌으로 꼽히는 김앤장이 법률 자문을 맡은 탓에 석연치 않은 대출이 가능했는지는 몰라도, 김앤장에 지급된 법률 자문료는 60억원 이상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김앤장에 지급된 거액의 법률 자문료를 놓고 산업은행은 우리들병원이, 우리들병원은 산업은행 측이 김앤장에 자문료를 줬다며 서로 상반된 주장을 펴고 있다는 게 <주간조선>의 지적이다.


우리들병원 이상호 이사장.

산은 “유동화증권대출‥신탁자산 8700억원”


말이 다른 연대보증 해지…회생 철회 의문


특혜 대출 아닌 ‘구조화금융대출(유동화증권대출)’


이상호 원장의 개인회생 이력 그리고 은행권에 800~1000억원에 달하는 채무, 부동산 담보 가치도 대출금액에 못 미침에도 우리들병원에 1400억원의 대출을 승인해준 산업은행은 일각의 의혹제기와 달리 특혜 대출이 아니었다는 입장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당시 우리들병원 대출은 부동산 대출이랑 다른 유동화증권대출(구조화금융)이었다”면서 “신탁자산이 있고 거기에 매출채권이 담보로 들어가는 것인데, 우리들병원 신탁자산은 8700억원 규모 정도 됐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좀 더 구체적으로 “일반 부동산 대출이 아닌 장래매출채권을 기초로 한 ‘구조화 금융(Structured Finance)’대출이었는데, 대출 당시 우리들병원이 매출을 일으키는 요인인 카드나 어음 등 실제 매출이 발생해서 받아야 될 돈 등이 8700억원이었다”면서 “장래매출채권 등 우리들병원 신탁자산(8700억원)이 대출규모 보다 훨씬 컸기 때문에 이를 담보로 대출이 가능했던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이상호 원장의 개인회생 이력과 관계없이 법인 신용과 장래매출 등으로 대출을 진행했던 것이고, 당시 이 원장의 동의를 받고 신용 관련 모니터링을 했지만 개인회생 이력은 뜨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는 대출 당시 장래매출채권 등 우리들병원 신탁자산이 8700억원 규모였고, 이를 담보로 대출이 가능했다는 것.


구조화금융대출이란?…“연대보증인 해지는 합의이혼 사항”


우리들병원 대출에 적용됐던 구조화 금융대출(유동화증권대출)이란 ‘차주(돈을 빌리는 사람)’가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한 뒤 부동산이나 매출채권, 유가증권, 저당채권 등과 같이 유동성은 떨어지나 재산적 가치가 높은 유·무형의 유동화 자산을 특수목적법인에 양도하고, 이를 기초로 유동화증권을 발행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말한다.


이에 따라 우리들병원은 ▶‘우리들병원제일차(유)’라는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한 뒤 ▶이 법인에 우리들병원 청담·서울·포항·부산·동래·대구 등의 요양급여비용채권과 신용판매대금 등 장래매출채권을 양도했으며 ▶요양급여비용채권과 신용판매대금 등이 입금되는 계좌에 대한 예금반환채권을 수탁자인 산업은행에 신탁했고 ▶특수목적법인은 유동화증권(ABL, 1100억원) 및 유동화기업어음(ABCP, 300억원)을 발행하는 방식으로 1400억원의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김앤장에 지급된 법률 자문료와 관련해, 산업은행 관계자는 “김앤장 법률 자문료는 우리들병원 SPC에서 지급이 됐다”며 “SPC에서 김앤장 자문료를 냈다”고 강조했다.


산업은행이 구조화 금융대출 방식을 통해 우리들병원에 1400억원의 대출을 승인해주는 조건으로 이상호 원장에게 전처인 김수경 우리들리조트 회장이 운영하고 있는 레스토랑 사업 관련 연대보증에서 빠지라고 주문한데 대해선 “당시 이상호 원장이 부인과 이혼하는 과정에서 이혼합의서에 서로 연대보증인을 해지하자는 내용이 있었다고 한다”며 “그거에 따라 연대보증인을 해지한 것이지 산업은행이 요청한 사안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그러면서 “연대보증인 해지와 산업은행 대출과는 연관이 없다”고 덧붙였다.


지난 2012년 4월 이 원장이 개인회생 절차를 철회할 당시 우리들병원은 “이상호 이사장의 개인연대 보증 채무로 매달 그 변제 책임을 떠안아왔으나, 이 이사장과 김수경 회장의 (연대보증인 해지라는 이혼합의서 때문에)연대보증 채무가 사라져 회생절차를 철회하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이상호 “연대보증에서 빠져야 산은에서 대출해준다고 했다”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산업은행이 내어준 우리들병원 1400억원 대출은 일각의 의혹제기와 달리 정상적인 대출로 여겨진다.


다만, <주간조선> 보도에 따르면, 2016년 6월 1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한 이상호 원장은 “연대보증인에서 빠져야 산업은행에서 대출을 해준다고 했다”며 “연대보증인에서 빠진 후에 산업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그 빚을 전부 다 갚고 회생했다”고 증언했다.


이상호 원장이 전처의 레스토랑 사업 관련 연대보증인에서 빠지는 과정에서 민간은행과 전처의 동업자 사이에 소송이 일었고, 이 원장은 이날 증인으로 출석해 이와 같이 증언한 것이다.


연대보증인 제외와 관련해 산업은행의 주장과 이상호 원장의 증언이 다른 것인데, 이 원장은 우리들병원이 산업은행으로부터 받은 구조화 금융대출 ‘연대보증인’으로 이름이 올라가 있다.


이는 이상호 원장이 레스토랑 사업의 연대보증인 자격을 유지했다면, 산업은행 대출의 연대보증이 가능했겠느냐는 의문이 남는 대목이다.


아마도 대출을 받는 과정에서 ‘이중 연대보증’이 문제가 돼 부결됐을 가능성이 크지 않았을까.


다시 말해 ‘레스토랑 사업 연대보증’과 ‘우리들병원 대출 연대보증’이란 이중 연대보증을 해소하기 위해, 산업은행이 대출 선결조건으로 기존 연대보증에서 이름을 빼라고 요구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또한 이상호 원장이 개인회생 신청 한 달 만에 이를 철회한 대목도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회생 철회 당시 우리들병원은 ‘이상호 원장 부부간 연대보증 채무가 사라져 회생절차를 철회하게 됐다’고 설명했지만, 당시 이 원장은 800~1000억원에 달하는 채무가 있었고, 이를 갚지 못해 회생신청을 한 것인데 800~1000억원보다 훨씬 적은 액수에 해당하는 연대보증 채무가 사라져 회생신청을 철회했단 주장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따라서 ‘이 원장과 김수경 회장이 이혼하는 과정에서 자발적으로 연대보증인을 해지한 것이지 산업은행의 요청사안이 아니었다’는 산업은행의 주장보다, 법원에서 ‘연대보증인에서 빠져야 산업은행에서 대출을 해준다고 했다’고 한 이 원장의 증언에 더 무게가 실린다.


결국 우리들병원에 1400억원이란 거액을 대출해주기 위해 산업은행과 이상호 원장 그리고 법률자문을 맡았던 김앤장 간에 사전조율이 끝난 상황에서 개인회생 신청을 철회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2부에서 계속......>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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