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적 시나리오는 완전비핵화-제재 완화-관계개선
‘핵단추’ 자랑하던 관계에서 ‘친구’까지…빅딜 될까 스몰딜 될까
종전선언 등 평화체제 구축도 관심집중…평화프로세스 결정지을 회담에 전 세계 집중

역사적 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지난해 6월 12일 오전 싱가포르 센토사 섬의 카펠라 호텔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회담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스페셜경제=김수영 인턴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차 북미정상회담을 위해 나란히 하노이에 입성하며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여기에는 ‘불안’과 ‘희망’이 공존한다.


이번 북미회담에서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와 이행계획 카드를 제시하고, 미국이 이에 상응하는 대북제재 완화조치로 답하며 새로운 북미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다.


앞서 두 정상은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정상회담을 통해 오랜 갈등과 적대를 뒤로하고 역사적인 만남을 가졌다. 1차 회담이 있기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서로의 ‘핵단추’를 자랑하며 신경전을 벌이던 모습을 떠올리면 참으로 괄목할만한 성장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1차 회담의 결과는 추상적인 합의만 했을 뿐,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었다.


이후 북미 양국은 영변 핵시설 폐기, 완전한 핵폐기를 위한 로드맵, 연락사무소 개설, 종전선언(평화선언), 평화체제 구축논의 개시, 제재 완화 등을 테이블에 올려두고 치열한 ‘밀당’을 벌이며 큰 진전을 이루지는 못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하며 다시금 대화의 물꼬가 트이기 시작했다.


당시 김 위원장은 “미국이 상응조치를 취한다면 영변 핵시설을 영구 폐기할 수 있다”고 선언하는가 하면 “이 상황에서 속임수를 쓰거나 시간 끌기를 해서 도대체 얻을 게 뭐가 있나. (협상이 결렬되면)미국의 보복을 감당할 수 없다. 진정성을 믿어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한 올해 신년사에서는 “비핵화는 확고한 의지”라며 “내가 말하는 비핵화는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완전한 비핵화’와 전혀 차이가 없다”고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이런 배경으로 볼 때 김 위원장이 이번 회담에서 얼마나 깊이 있고, 얼마나 넓은 범위의 비핵화 조치를 제시할지에 대해 관심이 높다.


영변 핵시설의 가동 중단·동결을 넘어 신고와 검증 절차까지 이어질 수 있다면 영구적 폐기, 사실상 국제사회가 원하는 ‘완전한 비핵화’까지 이끌어낼 수 있는 ‘빅딜’(Big deal)로 평가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5일(현지시간) 제2차 북미정상회담 장소인 베트남 하노이로 떠나기 위해 워싱턴 DC 인근 미 메릴랜드주 앤드류스 공군기지에서 전용기에 오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출국에 앞서 자신의 트위터에 김정은과의 아주 중요한 회담을 위해 베트남으로 간다며 완전한 비핵화로 북한은 급속히 경제 강국이 될 것이라는 글을 남긴 바 있다.

하지만 미국이 영변 핵시설 포기만으로 만족할지는 또한 미지수다. 북한이 핵무기 제조시설을 폐기한다 해도 이미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와 핵연료는 남아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이미 수십 년 이상 가동해오며 이제는 제 기능을 못하는 핵시설을 대북제재 해제의 반대급부로 내세운 것 아니냐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낡은 핵시설의 폐기로 보유중인 핵무기를 감추는 의도가 있을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또한 미국 언론과 국내 보수진영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사실상 핵 보유를 인정하고, 직접적으로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대해서만 협상을 벌이는 수준에 머문다면 이는 ‘스몰딜’(Small deal)에 불과하며 한국으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결과라 주장해왔다.


그럼에도 미국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조치(제재완화)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 앞서 “완전한 비핵화로 북한은 급속히 경제 강국이 될 것”이라 김 위원장에게 ‘당근’을 내밀기도 했다.


따라서 김 위원장이 이제껏 전례 없던 ‘파격적인 비핵화 이행조치’라는 카드를 내민다면 트럼프 대통령 역시 그에 걸맞은 상응조치로 화답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렇게 되면 한국전쟁의 종전선언이 상호불가침선언의 수준을 넘어 평화선언으로까지 이어지기도 쉬워질 것으로 보인다.


종전선언이 합의문에 담긴다면 새로운 북미관계 형성과 함께 양국의 수교,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으로 향하는 교두보가 확보되는 셈이다.


북한 노동신문은 27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 멜리아 호텔에서 제2차 북미정상회담 실무대표단의 보고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27~28일까지 베트남 하노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북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회담에서 평화협정도 논의할 것”이라며 “정전협정을 빨리 평화협정으로 바꿔야 한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가 지난 25일 “이번 회담에서 북미가 종전선언에 합의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지만, 북한은 종전선언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는 의미로 여겨진다.


한 외교소식통은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양 측이 비핵화와 제재완화를 놓고 다양한 옵션을 주고받겠지만 성공적 회담이 되기 위해서는 한 쪽의 일방적 양보를 이끌어내기란 불가능한 것으로 본다”면서 “지금까지 회담 진행 분위기로 볼 때 서로 용인할만한 수준의 협의점을 찾지 않았을까 한다”고 전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27일 저녁 6시 30분(현지시간·한국시간 8시30분)에 20분 동안 짧은 단독환담(brief one on one-greeting)을 갖고, 약 한 시간 반 동안 친교만찬(social dinner)을 가질 예정이다.


본격적인 회담은 28일 메트로폴 호텔에서 단독회담, 확대회담, 합의문 서명식 및 선언 순으로 이어질 것으로 관측되며 구체적인 시간은 공개되지 않았다.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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