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지난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스페셜경제=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역대급으로 회자될만한 신년 기자회견을 했다.


입법과 사법, 행정, 외교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자신의 생각을 밝혔는데, 이전 어느 정권하에서의 당대표도 하지 못한 그 어려운 일을 해냈다(태양의 후예 유시진 대위보다 더 어려운 일을 잘해내는 것 같다).


정말 우리는 문재인 정권하에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에서 살고 있는 것 같다.


이해찬 대표는 이번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어떤 분야에선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보다 더 확실하고, 구체적으로 자신의 구상을 밝혔다.


기자회견만 봐도 ‘이해찬이 정말 세긴 세다’는 얘기가 맞긴 맞는 것 같다. 안하무인! 이 정권하에선, 아니 이 대한민국 하에선 거칠 것이 없는 폭풍질주다.


이런 자신감은 어디서 나왔을까? 청와대도, 야당도, 이것저것 그 어느 것도 눈치 볼 것이 없다는 태도이다.


이쯤 되면 정치권 일각에서 회자되는 ‘상왕’이라는 표현이 맞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해찬 그는 누구일까? 이 대표는 1952년생으로 만 66세다. 문재인 대통령과 같은 나이로 충남 청양출생이며, 서울대 사회학과를 나왔다.


대학생 때는 운동권이었으며, 민청학련 사건으로 1년간 투옥했다. 서점을 경영하다 7선 국회의원이 됐다.


초선의원 때 지금은 유명인사인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보좌관으로 영입했고 광주 청문회 때는 스타였다.


노무현 정부에선 교육부 장관 및 실세 국무총리 등을 역임했다.


다만, 국무총리 때는 골프 때문에 물러났고 지난 20대 총선에서는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친노패권주의 청산 방침에 따라 공천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으로 귀환했고, 복당 후에는 문재인 대통령후보 선거대책위원장에 이어 집권여당 당 대표가 됐다.


당 대표가 된 후 말과 행동에서의 부적절함 때문에 구설수와 논란에 휩싸이고 있는 이해찬 대표에게 그동안 별 기대가 없었다.


사고만 안치면 좋겠다고 생각을 하던 차에 신년기자회견을 한다기에 그래도 조금 아주 조금 기대를 했었다.


이유는 청와대보다는 국민과 더 가깝고, 민심에 민감해야하는 집권여당은 현실을 좀 더 잘 인식하고 있겠지라는 일말의 추측과 상상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런 헛된 기대는 거품처럼 사라졌다. 청와대 거수기, 홍위병의 역할을 하겠다는 충성 맹세문을 봤기 때문이다.


이해찬 대표가 공익제보자이자 내부고발자인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과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을 조직부적응자로 모는 것까지는 그렇다고 치자!


국정운영 파트너인 제1야당을 향해 수렁에 빠질 것이라는 막말도 그렇다고 치자!


주제넘게 남북·북미관계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한 것도 그렇다고 치자!


지키지도, 감당하지도 못할 무한한 책임감으로 나라다운 나라, 든든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약속도 그렇다고 치자!


교만하게 2020년 총선승리와 정권 재창출을 주장한 것도 그렇다고 치자!


그런데 말이다. 정말로 유감스러운 것은 날로 어려워지는 민생경제 문제와 관련해선 ‘사람중심 경제·혁신적 포용국가’라는 공허한 말로 책임을 피해간 대목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최소한의 유감표명도 없었다. 부족했지만 문 대통령은 ‘경제상황을 엄중하게 보고있다’라는 립서비스라도 했지만 말이다.


필자가 이해찬 대표의 기자회견에 참석한 기자였다면 문 대통령을 향한 김예령 기자의 질책성(?) 질문을 그대로 했을 것이다.


“이해찬 대표님! 현실경제가 굉장히 얼어붙어있습니다. 국민들이 많이 힘들어 하고 있습니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굉장합니다. 그럼에도 현 정책에 대해 기조를 바꾸시지 않고, 변화를 갖지 않으시려는 이유에 대해서도 알고 싶고요. 그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그 근거는 무엇인지 단도직입적으로 여쭙겠습니다.”


이해찬 대표는 뭐라 했을까? 별명처럼 ‘버럭’ 화냈을까? 작게는 국정에 무한한 책임을 지고 있는 집권여당이, 크게는 대한민국이 걱정되는 2019년 1월이다. 그야말로 유감이다.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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