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방문중인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대표단이 12일(현지시각) 미국 국회의사당에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면담을 하고 있다.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2차 미·북 정상회담이 오는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개최될 예정인 가운데,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은 12일(현지시각)은 “북한 김정은의 진짜 의도는 비핵화가 아니라 남한의 무장해제”라고 주장했다.


펠로시 하원의장은 이날 미 의회를 방문한 문희상 국회의장 및 여야 5당 대표단과의 면담에서 “나는 북한을 믿지 않는다”며 이와 같이 말했다.


문 의장과 여야 대표단은 이날 워싱턴DC 인근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펠로시 의장과의 면담 내용을 소개했으며, 면담은 당초 30분으로 예정됐으나 1시간 넘게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측 대표단이 “북한이 베트남처럼 우방이나 친미 국가가 되면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 하노이에서 열리는 2차 미북정상회담이 성공하도록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하자, 펠로시 의장은 “싱가포르 회담도 쇼였다”고 말했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에 따르면 펠로시 의장은 “싱가포르 선언문은 김정은에 주는 선물”이라며 “(싱가포르 회담 후)북한의 비핵화가 없었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아울러 펠로시 의장은 “2차 회담에서 한국이 기대하는 것은 무엇이냐”고 물었다고도 한다.


이에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는 “북한이 베트남처럼 미국의 우방, 친미 국가로 바뀌면 미국의 국익을 확장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느냐”며 “한국 국민도 탈냉전으로 가는 전환점이 되길 기대한다”고 답했다.


그러자 펠로시 의장은 20년여 전인 1997년 미 하원 의원들과 북한에 다녀온 경험을 소개하면서 “전 세계를 다녔지만 북한 주민들의 가난과 비참함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였다”며 “그 때부터 북한 정권을 믿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북한은 과거 고난의 행군 시절과는 많이 변했다”며 “지금 북한은 경제개발을 원할 만큼 많이 달라졌으니 가까운 시일 내 다시 방북해 보라”고 했다.


정동영 대표가 “트럼프의 북핵 외교는 과거 북핵 해법 원조인 클린턴 정부 시절 ‘페리 프로세스(클린턴 행정부 당시 윌리엄 페리 대북정책조정관이 제시한 대북해법)’를 잇는 정책이 아니냐”고 하자, 펠로시 의장은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받아쳤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연설에서 눈을 씻고 찾아봐도 비핵화라는 말을 찾을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날 면담에 배석한 한인 출신 앤디 김 하원의원은 “말 말고 행동이 중요하다. 증거를 보여야 하는데, 북한이 핵 폐기 의사를 보이는 조치를 한 게 없다”고 지적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펠로시 의장과 같은 입장”이라며 “지난해처럼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합의하거나 주한미군 감축 문제를 논의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우리 대표단과의 설전이 길어지자, 펠로시 의장은 “나는 결과를 낙관하지 않는다”면서 “당신들 이야기처럼 내가 틀리고 당신들이 맞기를 바란다”며 논쟁을 마무리 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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