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신교근 기자]문재인 대통령은 6박7일 신(新)남방정책의 활로를 찾기 위해 브루나이·말레이시아·캄보디아 등 3개국을 돌았다.


해당 동남아 국가들은 신남방정책의 핵심 지역이자 아세안 소속 회원국이다. 문 대통령은 아세안과의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우리 기업들의 해외 시장 진출 발판을 다지고 인프라 사업 및 민간 교류 등 기존 협력을 강화했다.

다만, 하노이 회담 합의가 불발된 여파로 경고등이 켜진 북미 간 비핵화 협상과 한·캄보디아 정상회담 도중 접한 북한 최선희 외무성 부상의 대미 경고성 기자회견 등으로 발걸음이 그리 가볍지 않았다는 평가다.


문 대통령은 올해 말 개최될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앞두고 아세안과의 협력 강화 토대를 확립하는 데 중점을 뒀다.

문 대통령은 이번해까지 한국과 아세안과의 협력을 미·중·일·러 4강(强) 수준으로 확장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4대국 중심 외교에서 벗어나 동남아로 외교무대를 넓혀나가겠다는 것이다.

미·중 무역 갈등으로 인한 불확실한 세계 경제 흐름에 외교 다변화를 추진해 신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신남방정책’ 구상이다.


이번 순방에서 문 대통령은 아세안과의 경제협력에 주력하며 브루나이 국빈 방문에서는 과학기술과 투자 협력 등의 내용을 담은 3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한국 기업 해외 건설 현장에 방문해 노동자들을 격려했다. 또 브루나이 정상에게도 한국 기업의 해외 수주 사업에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또 말레이시아에서는 할랄 산업, 스마트시티 협력 사업 추진 등의 내용을 담은 4건의 MOU를 체결했으며, 한류와 말레이시아의 할랄을 결합해 제3국 할랄시장 공동진출을 추진할 계획이다.

말레이시아와의 정상회담에서 FTA(자유무역협정) 협상을 추진하는 등의 성과도 냈다. 양측은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서 타결을 선언할 수 있게 하자는 의견을 함께했다.

아울러 캄보디아에서는 기업 투자 여건을 확립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 형사사법공조조약으로 자국민 안전과 권익을 보호할 제도적 토대를 마련하고 양국 인적 교류 활성화의 기반을 다졌다.

이어 농업·교통·인프라 등의 분야에서 경제 협력 확대를 뼈대로 하는 MOU 4건도 체결했다. 또 정부는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기본 약정을 체결해 캄보디아에 향후 5년 간 7억 달러 규모의 차관(유상 원조)을 지원할 계획이다.


문 대통령의 목표는 금년까지 아세안 회원국 10개국(라오스·미얀마·말레이시아·베트남·브루나이·싱가포르·인도네시아·캄보디아·태국·필리핀)을 전부 방문하는 것이다. 이제 앞으로 남은 순방지는 미얀마·태국·라오스다.


문 대통령은 순방 내내 원론적인 차원에서 최소한의 한반도 평화 메시지만을 보냈다. 하노이 회담 이후 북미 간 신경전이 거세지는 상황 등으로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브루나이·말레이시아·캄보디아 정상들과 각각 가진 세 차례의 정상회담에서 아세안의 역내 평화와 함께 우리 정부의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지지를 요청하고, 한반도 평화경제 구상을 담은 '신한반도체제' 비전을 내놨다. 한 달 전 금강산 관광·개성공단 재개 등을 직접 언급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이번 방문은 외교·안보 이슈보다 아세안과의 경제협력에 방점이 찍힌 것을 감안하더라도 작년 동남아 순방과 비교해 볼 때 발언의 톤이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러한 변화는 하노이 노딜 이후 북미 관계가 악화된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작년 11월13일부터 싱가포르와 파푸아뉴기니를 순방했던 문 대통령은 대북제재 완화 등을 거론하며 강한 평화 메세지를 발신했다. 같은 해 7월 아세안 핵심국인 인도·싱가포르 동남아 순방 때에는 북한에 ‘새로운 경제 협력 기회 제공’이라는 메세지도 보낸 바 있다.


문 대통령은 해외 순방 중에도 재난급 사회 문제로 떠오른 미세먼지에 관심을 보냈다.

브루나이 현지에서 김수현 정책실장으로부터 미세먼지 관련 대책을 보고받은 문 대통령은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제안한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범국가적 기구 구성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라고 주문했다.


한편, 이번 신남방외교 무대 속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는 동남아 3국 현지 학교를 방문해 한글 홍보에 적극 나서며 양국 문화 교류에 힘을 실어 눈길을 끌었다.

김 여사는 브루나이 국립대학교 방문(11일), 말레이시아 한국국제학교 방문(13일), 스리푸트리 과학중등학교 방문(14일), 캄보디아 장애인교육평화센터 방문(15일) 등으로 문 대통령과는 별도의 일정을 소화했다.


또 배우 하지원·이성경, 아이돌 그룹 NCT 드림 등은 말레이시아 ‘한류·할랄 전시회’에 참여해 한류를 알리는 것에 동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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