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여론 뭇매에도 해명하면 그 뿐…‘재발방지 노력은 어디에’

[스페셜경제=김다정 기자]SPA브랜드 유니클로(UNIQLO)는 한국인들에게 ‘애증(愛憎)’의 브랜드인 듯하다.


‘자라(ZARA), H&M 등 내노라’ 하는 글로벌 SPA 기업들이 좀처럼 한국 시장에서 기를 펴지 못하는 상황에서 유독 ‘전범 기업’, ‘우익 논란’ 꼬리표가 따라다니는 유니클로만 승승장구하며 1위 가도를 달리고 있다.


이미 유니클로는 한국에서 여러 차례 논란의 대상이 된 바 있다. 이때마다 소비자들은 유니클로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벌였지만, 아이러니하게 한국에서 유니클로 매장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으며, 매출액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과거 온라인상에서는 일본 우익 단체를 후원하는 기업 명단에 유니클로가 오른 적이 있다. 당시 유니클로 측은 일본 우익단체 후원과 무관하다고 해명했지만, 이와 별개로 유니클로 제품 디자인이나 광고 속에서 전범기 문양이 여러 번 발견되면서 한국 소비자들의 공분을 샀다.


2017년에도 유니클로 감사제 행사 광고의 아동 모델이 욱일기 문양 전투기를 들고 있어 비난을 받았다.


‘일본계 기업’으로서 대외적으로 불거질 수 있는 우익논란 외에, 이번에는 유니클로가 내부적으로 ‘성추문’ 의혹에 휩싸였다.


유니클로의 한국법인인 에프알엘(FRL)코리아의 한 고위급 임원이 상습적으로 여직원을 대상으로 성희롱·성추행을 행했음에도 회사에서는 ‘무혐의’ 처리하고 해당 직원을 감싸기 급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이에 <스페셜경제>는 반복적으로 터지는 논란에 바람 잘 날 없는 유니클로를 집중조명하기로 했다.


고위급 임원의 상습적인 성범죄회사는 가해자 감싸기에 급급


2015년부터 이어진 성희롱, 윤리위원회 신고해도 결국 무혐의


지난달 초 유니클로는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앱에서 화제의 중심에 올랐다.


유니클로의 한국법인인 에프알엘(FRL)코리아의 현직 본부장 A씨의 과거 성추행·성희롱 일화가 폭로된 게시물은 수천건의 조회수를 기록했으며, 댓글 제보도 잇따랐다.


<미디어펜> 단독보도에 따르면 A본부장은 업무 시간 중 사무실에서 여직원 B씨에게 “너는 애를 못 밸 몸매”라는 식의 발언을 했다. B씨는 A본부장의 언행을 회사 윤리위원회에 신고했으나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후 B씨는 몇 차례 회사에서 과격하게 고함을 지르는 등 항의를 했으나 결국 지난해 11월 회사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폭로된 A본부장의 성추문 사건은 이뿐이 아니다. 이미 A본부장은 지난 2015년부터 여러 차례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다.


2015년 일본 유니클로 본사 행사에 참여했을 당시, 남성 팀장 3~4명과 자신 호텔방에서 술자리를 마련한 A씨는 여성 직원 C씨를 억지로 불러 참석케 했다. 이에 대해 동료 직원이 A본부장에게 강력하게 항의 한 끝에 C씨는 자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같은 해 말 회식자리에서는 A본부장이 갑자기 여직원 D씨의 허리를 뒤에서 끌어않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를 본 주변 팀장들이 A씨를 방에서 끌어냈고, 다음날 팀장을 포함한 몇몇 직원이 A씨를 찾아가 사과를 요구했다. 이에 A씨는 D씨에게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막강 권력’ A씨…회사는 알고도 방관했다?


이번 성추문 사건이 언론을 통해 대외적으로 알려지게 된 이유는 주요 가해자인 A본부장이 회사 내부에서 권한이 커, 여러 차례 성희롱 논란에도 해당 사건이 회사 내에서 반복적으로 무마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제보자에 따르면 A본부장은 2014년 롯데에서 유니클로로 옮겨와 윤리위원회 위원장, 징계위원회 위원, 구매거래위원회 위원장, CISO를 역임하면서 회사의 관리 부문(법무·재무·회계·총무·구매·점포 설계·무역 등)을 휘하에 두고 있다.


제보자는 “회사의 비용을 1원이라도 집행하려면 그의 승인을 얻어야하고 모든 윤리관련 사건 역시 법무부를 통해 좌지우지하는 막강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유니클로 측은 제보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유니클로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내부적으로 조사한 결과 신체나 몸매, 임신가능성에 대한 언급은 없었으며, 성희롱과도 전혀 무관한 내용이었다”고 해명했다.


2015년 일어났던 일련의 사건과 관련해서도 “회식 중 허리를 끌어않는 일은 없었다. 노래방에서 남녀직원 포함 다같이 어깨동무를 하고 노래를 부른 일은 있었지만, 다음 날 정식으로 여직원에게 사과를 하고, 당사자도 사과를 받아들여서 마무리됐다”고 말했다.


회사가 사실을 무마하려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으로, “높은 수준의 윤리 규정에 의거해, 익명이 보장되는 신고 접수 시스템을 운영 및 관리함으로써 근무 중 부당한 처우의 발생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부당한 처우가 발생했을 시에는 관련 법령과 사내 규칙에 따라 철저히 처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재발방지 노력 없었다’, 같은 문제 세 차례나 불거져


회사 측에서는 이번 사건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며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단지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할 뿐 사회적 물의에 대해 사과하거나 향후 재발 방지 또는 대처 방안에 대한 언급은 없다. 제보자들이 분개하는 부분도 바로 이 대목이다.


이처럼 유니클로가 각종 불거진 논란에 대해 방관자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행태는 비단 이번 성추문 사건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이는 과거 일본 제국주의의 상징인 ‘욱일승천기’ 이미지를 제품 등에 사용해 여론에 뭇매를 맞은 후에도 재발 방지 노력 없이 최근까지도 같은 문제가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점을 통해 알 수 있다.


앞서 2010년 욱일승천기가 그려진 티셔츠를 판매해 비난을 받은 유니클로는 지난 2012년에도 미국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뉴욕현대미술관에 욱일승천기 이미지로 홍보 포스터를 제작해 현지 뉴욕한인학부모협회의 항의를 받은 적이 있다.


2년 전인 2017년에는 유니클로 감사제 행사 광고의 아동 모델이 욱일기 문양 전투기를 들고 있어 공분을 샀다.


유니클로는 이후 해당 사진을 즉각 삭제하며 “앞으로 이와 유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내부 절차를 점검하고 강화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처음 문제가 불거진 이후에도 여러 차례 같은 문제가 불거졌다는 점에서 신뢰를 잃은 한국 소비자들은 이같은 회사 측의 입장표명에 대해 불신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A 본부장 사건의 제보자는 “유니클로는 일본 회사이고 대표이사도 일본인, 중국인으로 한국 사회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못한다”며 “문화적 차이를 핑계로 중요한 판단을 본부장, 법무부장 인사부장 등에게 미루거나 한국 사회가 납득하기 어려운 판단을 내린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에서 사업하며 장기적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한국 사회가 요구하는 높은 윤리성을 가진 조직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본 기업, 우익 기업 꼬리표에도 SPA브랜드 1위 가도


죽 쒀서 개 준다, 등쳐먹은 돈으로 본사 배불려?


우스운 ‘우익 논란’…매출 고공행진 이어져


국내 SPA브랜드 시장에서 업계 1위를 달리고 있는 유니클로는 사실상 일본기업이다.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FRL코리아는 지난 2004년 일본 패스트 리테일링 51%, 한국 롯데쇼핑 49%의 지분율로 만든 합작 기업이다.


일본기업인 유니클로의 연이어 터지는 우익논란에 한국 소비자들은 때마다 ‘불매운동’을 벌이기도 했지만, 한국에서 유니클로는 4년 연속 1조원대 매출을 올리며 연일 고공행진 중이다.


심지어 2012년과 2017년 전범기 사용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에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높게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5년 국내에 처음으로 진출한 뒤 국내 SPA브랜드 시장에서 점유율 약 30%를 차지하며 줄곧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매장 수도 꾸준히 늘어, 현재 190여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FRL코리아는 2018년 회계연도(2017년 9월~23018년 8월 기준) 매출액과 순이익 모두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11% 성장한 1조3732억원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은 33% 증가한 2344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유니클로의 해외시장을 맡고 있는 유니클로인터내셔널의 매출은 8963억엔(한화 약 9조1087억원)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전체 해외 매출 중 15.08%가 한국 시장에서 나오고 있는 것이다.


日배당금 900억원vs韓기부금 9억…사회공헌 ‘인색’


문제는 한국인의 주머니에서 나온 돈이 모두 일본 본사로 향한다는 데 있다. FRL코리아는 매년 한국에서 벌어들인 수백억원에 돈을 배당금과 로열티의 명목으로 일본으로 보내고 있다.


그러는 동안 정작 국내 기부금은 눈에 띄게 줄면서 매년 ‘고배당 저기부’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2018년 회계연도 기준 지난해 유니클로는 총 947억원을 주주에게 현금 배당했다. 지분율에 따라 모기업인 패스트리테일링은 482억9700만원의 배당금을 챙겼다.


배당금뿐 아니라 로열티 명목으로 패스트리테일링에 148억원을 추가지급하고, 일본 본사인 유니클로 주식회사에도 288억원을 줬다. 한국 유니클로에서 일본으로 흘러들어간 돈만 918억원에 달한다.


일본으로 보내는 배당금과 로열티는 매년 늘고 있다. 2009년 33억원 수준이었던 로열티는 2010년 57억원, 2011년 95억원, 2012년 114억원, 2013년 215억원, 2014년 278억원, 2015년 346억원, 2016년 366억원, 2017년 383억원 순으로 급증했다.


FRL코리아가 매년 일본에 보내는 돈을 늘릴 수 있었던 이유로는 견고한 매출 성장세가 있다. 한국소비자들이 유니클로에 열광하며 물건을 더 많이 구매할수록 국내보다는 일본 본사에 배당금과 로열티 명목으로 돈이 더 많이 흘러들어가는 구조인 셈이다.


그러는 동안 유니클로의 한국 기부금은 눈에 띄게 줄었다. FRL코리아의 기부금 지급액은 2016년 13억7400만원에서 2017년 17억4700만원으로 4억원 가량 늘었다가 지난해 9억9000만원으로 반토막 났다. 수백억원대의 배당잔치를 하는 동안 기부금은 한 자릿수에 머문 것이다.


때문에 매출 규모에 비해 사회 공헌에 다소 인색하다는 지적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이 같은 비난에 대해 유니클로의 입장은 명확하다. 배당은 관련된 국내 법규를 준수하고 있으며 배당금은 출자 비율에 따라, 로열티는 매출 및 기타 비용 요소에 근거해 지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부금과 관련해서는 연간 기부금 규모는 매년 상이할 수 있으며, 유니클로는 옷을 통해 지속적인 사회공헌활동을 실시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유니클로가 ‘옷을 통해 세상을 바꿔나간다’는 신념으로 사회공헌활동을 실시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사실상 이같은 사회공헌 활동은 대부분의 기업에서 모두 행해지고 있고, 연매출 1조원이 넘는 기업규모로 봤을 때 아쉬운 수준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대해 유니클로 관계자는 “기간별 기부금 규모는 해당 기간의 진행 활동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기부활동은 최선의 규모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제공=유니클로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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