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김봉주 기자]비합리적인 주주총회 제도로 상장사들이 홍역을 치르고 있다. 기업도 주주도 주총제도는 시장변화를 따라가지 못한다며 올해로 58년째를 맞는 주총제도를 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상장사들이 주주총회를 앞두고 고전하는 것은 주총에서 주주들이 안건 승인을 반대하는 것 때문이 아니다. 주주들이 주총장에 오지 않아 의결권이 부족해지기 때문이다.


10일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작년 주총에서 감사 선임에 실패한 기업은 56곳(코스닥 51, 코스피 5)이었다. 앞으로 이번 해에는 154곳, 2020년에는 238곳의 기업이 감사를 선임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현상은 현실을 모르는 의결권 3% 룰 때문이다. 감사를 선임하기 위해 의결권이 있는 주식 25%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데, 소액주주들은 참석하지 않을뿐더러 대주주들의 의결권은 3%로 제약된다. 섀도보팅 제도가 폐지된 뒤 이러한 불상사는 더욱 두드러졌다.


감사 선임에 실패하면 기업들은 300만원(감사위원은 5000만원)이하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이사진에게는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 면제받을 방법은 존재하지만, 법 위반은 위반인 것이다.


상장사들은 기존 감사가 업무를 대행하도록 하는 상황이다. 제도 개선 없이는 종신감사가 양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 액면분할, 채권발행 증액 등 주총 특별결의가 필요한 중요 의사결정이 주총에서 연달아 취소되는 상황이다.


지난해 한 생물실험기자제 제조업체는 설비자금 조달을 위해 사채발행 한도를 500억원 증액하는 ‘정관변경’을 추진했다. 그러나 위와 같은 이유로 실패했다. 주총에서 재무제표를 승인받지 못하는 회사도 나왔다. 이렇게 되면 이익잉여금을 처리할 수 없기 때문에 배당이 불가능하다.


이와 같은 ‘주총제도 문제’는 한국에서 유일하게 진행되는 의결 정족수 제도 및 3%룰과 낮은 주총 참석률 등 때문이다.


의결 정족수 제도는 1962년 제정되어 ‘일반결의 출석주주 의결권 과반수와 발행주식 25% 이상의 찬성’과 ‘특별결의 출석주주 의결권 2/3와 발행주식 1/3 이상의 찬성’ 등을 골자로 한다.


이는 최대주주를 제외하고는 의사결정이 불가능하게 한 것이다. 당시에는 주식거래가 많지 않았고 창업주나 대주주가 지분의 50% 이상을 보유한 경우가 많아 크게 문제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1989년 코스피지수가 1000을 돌파하면서 파열음이 나오기 시작했다. 주총에 참석하지 않으면서 투자 수익에만 관심을 갖는 소액 주주 수가 급격히 늘어났지만 이들의 주총 참여율은 1.88%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정족수 미달로 위기에 처한 기업을 위해 정부는 1991년 섀도우보팅 제도를 도입했지만, 지난해 폐지됐다. 섀도우보팅 제도는 정족수 미달로 주주총회가 무산되지 않도록 주총에 참석하지 않은 주주들도 투표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이에 따라 결국 시장 법규는 1963년, 처음 상법시행 당시 주주총회 제도를 가져가게 됐다.


이는 해외에서는 보기 힘든 제도다.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 주요국은 주총 의결권 조항이 없거나, 있어도 기업들이 자율로 선택한다. 특히 감사선임 시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한 제도는 한국에만 존재한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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