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스 캡쳐화면.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금융기관 근무 이력이 없는 청와대 대통령정무수석실 행정관(3급 상당)이 퇴직 후 메리츠금융지주 브랜드전략본부장(상무)으로 자리를 옮긴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그룹의 브랜드 전략을 강화하기로 하면서 적임자라고 판단했다’는 게 메리츠금융지주 측의 설명이지만, 야당에선 ‘청와대의 자기 식구 챙겨주기’가 아니냐는 비난이 나온다.


자유한국당 김현아 원내대변인은 지난 11일자 논평을 통해 “청와대의 자기 식구 챙겨주기가 도를 넘고 있다. 이것이 나라다운 나라인가”라며 “한 쪽에서는 전 정권 인사 찍어내고 다른 곳에서 정부여당 인사 꽂아 주는 작태에 할 말을 잃었다”고 개탄했다.


김 원내대변인은 “기자 출신의 청와대 40세 여성 행정관이 유리천장을 깨고 금융기관 상무로 영전했다”며 “없던 자리마저 만들어 모셔야 할 만큼 출중한 능력을 갖췄다고 믿고 싶다”며 비꼬았다.


김 원내대변인은 이어 “그동안 문재인 정부는 블라인드 채용을 강조하고 능력만으로 공평한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면서 “그런데 금융기관 근무 경력이 전혀 없는 청와대 전 행정관이 수억의 연봉을 보장받고 성공한 취업에 평등과 공정과 정의는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나아가 “각종 외국어, 관련 업무 자격증, 수많은 인턴 경력을 들이밀어도 정규직 일자리 잡기가 요원한 현실에 직면해 있는 청년들의 허탈감은 어쩌란 말인가”라며 “해당 금융기관에서 수년을 근무하며 경력과 능력을 쌓았던 직원은 물론 사원증을 목에 걸기 위해 젊음을 불태우는 청년은 ‘고답(고구마를 먹은 것처럼 답답)’하다”고 쏘아 붙였다.


그러면서 “‘이 정부에서 제대로 된 일자리라도 잡아보려면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하지 않고서는 방법이 없다’는 자조 섞인 말이 현실이 되는 슬프고 참담하다”며 “대한민국 청년에게 미안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2월 퇴직공직자 취업심사 결과 등에 따르면 메리츠금융지주는 대통령정무수석실 출신인 한정원 씨를 최근 브랜드전략본부장으로 영입했다. 계약기간은 2019년 3월 1일부터 2022년 2월 28일까지다.


한정원 씨는 메리츠금융지주와 종금증권, 화재해상보험 등 3개사 브랜드 전략을 담당하는데, 브랜드전략본부장이란 직책은 기존에 있던 직책이 아닌 이번에 신설된 것이라 한다.


공직자윤리법은 4급 이상 공직자가 자본금 10억원, 연매출 100억원 이상의 기업에 취업하려면 공직자윤리위원회 심사를 받도록 되어 있다.


공직자윤리위 심사대상자가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됐던 기관·부서 업무와 취업예정 기업 간 밀접한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을 경우 취업이 가능한데, 한 씨의 경우 금융기관 경력이 없다보니 오히려 메리츠금융지주 취업이 가능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씨는 한국경제TV와 SBS 기자를 거쳐 지난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캠프를 취재하다 2017년 5월 청와대 정무수석실에 입성하면서 논란이 된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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