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전·현직 의원 재판청탁 대거 연루 확인
“죄명을 바꿔달라고 한 적도, 벌금을 깎아달라고 한 적도 없어”
한국당 향해 “이것이 진정 그들이 보이고 있는 사법농단의 모습이 아닌가”

대법원 입구에 "자유, 평등, 정의"라는 글자가 아로새겨져있다.

[스페셜경제=김수영 인턴기자]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2선, 서울 중랑갑)이 국회로 파견 나왔던 판사를 자신의 의원실로 불러 지인 아들의 형사재판을 두고 청탁을 한 것으로 15일 검찰 수사결과 확인됐다.


사법농단 사태로 구속기소 중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 대해 수사 중이던 검찰은 전·현직 여야 의원들이 대거 법원행정처에 재판 청탁을 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서 의원은 2015년 5월에 국회에 파견 나와 있던 김모 부장판사를 자신의 의원실로 불러 형사재판을 받고 있던 지인의 아들인 이모씨에 대해 “죄명을 공연음란으로 바꾸고 벌금형으로 해달라”며 죄명과 양형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재판에서는 이씨가 피해자 앞 1m까지 접근해서 껴안으려던 행위가 강제추행미수로 인정되는지의 여부가 쟁점이었다. 만일 인정되지 않는다면 바지를 내려 신체를 노출한 행위만 따져 공연음란죄만 성립하게 되는 셈이다.


서 의원이 청탁했던 지인의 아들 이씨는 2014년 9월 서울 중랑구에서 귀가하던 여성 앞에서 바지를 내리고 성기를 노출한 뒤 강제로 피해자를 껴안으려 한 혐의로 기소돼 서울북부지법에서 1심 재판을 받는 중이었다.


김 부장판사는 서 의원의 청탁을 곧바로 임 전 차장에게 보고했고, 문용선 당시 서울북부지법원장을 거쳐 당시 이씨 재판 담당이던 박모 판사에게도 전달됐다.


임 전 차장은 또한 법원행정처 기획총괄심의관을 시켜 박 판사가 속한 재정합의부 부장에게 청탁 내용을 재차 확인하기도 했다.


이후 이씨는 징역을 피해 벌금 5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죄명은 변경되지 않았지만 미수에 그쳤고 이씨가 노출증을 앓고 있으며 피해자와 합의한 점 등이 참작됐다.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형법 제298 조에 따르면 강제추행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하는 범죄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구류·과료에 처하는 공연음란죄(동법 제245 조)에 비해 훨씬 무겁다.


심지어 이씨는 공연음란죄로 이미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데다가 범행 당시 운전을 하다가 발견한 피해자에게 계획적으로 접근하는 등 죄질이 나빠 징역형 가능성이 적지 않았다.


이러한 논란에 대해 서 의원은 같은 날 “죄명을 바꿔달라고 한 적도, 벌금을 깎아달라고 한 적도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검찰은 서 의원에게 부탁한 이씨의 부친과 청탁을 직접 접수한 김 부장판사의 진술, 서 의원의 청탁 내용이 김 부장판사를 통해 임 전 차장에게 전달됐음을 보여주는 객관적 물증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앞서 서 의원은 대법원의 재판거래 의혹에 대해 “사법농단과 관련해 국정감사 증인채택을 촉구하고 특별위원회 구성도 촉구한다”며 자유한국당이 대법관 인사청문위원회 구성을 차일피일 미루는 데 대해 “이것이 진정 그들이 보이고 있는 사법농단의 모습이 아닌가”라고 일갈한 바 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은 임 전 차장이 재판사무 지휘·감독권한을 남용해 박 판사의 독립된 재판권 행사를 방해했다고 간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추가기소했다.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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