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보다 많은 3곳 신규면허 발급…업계 “너무 많다” 한숨

신규면허가 발급된 에어프레미아, 에어로케이, 플라이강원


[스페셜경제=윤성균 기자]국토교통부는 지난 5일 항공운송사업 면허 신청사 5곳 중 3개사에 신규면허를 발급했다. 당초 항공업계에서는 이미 포화상태인 항공시장을 감안했을 때 1~2개 업체에 면허가 발급될 것으로 내다봤지만, 예상보다 더 많은 업체가 진입하면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신규면허를 발급하며 소비자 선택권 확대와 지방공항 활성화, 일자리 창출 등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고 있지만, 항공업계에서는 갑자기 대폭 늘어난 LCC 업체들로 인한 과당경쟁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기존 LCC업체들의 영업이익율도 계속 하락할 정도로 이미 시장이 포화상태에 달해 향후 출혈경쟁이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이 와중에 차세대 주력기인 보잉737 맥스8 추락사고가 발생해 국내 항공사들의 피해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005년 8월 첫 이륙을 시작한 국내 LCC는 그간 대형 항공사 대비 30%가량 저렴한 항공권을 공급하며 비약적 발전을 거듭했다. 신규 업체의 진출과 잇단 악재로 국내 LCC 시장은 중요한 변환점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불 보듯 뻔한 ‘인력 빼가기’…“정부 나서서 수급 문제 해결해야”


차세대 주력기 보잉737 맥스8 기종 추락사고…항공사들 속탄다


국토부는 지난해 11월에 면허신청한 5개 사업자(여객 4곳, 화물 1곳)에 대해 면허자문회의의 최종 자문을 거쳐, 플라이강원, 에어프레미아, 에어로케이항공에 국제항공운송사업 면허를 발급한다고 지난 5일 밝혔다. 대표가 불법 장외주식 거래 혐의로 구속된 에어필립을 제외하면, 사실상 면허를 신청한 여객사 모두 허가를 받은 셈이다.


이로써 국내 LCC는 6곳에서 총 9곳으로 늘었다. 2015년 아시아나항공이 출자한 에어서울이 면허를 취득한 이래로 3년여 만이다.


신규 LCC 3곳 추가…하늘길 ‘재편’


국토부는 이번 심사에 있어서 결격사유가 없고 자본금?항공기 등 물적요건만 갖췄다면 면허 발급을 허락했다. 불과 2년 전 공급 과잉을 이유로 플라이강원과 에어로케이의 신규 진입을 불허했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국토부는 신규 항공사의 탄생으로 지역민의 공항이용 편의 제고 및 지방공항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3개 신생 항공사가 올해에만 400여명, 2022년까지 약 2000명을 신규채용할 예정으로, 일자리 창출효과도 기대했다.


국토부는 이번에 면허를 발급받은 신생 항공사들이 면허심사 시 제출했던 사업계획 대로 거점공항을 최소 3년 이상 유지할 의무를 부여했다.


하지만 면허 발급만으로 이들 항공사가 실제로 비행기를 띄울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국토부가 앞으로 1년 내에 운항증명(AOC, 안전면허)을 신청해야 하며, 2년 내 취항(노선허가)을 해야 한다는 단서를 내걸었기 때문이다.


운항증명도 쉽지 않다. 1500여개 항목의 안전운항체계 전반에 대한 시험과 시범비행 탑승점검 등을 통과해야 하며, 운항 개시 예정일보다 90일(영업일 기준) 전까지 관련 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1년 내 운항증명을 취득하려면 늦어도 10월에서 11월까지는 운항 준비가 갖춰져야 한다는 의미다. 이를 취득하지 못하면 면허는 취소된다.


시선 곱지 않은 기존 LCC


신생 항공사가 탄생했지만 기존 LCC의 시선은 곱지 않다. 가뜩이나 국내 항공시장이 포화상태에 접어들어 운임만으로는 수익 창출이 어렵게 됐는데, 신규 LCC까지 가담했으니 출혈경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기존 LCC들이 가장 우려하고 있는 부분은 조정?정비 등 전문인력 수급 문제에 따른 ‘인력 빼가기’다. 매년 항공기 도입이 늘면서 필요한 인력은 늘고 있지만 수급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교통연구원이 발표한 ‘항공종사자 인력수급 전망 기초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기장의 경우 매년 300여명, 부기장의 경우 400여명이 필요하지만 양성되는 조종사는 군 경력은 매년 100여명, 국내 양성 민간 조종사는 연 350명 수준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기존 LCC에서는 ‘인력 빼가기’가 공공연하게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자체 인력 양성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신규 업체들은 기존 항공사에서 경력을 쌓은 숙련된 인력을 원할 수밖에 없다.


한 LCC 관계자는 “항공업계에서는 다른 항공사의 인력 빼가기가 공공연하게 이뤄진다”면서 “우리 항공사로 이직하면 인센티브를 얼마 주겠다는 식의 연락이 수시로 걸려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인력 유출 자체도 문제지만, 그로 인해 전문 인력의 몸값이 상승해 고정 비용이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항공업계의 인력 수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항공사?훈련기관 등과 협업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4000여명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항공정비 전문인력 양성방안’을 마련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당장 인력 문제를 해결하려면 한시적인 정년 연장 등 단기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항공기 추락 사고, 악재 작용


신규 LCC 대거 진출로 항공업계가 뒤숭숭한 가운데, 지난 10일(현지시간)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출발해 케냐 나이로비로 향하던 에티오피아항공 여객기가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탑승자 157명 전원이 사망했다.


앞서 5개월 전 인도네시아에서 189명을 태우고 자카르타에서 이륙한 직후 자바해에 추락해 전원 사망했던 라이언에어 여객기도 같은 기종이다.


미 워싱턴주 렌튼의 보잉사 조립공장에서 13일 노동자자들이 보잉 737 맥스 8기 옆에 서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날 맥스 8 및 맥스 9 기종 모두에 대한 운항 중단 긴급명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뉴욕 증시에서 보잉사 주가가 폭락하기 시작했다.


보잉737 맥스8이 잇달아 사고를 내면서 전 세계 각국에서 운항 중단 결정이 빠르게 확산됐다. 국내에서도 보잉737 맥스8 기종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거나 도입 예정이던 항공사들이 운항을 중단했다.


문제는 보잉737 맥스8 기종이 국내 LCC업계의 차세대 주력기로 손꼽히며 대거 도입이 예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홍철호 의원이 확보한 국토부 자료에 따르면, 대한항공,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 등 국내 항공사 4곳이 올 4월부터 2027년까지 총 114대의 보잉737 맥스8 항공기를 도입할 예정이었다.


항공사별로는 제주항공이 56대로 가장 많고 대한항공 30대, 이스타항공 18대, 티웨이항공 10대 순이었다.


국내 항공사들이 보잉737 맥스8에 주목했던 것은 이 기종이 획기적인 비용절감기능을 갖췄기 때문이다. 737 맥스8은 연비가 좋고, 좌석수가 많아 경쟁 기종에 비해 7% 정도의 운용비용 감소 효과가 있다.


그만큼 중장거리 노선을 주로 운항하는 LCC 입장에서는 최적의 기종이라는 평이다. 국내 LCC 중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티웨이 항공이 향후 737 맥스8 기종을 주력으로 노선을 운영할 계획을 세웠지만, 이번 사고로 심각한 차질을 빚게 됐다.


신형기 도입 지연…LCC 성장세 꺾일라


아직 정확한 사고 원인이 파악되지 않은 만큼, 국내 항공사들은 일단 해당 기종의 운항을 중단하고 사태를 지켜보기로 했다.


다만, 도입을 예정했던 항공사들의 피해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형항공사는 새로 도입하는 몇 대의 항공기를 띄우지 않아도 이미 보유한 항공기로 기존 노선 계획을 무리 없이 이행할 수 있지만, LCC들의 손해는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로 보유 기재 수가 적은 LCC들의 성장세가 한풀 꺾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2006년 5대에 불과했던 국내 LCC 항공기는 지난해 100대를 돌파했고, 올해는 121대가 됐다. 그러나 737 맥스8 기종의 도입이 늦어지면 이러한 성장세는 자연스레 꺾일 것으로 보인다. 이한준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 등 가동률이 높은 LCC들은 성장 계획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국내 항공여객자 수가 전년 대비 7.5% 증가한 1억1753만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국내 LCC의 국제선 여객자 수 증가율이 지난해 23.5%에 이르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실적을 들여다보면 여전히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외형은 커지고 있지만 수익성 확보 등 내실은 다지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번 신규 업체 진출과 추락사고 여파로 국내 LCC는 좋든 나쁘든 전환점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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