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0가구 중 850가구…‘보일러 가스누출탐지기 센서’ 오류

“예기치 않은 재난으로부터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서 앞으로도 사명감을 가지고 안전기술을 끊임없이 발전시켜나 나가겠다”


[스페셜경제=선다혜 기자]최근 가스누출탐지기와 지진감지 등을 내세워 안전을 무엇보다 우선으로 했던 귀뚜라미보일러의 행보가 무색해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자사 보일러를 설치한 아파트에서 가스누출 탐지기가 오작동 되자 이를 몰래 제거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심지어 귀뚜라미보일러 측은 이 사실을 아파트 입주민들에게 고지하지 않으며, 뒤늦게 아파트 측에서 이를 항의를 하자 그제야 ‘실수였다’는 변명만 늘어놓고 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제품의 오류로 인한 교체라고 해도, 입주민들에게 일언반구 설명도 없이 가져가는 것은 명백하게 절도라는 날 선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를 놓고 또 다른 일각에서는 귀뚜라미가 제품의 질보다는 ‘홍보’에만 치중에서 발생한 일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에 <스페셜경제> 측은 귀뚜라미를 둘러싸고 불거진 논란에 대해서 낱낱이 살펴보기로 했다.



공개 리콜 없이 무단회수 논란…‘절도 아니냐’비판
지진 감지하면 가동을 멈추는 지진감지기…‘글쎄’



경북 영천 소재의 한신더휴영천퍼스트에서 보일러에 장착된 가스누출탐지기가 감쪽같이 사라지는 도난 사건이 발생했다. 심지어 입주민들은 가스누출탐지기가 언제, 누구 가져갔는지조차 알지 못했다. 상식적으로 집집마다 달려있는 보일러 내부에 장착된 ‘가스누출탐지기’를 훔쳐가는 절도범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엔 어렵기 때문이다.


이처럼 황당한 도난사건을 벌인 범인은 바로 보일러를 아파트에 납품한 귀뚜라미보일러 측이었다. 귀뚜라미보일러는 지난해 6월 해당 아파트에 대한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그 과정에서 가스누출탐지기 센서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심지어 1100가구 가운데 77%에 달하는 850세대에서 동일한 문제가 발견됐다.


당시 귀뚜라미보일러는 아파트나 입주민들에게 이 사실을 따로 고지하지 않은 채, 문제가 된 가스누출탐지기만 몰래 떼어간 것이다. 이후 약 5개월이나 지나고 나서 관리사무소가 이를 발견하면서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됐다. 더욱이 이를 확인하한 후 아파트 측은 가스누출 탐지기를 재 설치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이 역시도 3개월이 지난 올해가 돼서야 작업에 들어갔다.


이 같은 태도에 입주민들은 현재 입주자총회 등을 통해서 형사고발 여부 등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힌 상황이다.


현장 직원의 실수 일 뿐…‘황당 해명’


하지만 정작 귀뚜라미 보일러 측은 현장직원의 실수일 뿐 큰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서 귀뚜라미보일러 측은 “직원이 탐지기의 이상을 확인하고 이를 회수한 이후 회사에서 보고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곳으로 작업을 나가게 돼 회사는 몰랐다”면서 “회사가 인지를 한 것은 11월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안전문제와 관련해서 “법적으로 보일러는 가스누출탐지기가 꼭 있어야 하는 제품은 아니다. 가스누출탐지기는 자사 제품에만 부착된 부가적인 안전 제품으로 해당 시기에 제조된 일부 제품에 불량이 있어 회수했던 것”이라며 “보일러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러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풀리지 않은 의문점들이 있다. 제품에 문제가 생겨서 교체를 할 계획이었다고 하더라도 당연히 입주민들이 고지를 하는 것이 수순이다. 하지만 귀뚜라미보일러는 이를 ‘생략’해버렸다.


또한 아파트에서 가스누출탐지기가 사라졌다는 것을 안 것은 지난해 10월경이었고, 귀뚜라미보일러가 사실을 인지한 것이 11월이라고 해명했다. 귀뚜라미 측은 직원이 회사에 보고를 하지 않은 상태로 다른 곳으로 작업을 나가게 돼서 이 사실을 몰랐다고 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 두 가지 문제를 놓고 볼 때 단순히 직원들의 실수라기보다는 귀뚜라미보일러의 직원 관리 문제라고 보인다.


심지어 귀뚜라미보일러는 이 사실을 알고 나서도 3개월이 지난 1월에서야 문제 해결에 착수했다. 과연 귀뚜라미보일러가 이 사건의 핵심이 무엇인지 짚고 있긴 한 것인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지금까지의 귀뚜라미보일러의 행보만 보자면 사건을 축소하기 급급한 변명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안전’ 내세우더니 문제되자 발뺌?


사실 이번 사건을 두고 소비자들이 가장 크게 느끼는 배신감은, 귀뚜라미보일러의 해명이 지금까지의 행보를 완전히 뒤집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귀뚜라미 보일러는 가스누출탐지기나 지진감지기 등을 내세워서 ‘안전 보일러’로 대대적인 홍보를 해왔다. 특히 귀뚜라미보일러는 홍보할 때는 ‘보일러는 한 세트로 구매하셔야 안전하고 경제적입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가스누출 탐지기 ▲지진감지기 ▲각방 제어기 ▲분해기 등을 거론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하기 무섭게 ‘법적으로 보일러에 가스누출탐지기가 꼭 있어야 하는 제품은 아니다’라는 해명을 내놓은 것이다.


귀뚜라미보일러의 해명처럼 보일러에 가스누출탐지기를 달아야 하는 법적인 조항은 없다. 하지만 애초부터 귀뚜라미보일러는 이 점들을 앞세워서 소비자들의 신뢰를 샀다.


소비자들 역시 이러한 기능들이 귀뚜라미보일러와 타사의 ‘차별점’임과 함께 ‘강점’이라고 봤다. 그래놓고 이제와 원래 중요한 것이 아니었으니 문제될 건 없다는 식으로 발을 뺀 셈이다. 이는 소비자들을 신뢰를 저버리는 것은 물론, 귀뚜라미보일러가 자부했던 ‘안전 보일러’라는 말을 무색하게 하는 것이다.


지나친 홍보가 오히려 ‘문제’


때문에 업계에서는 귀뚜라미보일러가 제품 ‘홍보’에 너무 치중한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귀뚜라미보일러의 경우 지난 2017년과 2015년 부당광고로 인해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각각 경고조치와 시정명령을 받은 전력이 있다.


2017년에는 지진감지기술에 대한 실용신안을 받은 지 20년이 채 되지 않았음에도, 블로그를 통해서 20년 전부터 지진감지기와 가스누출탐지기를 보일러 내부에 설치해 특허를 받았다는 내용을 허위 광고했다. 이어 2015년에도 제품 카탈로그와 홈페이지를 통해서 ‘세계최초 4PASS 열교환기’ 등의 확인되지 않은 문구로 부당광고를 했다.


물론 기업의 입장에서는 자사의 제품을 알리기 위한 방편으로 홍보를 할 수 있다. 문제는 귀뚜라미의 경우 여기에 너무 치중해 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귀뚜라미보일러는 경주?포항 지진이 났을 때 ‘지진감지기’ 기능이 대대적인 홍보를 한 바 있다. 하지만 사실 업계에서는 그걸 홍보나 광고할 거리가 되냐는 식의 인식이 많았다. 우리나라 보일러는 처음에 만들어질 때 기준이 일본 보일러였다”고 말했다.


이어 “알다시피 일본은 지진이 굉장히 자주 발생하는 나라다. 때문에 집은 물론 대부분의 제품들이 어느 정도 강진에는 견딜 수 있도록 만들어진다. 보일러도 마찬가지다. 일본이 기준이 된 우리나라 보일러들이 견딜 수 있는 지진 규모는 7도의 강진”이라며 “하지만 경주?포항 지진의 규모는 6도 미만이었다. 따라서 당시 타사의 제품들이 꺼지지 않은 건 지진을 감지를 못해서가 아니라 그 정도 규모의 지진에서는 버틸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본지>는 귀뚜라미보일러 측의 입장을 듣고자 취재를 시도했으나 "담당자에게 전달하겠다"는 말 뿐 이후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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