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영국 의회 불신임투표에서 승리한 테리사 메이 총리가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 앞에서 야당 지도자들과 브렉시트에 대해 회담을 시작하고 있다.


[스페셜경제=김봉주 인턴기자]영국 하원에서 브렉시트(Brexit) 합의안이 부결되자마자 야당이 제출한 정부 불신임안이 또 부결되면서 테레사 메이 총리는 총리직을 유지하게 됐다.


메이 총리가 이끄는 영국 내각은 16일(현지 시간) 하원의 정부 불신임안 표결이 찬성 306표, 반대 325표로 19표차로 부결되면서 힘겹게 승리했다.


오는 3월 29일로 예정된 브렉시트에 앞서 전일 영국 하원이 의정사상 최대 표차로 브렉시트 합의안을 부결시켰다.


합의안이 의회의 벽을 넘지 못하면서 브렉시트 과정이 혼란스러울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 상황에서 제1 야당인 노동당 대표 제러미 코빈 대표가 테레사 메이 내각에 대한 불신임안을 제출한 것이다.


하지만 이날 정부 불신임안이 부결됨에 따라 조기총선을 개최하고 다수당을 차지해 정권을 잡으려는 노동당의 계획도 당장 어그러지게 됐다.


영국 ‘고정임기 의회법’(Fixed-term Parliaments Act 2011)에 따르면, 정부 불신임안이 하원을 통과하면 하원은 14일 내에 새로운 내각 신임안을 표결하며, 또 이 기간 새 신임안이 하원에서 의결되지 못하면, 조기총선이 개최되도록 되어 있다.


정부 불신임안 부결은 브렉시트를 반대한 의원들의 힘을 받았다.


전일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합의안에 반대표를 던진 보수당 내 브렉시트 강경론자, 민주연합당(DUP) 등이 이번에는 메이 총리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결국 테레사 메이의 내각은 자리를 유지하며 앞으로도 브렉시트 정책을 지휘하게 됐다.


메이 총리는 불신임안 투표 결과가 전해지자마자 “하원의 모든 의원들과 협력해 브렉시트를 이행할 준비가 돼 있다”며 “오늘밤부터 각당 대표들과 개별적으로 만나 대안을 논의하겠다”밝혔다.


야당 지도부와의 논의로 브렉시트 합의안의 대체안이 도출되면 이를 EU와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또한 메이 총리는 최근 의회에서 가결된 의회 의사일정안(business motion) 개정안을 반영한 이른바 ‘플랜 B’를 제시할 방침이다.


‘플랜 B’는 승인투표 부결일로부터 3 개회일 이내인 오는 21일까지 내놓기로 했다.


결국 ‘플랜 B’에 어떤 변화를 가할지가 관건이다. 특히, 의회의 반발이 가장 심했던 ‘안전장치’(backstop)에 대해 어떤 내용이 담길지가 주목된다.


앞서 영국과 EU는 ‘안전장치’로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간 엄격한 통관절차를 적용하는 ‘하드 보더’(Hard Border)를 피하기 위해 미래관계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영국 전체를 당분간 EU 관세동맹에 잔류하게 하는 내용을 브렉시트 합의안에 담았다.


브렉시트 강경론자들은 일단 ‘안전장치’가 가동되면 영국이 일방적으로 협정을 종료할 수 없고 EU 관세동맹에 계속 잔류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또한 ‘안정장치’ 내에서는 북아일랜드만 EU 단일시장 관할에 놓인다. 이 경우 영국 본토와 북아일랜드 간 통관규제 등이 반영되면서 영국의 통합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메이 총리를 지지하는 보수당 내 브렉시트 강경론자와 민주연합당(DUP) 등이 이러한 이유로 합의안을 반대한 만큼 의회를 설득할 만한 ‘플랜 B’를 제시한 뒤 이에 대한 2차 승인투표를 시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만약 ‘플랜 B’에 대한 2차 승인투표마저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영국이 아무런 협정을 맺지 못하고 EU를 탈퇴하는 ‘노 딜’(No deal) 브렉시트가 발생할 수 있다.


‘노 딜’ 브렉시트를 우려한 일부 야당 의원들이 메이 총리가 제시할 ‘플랜 B’로 방향을 전환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날 메이 총리의 대화 참여 제의에 노동당과 자유민주당은 전제조건으로 ‘노 딜’ 브렉시트 배제를 강조했다.


보수당·민주당에 이어 제3당인 스코틀랜드국민당(SNP)도 대화 참여 전제조건으로 ‘브렉시트를 연기’나 ‘제2 국민투표 개최’를 검토할 것을 주장했다.


일각에선 제2 국민투표를 실시해 브렉시트 찬반을 다시 묻자는 주장도 나온다. 국민투표에서 브렉시트 반대표가 과반이 되면 브렉시트는 없던 일이 되고 EU에 잔류하게 되는 것이다.


작년 노동당은 연례 전당대회에서 브렉시트와 관련, 우선 조기총선을 추진하되 이것이 불가능할 시 제2 국민투표 등 모든 선택지를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코빈 대표 역시 최근 “(조기 총선이 열리지 않는다면) 국민투표 캠페인 옵션을 포함, 모든 안을 테이블에 올려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제3당인 스코틀랜드국민당(35석)과 4당인 자유민주당(11석)은 제2 국민투표를 열자며 입을 모았다. 여기에 EU 잔류를 지지하는 노동당·보수당 의원들이 가세하면 투표 개최 가능성은 한층 높아진다.


하지만 내각을 이끄는 메이 총리가 “국민투표 결과로 증명된 민심을 뒤집는 건 민주주의에 어긋난다”며 브렉시트를 밀어붙이는 데다, 브렉시트 강경론자들도 많아 제2 국민투표가 열릴지는 불확실하다.


또 의회에서 제2 국민투표 실시를 결정하더라도. 투표 캠페인과 준비 등에 최소 6개월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추산되는 만큼 브렉시트 시점 연기를 해야 할 상황이 올 수 있다. 영국은 리스본조약 50조에 따라 2019년 3월 29일 23시(그리니치표준시·GMT)를 기점으로 EU에서 탈퇴하기로 돼 있었다. 이날부터 브렉시트 까지는 3개월도 남지 않았다.


국민투표 선택지에도 ‘노 딜’브렉시트를 놓고만 하느냐, EU 잔류 여부까지 묻느냐 하는 난항이 전망된다. 메이 총리의 ‘플랜 B’나 야당의 제2 국민투표까지 무산되면 ‘노 딜’이 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의회 내에서는 경제 및 안보 충격이 불가피한 ‘노 딜’만은 피하자는 의견이 우세한 만큼 그 전에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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