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원실, 횡령 혐의로 인턴직원 고발…인턴직원은 “억울하다”

- 사라진 818만 원…직접 전달했다 vs 받은 적 없다

- 지시 따라 모든 업무 수행…매식비 통장도 인턴직원 개인명의로 개설

- 보좌관은 지난달 사임 후 출근 안 해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스페셜경제=김수영 인턴기자] 국회사무처는 국회의원실의 입법 및 정책개발 활동 보조를 목적으로 정책개발비를 지급한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개발비가 늘 정직하게 지급되지만은 않는다.


지난해 10~12월 <뉴스타파>에 의해 국회의원 정책개발비 오남용 실태보도가 드러나며 국세 유용에 연루된 국회의원 14명의 명단과 액수가 공개됐다. 이들 국회의원들은 총 1억 810만 원에 달하는 금액을 반납했다.


더불어민주당 유동수 의원실도 여기에 포함됐다.


지난해 11월 <뉴스타파>의 보도에 따르면 유 의원실은 2016년 9월 ‘LH 임대주택 관리기능 개선을 위한 과제’를, 한 달 뒤인 10월에는 ‘기본권 중심의 개헌을 위한 과제’를 주제로 연구를 진행하며 경기도 양평의 디자인 인쇄업체 대표 전 모씨를 연구용역으로 선정했다. 전 씨에게는 총 980만 원이 지급됐다.


하지만 유 의원실에서 국회사무처에 제출한 인쇄 견적서에는 10~20여부에 불과한 인쇄부수를 각각 1,000부씩 인쇄한 것처럼 부풀린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건의 연구보고서 역시 2014년과 2015년 신기남 전 국회의원이 발간한 정책자료집과 저서를 거의 그대로 베껴 넣은 것으로 드러났다.


전 씨는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실제로 인쇄한 건 10~20여부 정도고 그에 대한 인쇄비용 일부를 받고 나머지 818만 원을 돌려줬다”며 실제 연구를 진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직접 전달했다 vs 받은 적 없다




하지만 여기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당시 전 씨로부터 돈을 돌려받은 사람은 유 의원실에서 인턴비서로 일하던 A씨로 확인됐다.


A씨는 2016년 12월 27일 국회사무처에서 980만 원이 입금된 것을 확인한 후 다음날인 28일 디자인업체 대표 전 씨에게 전액 입금했다. 하지만 전 씨는 바로 A씨에게 어떤 계좌로 돈을 돌려줄지 물어왔다.


당시 서 보좌관으로부터 매식비 통장으로 받으라는 지시를 받았던 A씨는 2016년 12월 29일 오전 전 씨가 보낸 818만 원을 본인 명의의 농협 매식비 통장을 통해 돌려받았고, 서 보좌관의 지시에 따라 국회 농협 은행창구에서 818만 원을 인출해 흰 봉투에 넣은 뒤 의원실에서 서 보좌관에게 직접 전달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처리된 돈은 모두 A씨의 통장 거래내역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서 보좌관은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일단 유 의원실에서 자금유용 시도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당시 유 의원도 이를 인정한 바 있다. 다만 정책개발비 신청은 의원 선이 아닌 보좌관 선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유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유 의원이 자비로 해당 국비를 전액 반납한 상황에서 의원실에 부담되는 일을 만들 이유가 없다. 유 의원은 이 사안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했다”고 전했다.


유 의원은 당시 사태를 파악한 후 “우리 사무실에서 연구한 내용과는 전혀 관련 없는 내용으로 보고서가 제출됐다. 국회에서 980만 원을 받아 인쇄소에 보냈고, 인쇄소는 818만 원을 다시 여직원(A씨)에게 돌려줬다”고 밝혔다.


그런데 다시 돌려받은 818만 원의 행방이 묘연해진 것이다.


유 의원실은 지난해 11월 정책개발비를 유용한 혐의로 2016년 5월부터 그해 12월까지 인턴비서로 재직한 여직원 A씨를 고발조치했다. ‘진실을 밝히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다.


해당 관계자는 “서 보좌관과 A씨 양측 주장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진실을 밝히고 책임소재를 명확히 밝히기 위해 형사조치를 취한 것이지 A씨를 범인으로 단정하고 몰아가기 위한 고발조치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A씨 “업무 시작하며 서 보좌관 지시에 따라 농협에서 개인명의 통장 만들어”




A씨는 이번 사건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했다. 자신은 지시에 따랐고, 서 보좌관에게 분명히 전달해줬다는 것이다.


A씨에 따르면 그는 2016년 5월부터 12월까지 약 6개월 간 유 의원실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며 회계업무를 담당한 것은 맞지만 서 보좌관의 지시에 따라 모든 업무를 처리했다. 서 보좌관의 지시로 농협에 개인 명의의 통장을 신규 개설하고, 이 통장을 의원실 매식비 통장으로 사용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A씨가 서 보좌관의 지시에 따라 만든 통장과 그 사용내역. 유동수 의원의 이름으로 입금을 받아 사용했다. [오마이뉴스 제공]

A씨 명의의 농협 통장 거래내역에는 개설 이후 유 의원의 이름으로 입출금된 것이 확인됐다. 이는 해당 통장이 A씨의 명의로 개설되었을지언정 A씨 개인이 아닌 유 의원의 업무용 통장이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A씨는 “식비 등 잡비를 이 통장으로 관리했으며, 정기적으로 입출금 내역과 잔액을 서 보좌관에게 직접 보고했다”고 설명했다.


매식비(買食費)는 직원들의 식사나 간식거리 등의 지출을 위한 용도로 사용되는 금액으로, 정책개발금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다. 하지만 무슨 이유로 A씨의 매식비 통장으로 정책개발금을 받았는지에 대해서 의견이 불분명한 상황이다.


또한 인턴직원 개인 명의로 매식비 같이 지속적인 지출이 계획된 계좌를 몇 개월 만에 계약이 끝날 수 있는, 사실상 임시직에 해당될 수도 있는 개설하도록 지시했다는 점도 되짚어볼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A씨의 주장과 다른 고발장 내용…임의로? 지시받아?…서 보좌관, 통장 입출금 상황 지속적으로 확인




유 의원실은 지난해 11월 다른 비서관을 통해 고발장을 접수했다. 해당 비서관은 “나도 서 보좌관의 말을 믿었는데 (알고있던)사실과 다른 내용이 나와 당황스럽다”며 “약간 애매하다 보니까 괜히 했나 하는 생각도 들고 그렇다”고 말했다.



“2016년 12월경 임의로 용역보고서를 제작하고 국회사무처로부터 980만 원의 용역비용을 수령한 후 같은 달 28일 전 씨에게 전액 계좌이체 하였으며, 바로 다음 날인 29일 필요경비 161만 9,500원을 제외한 818만 500원을 자신의 계좌로 되돌려 받아 개인적으로 취득한 이후 곧바로 퇴사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상기 고발장에 따르면 인턴직원 A씨는 임의로 용역보고서를 제작해 국회사무처로부터 980만 원을 수령한 것으로 돼 있다. 하지만 당시 유 의원실에 있던 또 다른 관계자의 말에 의하면 A씨는 용역보고서를 임의로 작성한 것이 아니라 서 보좌관으로부터 지시를 받고 작성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서 보좌관은 정책개발비에 대한 관련 지시 뿐 아니라 논란이 된 농협 통장으로의 입출금 상황 등을 A씨를 통해 지속적으로 확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저번에 그거 했어? (정책개발비 잔여 한도)남는다고 했었잖아”


“아, 그 두 건 해서요. 9,800 아 980만 원”


“980?”


“네. 청구했고요”



A씨는 2016년 12월 27일 국회사무처에서 입금된 돈 980만 원을 확인하고, 다음날 전 씨에게 전액 입금했다. 하지만 전 씨는 곧 어느 계좌로 818만 원을 돌려줄지 물어봤다.


다음날인 29일 A씨는 전 씨로부터 818만 원을 돌려받고 약 40분 뒤 전액 출금해 서 보좌관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계약 말일이던 31일이 토요일인 관계로 30일을 근무를 마지막으로 의원실을 나왔노라고 A씨는 설명했다.




전 씨는 왜 곧바로 돈을 돌려줬나




유 의원실의 자금유용에 대한 의혹이 보도된 것은 2018년 11월이다. 하지만 유 의원실이 국회로부터 980만 원을 받고 818만 원을 되돌려 받은 시기는 2016년 12월이다.


세부적으로 2016년 12월 27일 A씨는 국회에서 입금된 980만 원을 확인하고 다음날(28일) 이 돈을 인쇄업체 대표 전 씨에게 송금했다. 전 씨는 29일 일부 비용을 제외한 818만 원을 A씨 계좌로 다시 돌려보냈다. A씨가 이를 출금해 서 보좌관에게 현찰로 전달한 날 역시 29일이다.


A씨가 관리한 통장에서 818만 원을 인출한 내역. [오마이뉴스 제공]

하지만 의원실이 국회에서 부당하게 자금을 수령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은 2년이 지난 2018년 10월부터였다. 의혹이 제기되기도 전에 전 씨가 일부 비용만을 제외하고 나머지를 모두 돌려줬다는 것이다.


시기와 관련된 의혹은 이 뿐만이 아니다.


818만 원은 지역구 사무실 두 달 치 운영경비와 비슷한 수준으로 의원실로서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금액이다. 하지만 유 의원실은 사건이 있은 지 2년이 지나서야 고발절차를 밟았다.


A씨가 2016년 말 계약종료로 그만둘 때부터 2018년 11월까지 2년여의 시간 동안 아무런 회계 상의 문제가 없었는지, 이를 알았다면 그동안 왜 아무 대응이 없었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된다.




왜 현찰로 전달 했는가




<뉴스타파>의 지난해 11월 보도에 따르면 A씨는 서 보좌관의 지시에 따라 818만 원을 현금 인출해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서 보좌관은 인터넷뱅킹이나 텔레뱅킹 등 온라인 이체가 아닌 A씨로 하여금 직접 인출해 찾아오도록 지시했다.


이에 A씨는 2016년 12월 29일 오전 9시 20분 경 국회 농협 은행창구에서 5만 원 권으로 전액 인출해 곧바로 서 보좌관에게 전달했다고 주장했지만 서 보좌관은 받은 적이 없다고 맞섰다.


이 818만 원은 결국 국세로 다시 환수 되었어야 할 금액이다. 정책개발비와 같은 국비 지원금은 자금의 사용용도, 입출금 기록 등이 명확해야 한다. 이는 잘못된 수령으로 다시 반납할 때 역시 마찬가지다.


2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베테랑 보좌관이 이러한 내용을 모르고 현찰로 찾아오라는 지시를 내렸을 것이라 생각되지는 않는다. 뿐만 아니라 아직 자금유용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지도 않은 시점에 돈을 찾아오라 지시했다는 점 역시 자진 반납할 의사가 없었다면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이다.


하지만 해당 금액에 대한 반납은 2년 동안 이뤄지지 않았다.


국회사무처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금액은 2018년 의혹이 제기된 이후 (유 의원 자비로) 반납조치 됐다.


당시 유 의원은 “관리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을 지겠다. 국고의 손실이 있어서는 안 되기에 예산 980만 원을 전액 반납 조치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몇 가지 의혹을 해소하고자 서 보좌관에게 몇 차례에 걸쳐 통화와 문자를 시도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의원실과의 통화에서도 “의원실 직원들이 모두 바뀌었다“며 “당시 상황에 대해 알지 못한다“는 대답만 들을 수 있었다.


당시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정책개발비의 행방이 묘연한 상황에서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A씨에게 연락했지만 A씨의 증언이 정확하지 않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한편 서 보좌관은 건강 등 일신상의 사유로 인해 지난달 사임의사를 표하고 현재 출근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유 의원실의 고발이 이루어짐에 따라 이를 수사 중인 영등포경찰서는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한 뒤 조만간 사건을 검찰에 넘길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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