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가치 훼손 등의 문제 거론될 수 있어”

[스페셜경제=선다혜 기자]최근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를 앞세워 기업들에게 칼을 빼들었다. 이로 인해 그동안 저배당이나 오너리스크 문제를 안고 있던 식품업계 기업들이 긴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식품업계에서 첫 타깃이 갑질 논란이 됐던 남양유업이었고, 두 번째가 저배당을 했던 현대그린푸드였기 때문에 이와 비슷한 상황에 놓인 기업들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롯데그룹의 ‘롯데칠성음료’ 역시 국민연금의 사정권 안에 있다는 업계의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힘이 실리는 가장 큰 이유는 롯데칠성음료가 지난달부터 국세청의 특별 세무조사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결과에 따라서는 국민연금이 ‘기업가치 훼손 및 주주권 침해’로 판단하고 충분히 스튜어드십코드를 발동할 수 있는 상황이다. 또한 롯데칠성음료의 경우 영업이익이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서도 대표이사 연봉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 역시도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이에 <스페셜경제>는 국민연금의 사정권 안으로 들어온 롯데칠성음료에 대한 악재들을 짚어봤다.



약 2년 만에 이뤄지는 조사4국의 세무조사…‘눈길’
‘탈세, 비자금 조성, 비리 혐의’ 관련 있을 가능성↑


지난달 22일 국세청은 롯데칠성음료를 상대로 비정기 세무조사에 착수하고, 서울 잠실에 위치한 롯데칠성음료 본사와 서초동 물류센터 등에 직원들을 파견해 조사를 벌였다. 이번 조사에 이목이 집중되는 것은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주도했다는 점 때문이다.


조사4국은 주로 기업 탈세나 비자금 등에 혐의나 첩보가 있을 경우 ‘특별 세무조사’를 담당한다. 더욱이 롯데칠성음료 경우에는 지난 2017년 3월 정기 세무조사를 받은 지 2년 만에 진행되는 세무조사다.


이와 관련해 검찰 내 한 관계자는 “국세청 조사4국이 움직였다고 해서 롯데 관련 내용을 재차 점검했다”면서 “상황만 보면 국세청이 뭔가를 쥐고 확인하는 과정으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업계 역시도 롯데칠성음료의 특별 세무조사에 명확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 같은 추측에 힘이 실리는 이유는 롯데칠성음료가 지난해 8월 새롭게 출범한 롯데지주에 흡수합병된 4개의 계열사 중 한 곳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배구조 개편이 세무조사의 단초가 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이번 조사가 롯데마트와 연관돼 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롯데마트에 대해 납품업체 물류비 전가 혐의로 4000억원대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안을 추진하고 있다. 따라서 이 사안에 롯데칠성음료가 연관돼 있어 세무조사가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 롯데그룹 측은 “현재 연관성에 관한 추측이 제기되고 있는데, 이 역시도 결과가 나와봐야 알 수 있는 상황”이라고 일축했다.


‘롯데칠성음료’ 이미 대상에 올랐다?


사실 업계에서는 이미 롯데칠성음료가 사조산업과 대상홀딩스와 같이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대상에 올랐다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염동찬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상홀딩스와 롯데칠성음료는 영업이익이 감소하고 있음에도 대표이사 연봉이 증가하고 있어 국민연금의 가이드라인을 고려할 때 변화의 흐름에 맞을 수 있다”면서 “기업의 이익과 방향성이 다른 대표이사 연봉 역시 기업가치 훼손 및 주주권 침해로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스튜어드십코드 가이드라인을 살펴보면 ‘임원보수한도가 과다한 기업, 보수한도가 경영성과와 관계없는 기업, 최근 주총에서 임원보수한도 승인 안건에 반대한 기업 중 보수한도 대비 실지급액 비율을 고려해 대상 기업’ 등도 대상이 된다고 명시돼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특별 세무조사에서 비자금 또는 탈세와 같은 문제점이 발견될 시에 국민연금이 개입하기 좋도록 ‘여지’를 만들어주게 되는 셈이다. 스튜어드십코드 가이드라인에서는 검경의 수사 등 공신력 있는 국가기관을 통해 임직원 횡령?배임, 부당지원, 경영진 사익편취 등의 우려가 발생했고, 이로 인한 기업가치 훼손, 주주권익 침해 위험이 있는 기업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이 국정농단 사태와 연루되어 구속돼 풀려난 지 얼마 안 된 시점이기 때문에, 롯데칠성음료에서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한 문제점이 발견되면 현재 진행하고 있는 지배구조 개편까지 발목을 잡힐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한 발 더 나아가서는 국민연금이 이를 빌미로 한진그룹처럼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의 행보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이와 관련해서 한 재계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이 경영 공백을 메운 지 아직 반년도 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세무조사를 받는다는 것은 롯데그룹으로서도 계열사인 롯데칠성음료로서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세무조사에서 문제가 될 만한 것이 발견되면 또 다시 롯데그룹 내부는 뒤숭숭해질 수밖에 없다”면서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이제는 기업에 문제가 생길 경우 국민연금이 주주권익 보호라는 차원에서 ‘스튜어드십코드’를 앞세워 기업 경영에 개입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롯데칠성음료, 韓 국민들 일본만 못하다?


이처럼 롯데칠성음료는 세무조사와 스튜어드십코드 등으로 인해서 대내외적인 악재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한국 소비자들을 비하하는 발언으로 인해서 한 차례 구설수에 올랐다.


지난해 10월 롯데칠성음료는 국정감사에서 페트병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서 절취선이 있는 비접착식 라벨을 연말까지 전제품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지난달 JTBC 보도를 통해서 롯데가 앞서 발표했던 계획가 달리 기존 접착제 방식 계속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여기서 문제가 된 건 국정감사 감사장까지 당시 직접 나와 이러한 라벨 벤경 계획을 밝혔던 이원표 본부장의 발언이었다. 당시 보도로 인해서 계획이 후퇴했다는 논란이 일자 이 본부장은 “아무리 기업이 나서고 홍보를 해도 우리 국민들이 일본처럼…일본은 그런 (문화가) 잘 돼있고”라고 말했다.


이에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롯데칠성음료가 책임을 국민들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비난 여론이 거셌다. 심지어 또 다른 일각에서는 접착식 라벨방식을 절취선 라벨방식으로 바꾸려면 ‘비용’이 발생하는데, 이 문제를 감추기 위해서 국민의식수준을 탓한 것은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롯데칠성음료 측은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인터뷰 중 약간 오해의 소지가 있었던 것 같다”라며 “아직 문화가 정착되지 않아 도입이 늦어지고 있다는 의미로, 하루 빨리 친환경 라벨방식으로 변경해 도입해야 한다는 것일 뿐 비하발언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또한 친환경 라벨틀 사용한 페트병 도입은 현재 개선 작업을 진행 중으로 조금 늦어지고 있는 것일 뿐, 도입자체를 회피하고 있는지 않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미 도입되고 있는 품목도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롯데칠성음료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이 본부장의 발언에 대한 논란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았다. 더욱이 ‘일본 기업’이라는 꼬리표로 고통 받았던 롯데 계열사 임원이 방송에 나와, 한국 국민들이 일본보다 못하다는 식의 발언을 하는 것 자체가 인식의 문제가 아니냐는 것이다. 또한 이 논란의 핵심은 연말까지였던 ‘라벨 변경 계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런데 이 발언은 마치 기업이 홍보를 하고 라벨을 변경해도, 국민들이 그에 따라오지 않기 때문에 이 같은 계획이 더뎌지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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