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9월 1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1년2개월여 만에 복당한 서영교 의원이 인사를 하고 있다.

[스페셜경제=윤오영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부소장]요즘 손혜원 의원이 핫이슈다. 사실 여부를 떠나 손 의원의 태도와 화법 탓이 일을 키웠다는 지적이 많다.


손 의원도 지난 20일 기자회견에서 “여의도의 어법보다는 제가 40년 동안 익혀왔던 대중의 이익을 위한, 공동의 이익을 위한 부분에 치중하며 일을 해 왔습니다”고 말했다.


많은 이들이 SBS 8시 뉴스에서의 최초 의혹 보도 후 손 의원이 사과하고 소관 상임위인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에서 물러나는 정도로 정리되지 않을까 예상했다.


그러나 손 의원은 정면으로 반박하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그리고 일부 언론사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언론과 이런 식으로 정면 대결하는 것은 여의도에서 보기 드문 일이다.


그런데 이른바 ‘손혜원 사태’의 진정한 승자는 누구일까? 바로 2015년 국회 법사위원회 위원으로 재직 중 지인의 아들 재판을 청탁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이다.


손 의원의 잘못은 여러 의혹과 막말을 비롯한 괘씸죄가 가장 큰 정도지만, 서 의원은 이미 검찰 공소장에 명시될 만큼 사실 관계가 어느 정도 확인된 내용이다.


특히 파견 판사를 자신의 방에 불러서 지인이 아들이 실형이 아닌 벌금형을 받도록 해달라고 구체적인 지침을 전달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압력이 파견 판사를 거쳐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에게 보고되고, 또 담당 판사에게 전달되어 그대로 처리된 것은 직권 남용의 공범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여러 법조인들의 해석이다.


재판 개입, 사법 농단으로 전 대법원장에 구속영장까지 청구한 마당에 민주당 입장에서는 서영교를 내버려두고 양승태를 구속하라고 말하기도 참 민망한 상황이 돼 버렸다.


그러나 서 의원은 여의도식 문법에 충실했다. 당의 사법개혁이 부담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이유를 들어 원내수석부대표 직에서 물러나기는 했으나,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는 않았다.


최근에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라는 훌륭한(?) 답변을 하기도 했다. 정치적 책임과 법적 책임을 모두 빗겨갈 수 있는 완벽한 표현이다.


본인은 파견 판사를 만나 재판 이야기를 했다는 기억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파견 판사와 서영교 의원 둘 중 한 사람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인데, 개인적으로 필자는 당시 파견 판사였던 김모 판사가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은 제로라고 본다.


당시 국회에 몸담고 있던 필자로선 김모 판사는 법원의 엘리트 판사로 대단히 성실하고 젠틀한 분으로 기억한다.


에이스 판사가 사실 관계를 제대로 기억 못할 가능성도 낮고, 상급자인 기조실장에게 보고까지 했고 당시 관련 이메일 기록이 남아 있는 상황이기에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자명하다.


만일 서 의원이 정말로 기억을 못한다면 의정활동을 수행할만한 인지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이러니 국민들이 정치인을 거짓말을 일삼는 직업인으로 여기고, 정치를 혐오하게 되는 것이다.


서 의원은 과거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학생운동 경력을 대단히 자랑스럽게 이야기해왔으며, 권력에 기울어진 사법제도를 앞장서 비판해왔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시절 둘째 사위를 검찰이 기소하지 않은 것을 보고 “유전무죄, 무전유죄, 권력무죄, 서민무죄”라는 멋진 말을 남기기도 했다.


그러나 ‘권력 무죄, 서민 유죄’에 앞장선 것은 서영교 본인이다. 내로남불의 전형이며, 참으로 뻔뻔하다.


일부 언론은 파견 판사나 파견 검사가 국회의원의 청탁의 창구이고, 청탁이 일상적인 것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법사위 소속 의원들이 사건 청탁, 재판 청탁을 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당시에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오죽하면 법사위원은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탄원서도 작성하지 않는 것이 관례이다.


법사위원에게 얼마나 주위의 사건과 재판 관련한 민원들이 많겠는가? 그러나 법사위원들은 민원인들에게 욕을 먹더라도 재판은 개입할 수 없는 것이라고 설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서 의원은 자신의 권력을 충분히 활용했다. 억울한 범죄자도 아니고 상습 바바리맨, 성범죄자의 처벌을 가볍게 해달라고 했다.


단순한 선처가 아니고 벌금형 정도로 해달라는 지침까지 전달했다. 그래놓고 판사를 만난 사실이 기억에 없다고 하는 것은 참으로 비겁한 일이 아닐 수 없으며, 4개월 후 법사위에서 ‘권력 무죄’를 목 놓아 외친 유체이탈식 화법과 멘탈이 참으로 대단하다.


더욱 아이러니 한 것은 이렇게 비겁하게 대응하는 사람은 아무런 피해도 보지 않고, 솔직하게 맞대응한 손 의원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는 사실이다. 손 의원을 옹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공평하지 않아 보인다.


서 의원은 2016년 딸 인턴 채용, 동생의 비서관 채용 등 가족중심 의원실 운영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은 바 있다.


게다가 징계 직전에 민주당을 탈당해서 별도의 징계도 받지 않았다. 공식 징계 절차가 시작된 후 탈당하면 5년간 복당이 불가능하지만, 이 전에 탈당했기에 1년만에 복당했다.


그리고 이번에 ‘권력 무죄’형 재판 개입은 다시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말로 피해 가고 있다. 너무나 익숙한 여의도식 문법이지만 한편으론 씁쓸하다.


얼마 전 민주당내에선 공천 헌금 문제를 제기한 김소연 대전시의원, 그리고 아들을 잃은 경비원에 막말을 했던 전근향 부산동구 구의원이 제명된 바 있다.


개인적으로 서 의원의 잘못이 이들보다 적지 않다고 보는데, 당 윤리심판원에 회부되지도 않았다.


이에 비해 손 의원은 탈당까지 했다. 물론, 이미 탈당과 복당 경력이 있는 서 의원이 또다시 탈당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한편, 서영교 재판 청탁과 관련해 짚고 싶은 점 중 하나는 파견 검사, 파견 판사는 죄가 없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국회에 사법 제도와 현장에 대해 풍부한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충실히 해온 전문가들이다.


수사와 재판을 담당하는 검사와 판사를 국회에서 접촉하기는 쉽지 않다. 파견 판검사들이 국회에서 고생하면서 국회의원과 의원실과 교류하며 사법 제도 개혁과 법사위 업무 지원을 위해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문제는 이들을 청탁의 창구로 악용한 서영교 의원이다. 한 마리 미꾸라지가 일으킨 흙탕물 때문에 파견 검사와 판사가 사라지면 그것은 오히려 국회가 국가에 손실이 될 뿐이다.


잘못을 저지르고도 처벌을 피해가는 그의 모습에서 ‘권력 무죄, 서민 유죄’라는 8자가 떠오른다.


서 의원은 이제 비겁한 변명을 거둬들여야 한다. 자신의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고 그에 걸맞은 당의 징계와 사법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그것이 ‘권력 무죄’를 없애는 유일한 길이다.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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